50대 이상의 한인들 중에는 요즘 발 빠르고 민첩한 젊은 세대들로 인해 주눅이 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사이는 멀티 미디어 시대에 젊은이들이 인터넷기업 입네, 뭡네 하며 한 순간에 일약 거부가 된다거나 월 스트릿 금융가 같은 곳에서 연봉 20만 달러씩 받는 등 빤짝빤짝 잘 나가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니 자연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죽어라 일을 해도 집 한 칸 마련조차 쉽지 않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1세들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인가. 젊은 세대는 그들 나름대로 기성세대와 달리 톡톡 튀는 색다른 맛이 있겠지만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대로 오랜 동안 쌓아올린 노하우와 경륜, 거기에다 세상 보는 안목 등 그들 나름대로 간직한 고유의 영역과 특유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조금도 주눅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소위 신세대라고, 아무리 젊은이 세대가 인터넷 시대로 주목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들도 언젠가는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구세대가 될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마냥 똑같은 시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신세대들에게도 새로운 세대가 계속 잇따라와 그들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니 공연히 구세대란 이유로 너무 위축되거나, 주저앉으려고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좀 나약하다고 생각된다. 인간사회에선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하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不動)과 나날이 움직이는 가동(可動)의 원칙이 존재한다. 세상이 어떠한 형태로 바뀌든 인간인 이상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는 수 십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상상을 불허할 만큼 커다란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는 인간이 지녀야 할 윤리에 기초는 두되, 그러면서도 시대에 맞게 분명히 변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양새가 우스울 건 뻔하다.
인간의 근본인 삼강오륜(三綱五倫)-{임금에게 충성하고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라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에 해당하는 삼강과 부모와 자식, 군신과 부부, 형제, 그리고 친구간의 관계에서 지켜져야 할 신의와 사랑, 우애 등에 관한 인간 윤리를 설명하는 오륜}은 시대가 천년 만년 내려가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일이다. 이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불변의 기초로서 그 때 그 때 우리는 바뀌는 시대적 상황에 부응해 가야 한다. 옛부터 지켜져 온 인간의 기본윤리를 바탕으로 여기에 새로운 문화까지 가미돼야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지금이 컴퓨터 시대라면 적어도 구세대는 배우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포기한다 함은 역사의 흐름에 뒤쳐지는 바보 같은 짓이다.
형 만한 아우 없고, 묵은 된장이 더 맛 갈 나고, 아무리 뛰고 나는 명서 라도 고전만 한 것이 없다. 아무리 빛깔 좋고 첨단문화라 할지라도 우리들은 볼품없는 옛 물건이나 문화에 오히려 더 풋풋한 정감과 정취를 느낀다. 이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사 발전의 소중한 원천이요, 보이지 않는 정신적 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자,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인 것이다. 신세대가 아무리 컴퓨터의 귀재군단이라 할지라도 구세대가 지닌 정신적 가치를 그들이 얼마나 체득하고 있겠는가. 요즘 들어 젊은이들이 무언가에 열중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을 보면 왠지 뿌듯함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공허감을 떨칠 수가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맨하탄의 록펠라센터 1층에 그려져 있는 흑백벽화 끝 부분을 보면 그 곳에는 “인간의 궁극적인 운명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정복하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2천년간 깨우침을 받은 교훈을 얼마나 그들의 마음속에 잘 간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영문 글귀가 적혀있다. 이는 미국의 문화가 아무리 찬란해도 대대로 내려오는 인간의 가치와 존귀의 보존성에 대해 이 나라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진리가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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