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당 500만원까지 치솟아-제작비는 줄어 작품만 희생
잘 나가는 탤런트는 불황을 모른다?
톱탤런트들의 드라마 한 회 출연료가 웬만한 서민 월급과 맞먹는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톱스타들의 몸값이 만천하에 공개됐던 건 97년 IMF사태를 맞으면서. 최진실(33) 채시라(33) 김희선(24) 등 잘 나가는 여자 탤런트들을 잡기 위해 KBS MBC SBS 등 세 방송사는 돈을 점점 올리기 시작해 나중엔 스스로도 감당이 안되는 선까지 올렸다.
마침 IMF 한파가 닥치자 당시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공중파 3사는 연기자들의 출연료 상한선(회당 200만원)을 정했다. 회당 200만원이 작은 돈인가. 미니시리즈의 경우도 16회가 대부분인데, 16X200만원=3,200만원.
그런데 요즘은 이 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다시 300만원, 350만원, 심지어 회당 500만원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주연급의 개런티만 보면 다시 IMF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 어떻게 돈을 올려주나.
표면상 계약은 회당 200만~250만원에 맺는다. SBS가 공식적으로 최고액을 줬다고 밝힌 탤런트는 얼마 전 끝난 SBS TV <여자만세>에 출연했던 채시라. 회당 250만원에 계약했다. 또 2월 5일 첫 방송되는 SBS TV 사극 <여인천하>에 정난정 역으로 캐스팅 된 강수연. 영화만을 고집했던 그가 16년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가 받을 액수는 회당 400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을 위해 작품을 고르고 있는 배용준도 회당 300만원은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톱스타들이 받는 액수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야외촬영비가 남아 있다. 강수연 역시 이 비용까지 합하면 회당 500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야외촬영비라는 게 촬영 때마다 별도로 받는 것이 아닌 이상 출연료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다.
또 외주제작이 늘어나는 것도 출연료가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프로덕션과 연기자는 방송사와 상관없이 계약을 맺는다. 방송사와의 계약금 외에 PPL광고, 기업협찬 등으로 제작비가 넉넉한 프로덕션은 스타를 잡기 위해 통상 방송사와 계약할 때보다 더 주게 된다.
⊙ 이렇게 되니…
다시 경제가 어려워진 지금 방송사 역시 경비절감을 서두르고 있다. MBC도 제작비가 평균 10% 정도 삭감됐다. 주연급 몇 명에게 주는 돈은 늘어나고 경비는 삭감되니 자연히 제작비가 줄어들게 된다. 해서 야외촬영도 줄이고, 엑스트라도 줄인다.
올해 방송될 예정인 사극을 준비하는 한 드라마 PD는 "작가에게 되도록 야외촬영 분을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또 30명 나오는 신은 20명 짜리 장면으로 해달라고 한다. 제작비는 줄고, 몇몇 연기자들에게 주는 돈은 올라가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또 한 KBS PD는 "연기자들이 영화쪽으로 가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캐스팅 하기도 어려운데다 KBS로서야 다른 방송사 만큼 출연료를 올려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어급들은 여간해선 잡을 수 없다. 아예 스타급은 포기하는 연출자들도 생겨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방송사에서 돈을 올리는 현실이 그대로 화살이 돼 다시 방송사라는 과녁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미니시리즈는 주연급 2~4명, 조역 2~4명으로 출연진들을 압축(?)해 꾸려나가고 있다.
⊙ 출연료 높이기 경쟁으로 인한 부담은 당연히 시청자의 몫.
최고 흥행작이라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도 고작(?) 전국 550만명이 봤다.
하지만 TV는 평균 시청률 10%만 된다 해도 몇백만 명이 본다. 그리고 별도로 케이블 TV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고작 채널은 4~5개밖에 없어 시청자들은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작품을 그저 볼 수 밖에 없다.
방송사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제작비를 쓰는 게 아니라 스타를 잡아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해 돈을 쓴다면,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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