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화났다. 하루 빨리 <아줌마> 이혼시키라고.
회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MBC TV 월화드라마 <아줌마>. 시청률 30%를 훌쩍 넘어선 <아줌마>의 MBC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주된 내용은 "어서 빨리 오삼숙(원미경 분)과 장진구(강석우 분)를 이혼시키고, 아줌마가 당당히 일어서 새로운 일과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여달라"는 것.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남자란 한번쯤 외도할 수 있으니, 가정을 지키는 건 여자의 몫’이라는 의견이 많았을 법 한데 최근엔 ‘못된 장진구와 뻔뻔한 오일권(김병세 분)을 혼내고, 얌체 같은 시댁 코 납작하게 해주며 자식들 앞에서도 당당한 아줌마가 되라’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의 내용은 여성 시청자들의 분통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삼숙에게 위자료를 주지 않으려 술수를 쓰고, 한지원(심혜진 분)을 감언이설로 꼬드겨 여차할 경우 한지원의 아파트를 판 돈으로 위자료를 물겠다는 장진구의 행태는 위선적인 모습의 극치를 이룬다.
또 후배와의 불륜이 들킨 후에도 아내와 적당한 타협을 이루고, 사회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후배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오일권 역시 장진구 못 지 않은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른 2000년 사회지표에 의하면 이혼의 평균연령이 남자 40세, 여자 36.4세로 90년보다 각각 3.2세, 3.7세씩 높아졌다. 이는 결혼하고 자식 낳으면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추세에서 자식보다는 부부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걸 알 수 있다.
또 이혼에 대해 부부 10쌍 중 4쌍이 긍정적이며, 이혼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여성(41.1%)이 남성(34%)보다 높아 경제적 독립과 사회 지위에 따라 변모한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현실 속의 아줌마들에게 오삼숙이 이혼을 질질 끄는 과정이 오히려 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 결혼한 여자들이라면 남편의 외도와 시댁의 무시는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오삼숙이 하루 빨리 이혼하고 당당하게 음식점도 차리고, 벌써 시청자들이 눈치챌 수 있는 느닷없는 등장을 한 정재환과의 평등한 관계를 원하는 ‘대리만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사회의 윤리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10쌍 중 3쌍이 이혼하는 현실에서 이처럼 격정적이고 노한 시청자들을 어떻게 달랠 지 <아줌마>의 결말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 드라마 ‘아줌마’속의 또 다른 두 여자 §
드라마 <아줌마>에는 세 명의 아줌마가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나 입장, 욕심의 크기에 따라 다른 유형을 그리고 있다. 전형적인 아줌마 원미경, 세련됐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심혜진, 남편이 가져다 준 허영과 사회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외도쯤은 눈감아 버리는 견미리.
원미경이 연기하는 오삼숙이란 캐릭터가 전반적인 동정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 심혜진과 견미리가 연기하는 캐릭터 역시 얄밉지만 현실 속에서 있을 법한 여자들이다.
⊙ 심혜진 세련됐지만 사랑에 눈멀어
우선 심혜진. 그렇게 똑똑하고 콧대 높았던 교수가 사랑한다고 굳게 믿어버리는, 그것 마저도 자신이 만들어놓은 함정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 채 남자 앞에서 ‘바보’가 돼 버렸다. 시청자들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지만 해도 너무 한다. 남자를 그리 모르나’라고 힐난하지만 그래도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사랑에 눈멀어 앞가림을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견미리 돈·명예 위해서 남편외도 눈감아
얄미운 견미리. ‘누가 오일권에게 돌을 던지랴’라는 말로 한국판 힐러리가 돼버렸다. 남편 오일권과 함께 가진 자의 허위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남편이 일궈놓은 울타리를 절대 놓칠 수 없는, 돈과 명예를 움켜쥔 여자들을 상상하면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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