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상태에 있었던 미국경제는 9.11테러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커다란 불확실성, 불투명성에 빠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미국경제를 전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경제불황의 요인으로는 그동안 닷컴기업 등 IT분야에 대한 과잉투자가 빚은 거품폭발과 아울러 사실상 미국 및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내 민간부문의 소비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90년대 장기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줄기 시작하던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9.11참사로 된서리를 맞았고 마침내 작년 3·4분기에 -1.3%라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했다. 곧 발표될 예정인 작년도 4·4분기 성장률도 약 -1.5%의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어떤 먹구름도 안쪽은 은빛햇살로 빛난다는 미국속담도 있듯이, 나쁜 경제상황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을 찾아야만 하고 또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테러이후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당초의 관측과 달리 오히려 경기회복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이미 하강세에 있던 미국경제는 9.11이후 하락속도가 더 빨라져서 경기의 저점을 빨리 통과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미 회복단계에 들어섰다는 아이러니컬한 분석도 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9.11테러가 항공 관광업계 등 특정 분야에는 큰 피해를 주었지만 경제전반에는 장기적으로 보아 생각보다 크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다. IMF의 분석에 의하면 테러로 인한 피해규모는 GDP의 0.25%에 불과해서 1994년 캘리포니아 지진피해규모보다 작으리라고 한다.
더 적극적인 분석을 해 본다면 테러참사로 민간부분의 소비가 위축됨은 분명하지만 공공부분, 즉 정부지출증가 등이 이를 상쇄하고 경기부양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테러피해복구비, 항공사지원, 방위비지출, 경기진작용 정부지출, 추가세금감면 등을 통한 대규모 공공지출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덧부칠 것은 미국정부가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열 한 차례에 걸쳐서 단기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금리인하정책으로 미국의 금리는 40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로써 경제회복에 필요한 유동성(자금)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수도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은 현재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 것같다. 우선 유가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단시일내에 급등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현편 이 시점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실질적인 경제요소들의 동향도 중요하지만 경제주체들이 경제를 대하는 심리나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의 경제나 증시의 동향이 갈수록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것을 보아 왔는데, 9.11테러가 주는 심리적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심리적요소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테러참사이후 집이나 자동차 등 내구재구입을 미루고 휴가계획 등을 취소했었는데 이제 소비심리가 호전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고해 주는 경기예고지표라는 것도 작년 10월, 11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기업들의 물자구매지표도 11월, 12월 연속 상승했는가 하면,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연속하락을 기록하던 소비자신뢰지수도 12월에는 드디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테러직후 사상최대의 낙폭을 보여 1조 달러이상의 자산을 증발시켰던 주식시장도 그 이후 지금까지 30%이상의 반등을 보이고 있다. 투자심리도 호전되고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새해 경제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테러사건으로 많은 인명을 잃었지만 자유, 정의, 평화, 번영을 끝까지 수호하고 추구하겠다는 미국민의 결단이 이제 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불황의 먹구름가에 회복과 성장이라는 은빛 햇살이 다시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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