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현기증을 일으키는 시각 스타일리스트 추이 하크(서극) 감독의 액션 스릴러로 그가 제작하고 공동으로 글도 썼다. 폭력과 유혈과 액션 그리고 로맨스와 우정과 코미디와 감상성이 총천연색의 묽은 페인트로 화면을 흥건히 적시는 홍콩 느와르인데 촬영과 편집과 이야기 전개가 어찌나 어지럽고 빠른지 작품의 진행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숨이 차다.
펄프 소설처럼 싸구려 재미가 있는 이야기에 현란하고 재즈적인 형식미와 스타일을 부여해 완벽한 틀 속에 담은 에너지 충만한 영화다. 피가 튀는 박진한 액션과 사랑과 배신과 의리의 멜로드라마가 감독의 절묘한 셔플에 의해 강약 리듬에 따라 차곡차곡 섞어져 묘사된다.
시각적으로 야단스럽게 화려하고 장면회전이 초고속이어서 때로 기술적인 것이 이야기를 압도하는 감이 있지만 아이가 만화경을 처음 보면서 느끼는 흥분감을 만끽할 수 있는 기차게 흥미진진한 영화다.
홍콩 뒷골목의 청년으로 모든 걸 버리고 남미로 가 사는 게 꿈인 바텐더 타일러(니콜라스 세)는 동성애 애인과 다툰 뒤 헤어진 언더커버 여형사 조(캐시 추이)와 밤새 술타령을 하다가 이튿날 한 침대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이 하룻밤 장난으로 조가 임신하고 경찰 일도 그만두면서 타일러는 조를 돕는다고 전직 고리대금업자 지아저씨(앤소니 웡)가 차린 불법 사설 바디가드 회사에 취직한다.
이 서로 맞지 않는 한 쌍과 대조되는 것이 브라질에서의 용병생활을 청산하고 홍콩에서 새 삶을 찾으려는 잭(우 바이- 타일러에게는 남미가 천국이나 잭에게는 지옥이다)과 그의 만삭인 아내 후이(캔디 로). 그런데 후이는 홍콩의 막강한 트라이아드 두목 홍의 맏딸이다.
총이 없는 타일러는 장난감 가게에서 모의권총을 사다가 여기에 들른 잭과 처음 만난다. 그리고 둘은 타일러 일행이 고용된 홍의 생일파티에서 다시 만나는데 여기서 잭이 타일러에게 홍을 저격하러 온 킬러를 지적해 주면서 장난감 총을 든 타일러와 킬러간에 날렵하고 사나운 격투가 벌어진다. 이로 인해 타일러와 잭간에는 우정이 꽃핀다.
한편 파블로를 비롯한 잭의 용병 동료들(이들은 스페인 말을 하는데 모양이나 액센트가 모두 만화 속 인물들 같다)이 홍콩에 나타나 배신자 잭을 힐난하며 자신들의 목적인 홍 제거에 가담하라고 공갈친다.
파블로가 자기 신변보호를 위해 고용한 타일러는 파블로와 홍 일행의 회합장소인 호텔서 오히려 파블로 일행에게 역습을 가한 잭을 추적하면서 친구끼리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된다. 잭의 변신술이 놀라운데 호텔 안과 호텔 주차장서 장시간 진행되던 치열하고 가차없는 총격전 끝에 잭이 처치한 파블로의 돈 가방을 들고 소방호스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이 장관이다.
미겔 등 파블로의 졸개들이 잭을 노리고 그의 서민아파트 주위에서 잠복하고 있는 동안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나타난 잭과 타일러 대 미겔 일당의 대낮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다시 일어난다.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단지 내서 콩볶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며 파괴와 살상이 자행되는데 잭과 파블로의 졸개가 타잔이 넝쿨 타듯 밧줄을 타고 아파트 꼭대기서 하강하면서 공중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잭의 말에 따라 쿠얼룬역 대합실내 라커를 찾아온 후이의 뒤를 쫓아 타일러와 미겔 일행 그리고 경찰과 잭이 한 곳에 모이면서 한밤에 역 대합실과 인근 콜러시엄 꼭대기에서 가공할 액션이 벌어진다. 총격전 중에 타일러는 후이의 출산까지 도와야 하는데 누운 채 다리를 벌리고 아기를 낳는 후이가 타일러가 넘겨준 총으로 적을 향해 쏘는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킬킬대고 웃게 된다.
쿵푸 영화이자 성인용 액션 만화영화요 또 현대판 웨스턴이자 필름 느와르로 고향에 갈 수 없는 어두운 사나이들의 감상적인 한탄이다. 엄청난 살육과 염세성 속에서도 순수를 상징하는 비둘기 떼들과 함께 생명과 사랑 그리고 희망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햇살처럼 흔적을 남겨 기분이 좋다. 액션스릴러 치곤 연기들도 좋다.
등급 R. Columbia. 10일까지 NuArt(11272 산타모니카, 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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