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하향세를 걷고 있고 실업률을 증가하고 테러와 전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요즘 미국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답은 "차를 사며 기분전환을 시키고 있다"이다. 지난 10월 한달 동안 무려 173만명이 새 차를 구입했으니 이를 1년간으로 환산하면 미국인 10명중 1명은 새차를 구입하고 있다는 통계이다. 무이자로 차만 가져가라는 디트로이트의 선심공세도 전무후무한 데다가 차가 너무 잘 팔려 자정까지 딜러 문을 열어야 하는 요즘 자동차 업계의 실태를 알아본다.
일린과 메를린 러서 부부는 주식시장에서 2만달러를 잃었다. 그들의 유가증권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아이다호주 보아스에 거주하고 있는 이 은퇴부부는 그런데도 최근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을 구입했다. 그것도 밝은 빨강색으로. 번호판은 ‘나와 튀는 것’(ME N POPS)라고 달았다. 밖에서만 보면 은퇴부부의 차가 아니라 에너지가 넘쳐 어디론가 금방 달아날 것 같은 틴에이저 차 같다. 그들은 잡지에서 이 차를 보자마자 군침이 돌았다고 말한다.
1970년대 중반 오일 쇼크로 경기가 가라앉았을 때 미국 소비자들은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를 사들이며 어려운 시기를 넘겼고 1991~1992년 걸프전쟁 때는 아예 차를 덜 사며 경기저조에 대처했다. 그러나 이번은 완연히 다르다. 팬시하고 번쩍거리는 차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는가 하면 기름을 마셔대는 SUV 차량은 물론 픽업트럭에 멋쟁이 차량인 2도어 머슬 차량까지 굴비 두루미 꿰듯이 줄줄이 잘 팔리고 있다.
물론 업계에서 파격적인 ‘0% 융자’에 연말 재고처분용 ‘약 처방’을 하긴 했지만 별다른 디스카운트가 없는 머스데스 벤츠와 도요타의 렉서스 등 외제차까지 덩달아 딜러 마당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를 분석해 볼 때 업계에서 제공한 무이자 판촉은 이번 자동차 판매 붐의 한 일부분일 뿐 전체적인 그림은 아니다. 일부 딜러들이 몰려드는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정까지 문을 열어야 할 정도로 자동차 매입열기가 뜨거운 밑그림에는 경기는 언젠가는 또 다시 뜬다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가장 큰 밑받침이 되고 있고 거기에 미국산을 매입하자는 ‘애국 샤핑’ 열기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테러 이후 ‘타보고 싶은 차를 미뤄야 할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는 삶에 대한 너그러움도 자동차 매입 붐을 끌고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낭만적인 시기에 잘 팔리는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컨버터블은 10월 판매고가 1년 전에 비해 287%가 늘어나 단연 업계의 판매고 증가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뼈다귀 같은 근육질의 차량 셰볼레 콜벳도 판매량이 63%나 뛰었다.
불경기라 기름 값 걱정에 많이 팔릴 것 같지 않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은 10월 판매고가 지난해의 2배에 달했는데 이는 테러 이후 안전과 보안에 더 신경을 쓰는 데다가 비행기 대신 차로 여행하려면 차량이 튼튼하고 좋아야 한다는 심리가 뒷받침하고 있다.
수바루, 혼다 같이 이렇다할 만한 새 거래 상품을 제공하지 않은 차량들도 10월 판매고가 두 자리 숫자로 증가하고 있으며 벤츠나 BMW 같은 고급 차량은 5만달러를 호가하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융자는커녕 전액 현찰 구입도 늘고 있어 오히려 딜러들이 놀랄 지경이다. 뚜껑을 열어제치는 컨버터블은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시카고에서마저도 여전히 잘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러 이후 가족 제일주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차량에 옵션 장착이 늘고 있다. 여분의 에어백 설치를 원하는가 하면 자동차 바퀴도 더 튼튼한 것으로 주문하는 등 딜러들 매상 올라가는 일만 소비자들이 골라서 하고 있는 추세다.
무이자로 주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고 엄살을 부렸던 미 자동차 3사는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고장을 10만마일까지 보장하는 워런티 제공 등 어떤 모양으로든 현 소비자에게 돌아갔던 베니핏을 더 연장할 궁리를 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지지리 궁상떨며 아낄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며 자동차 매입 붐에 몫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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