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LA 다저스는 박찬호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있을까. 프리에이전트(FA)가 된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똑 부러지게 재계약의사를 밝히지 않고 소 닭 보듯 한 것을 보면 그렇게 절실하지 않다는 것은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다저스로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오는 7일 나온다. 7일은 메이저리그 팀들이 FA가 된 자기 팀 선수들에게 연봉조정(Arbitration)을 오퍼하는 데드라인.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FA에게 엉뚱하게 무슨 연봉조정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절차에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다. 7일 다저스의 결정에 따라 이날은 박찬호와 다저스가 공식적으로 결별하는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유는 이렇다. 메이저리그 규약에 따라 FA선수의 전 소속팀은 그 선수에 일단 연봉조정을 제안해야만 그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나갈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해당 FA선수의 등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정해진 상대팀의 드래프트 지명권과 보충드래프트 권리를 얻게 된다. 다저스의 경우는 7일까지 박찬호에게 연봉조정을 오퍼하고 박찬호가 이를 거부한다면(데드라인 19일) 박찬호가 떠나갈 경우 상대팀의 1라운드 지명권과 1라운드 보충드래프트 지명권을 얻지만 만약 오퍼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박찬호만 뺏기게 된다.
그렇다면 다저스는 무조건 박찬호에게 연봉조정을 오퍼해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메이저리그팀들이 종종 드래프트권을 놓치는 손해를 감수하며 자기팀 FA들에게 연봉조정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선수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 만약 선수가 연봉조정을 받아들인다면 팀은 내심 원치 않던 선수를 꼼짝없이 떠맡아야 하고 만에 하나 조정 청문회에서 질 경우 선수의 요구조건까지 꼼짝없이 받아들여야 하니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기 위한 욕심 때문에 걸기에는 너무 큰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다저스의 경우 박찬호에게 연봉조정을 오퍼했다가 박찬호가 만에 하나 이를 받아들이면 박찬호는 자동적으로 내년시즌 다저스 멤버가 되며, 2월중 있는 연봉조정 청문회전에 협상을 통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청문회에서 박찬호의 연봉이 결정되게 된다. 이 경우 조정관은 다저스와 박찬호측이 제시한 액수중 보다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액수 하나를 선택하는데 일단은 다저스로서 ‘상당한’ 액수를 각오해야 한다. 다저서로서는 박측에 장기 고액계약 또는 연봉조정을 통한 내년 한해 1,500만달러이상을 내줄 가능성이 있기에 연봉조정 오퍼 자체가 선뜻 택하기 부담스런, 일종의 도박인 셈이다.
그렇다면 다저스의 남은 옵션은 7일까지 박찬호에게 연봉조정을 주지 않는 것인데 이것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박찬호가 다른 팀으로 갈 때 얻을 수 있는 보상 드래프트 지명권도 잃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박찬호와 재계약 가능성이 완전 소멸된다는 것. 메이저리그 규정상 연봉조정 오퍼를 못 받은 선수는 내년 5월 이전에 원 소속팀에 돌아갈 수 없다. 한마디로 내년 시즌 시작전에 재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 봉쇄되는 것. 즉 오는 7일까지 다저스가 박찬호에 연봉조정을 제의하지 않는다면 박찬호의 다저스 커리어는 일단 막을 내리게 된다.
다저스의 제너럴 매니저 댄 에반스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와의 재계약을 고려중이라고 밝혔지만 연봉조정을 오퍼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거부했다. 연봉조정을 오퍼하지 않으면 곧바로 결별인데도 재계약을 고려중이라면서 연봉조정 오퍼여부에 확답을 피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저스가 정말로 박찬호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LA타임스는 다저스가 박찬호에게는 연봉조정을 오퍼하고 어깨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테리 아담스에게는 조정기회를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연 다저스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박찬호와 다저스의 인연이 끝날지 이어질지 결정짓는 운명의 날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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