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북서쪽으로 400㎞가량 떨어진 미얀마와의 국경마을 상클라부리. 험준한 산세가 병풍처럼 두른가운데 콰이강의 수원을 이루는 카오램 호수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전운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이곳에 지난 10일과 11일 밤 콩볶는 듯한 총소리가 진동하고 자욱한 포연과 매캐한 화약냄새가 가득 메웠다. 30여년 전 월남전의악몽이 재현된 것이다.
평화의 땅을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둔갑시켜놓은 ‘주범’은 영화 ‘아 유 레디(R U READY)?’의 제작진. 통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막사를 중심으로 참호와 교통호가거미줄처럼 뻗어 있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와 위장망을 씌운 기관총이 배치돼있다. 막사 앞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부대 깃발은 이곳이 ‘따이한’의 주둔지임을 말해준다.
"자! 모두 준비됐죠? 이번 신은 무조건 한번에 끝내야 합니다. 레디 액션!"
윤상호 감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자 조명탄이 솟아올라 사방을 대낮처럼 밝힌 데 이어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지며 실전을 방불케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윤감독은 "컷!"하고 외치자마자 "다친 사람 없습니까?"하며 출연진과 스태프의안위를 묻는다. 한국인과 태국인으로 구성된 다국적 제작진 사이에서는 저절로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고 소방차가 달려가 불붙은 나무에 물줄기를 쏘아댄다.
지난해 11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아 유 레디?’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판타지 어드벤처 무비를 표방한 작품. 총제작비 규모가 한국 영화사상 1∼2위를 다투는 80억원에 이르고 고화질 파나비전HD 카메라를 비롯한 최신 촬영장비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이 동원된다.
’번지점프를 하다’로 성공적인 충무로 신고식을 치른 눈엔터테인먼트의 최낙권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인디아나 존스’나 ‘쥬만지’같은 어드벤처 무비가 탄생할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 뒤 "KTB 엔터테인먼트가 윤감독의 역량과 고은님씨의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야기는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지닌 여러 세대의 남녀 6명이 테마파크의 동물공원(사파리)에서 맹수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오래 전에 문을 닫은 ‘아 유 레디관’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모험의 세계에 빠져들며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악몽과 만나게 된다.
’번지점프…’에서 인우(이병헌)의 친구로, ‘공공의 적’에서 철중(설경구)의 후배로 얼굴을 내민 유강재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등장하고 ‘친구’의 헤로인 김보경이 사파리 연구원 역을 맡았다. 이와 함께 만능배우 안석환, ‘신라의 달밤’에서 주란(김혜수)의 남동생으로 출연한 이종수, 탤런트 천정명, 아역 전문배우 박준화등도 가세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이곳으로 날아와 흡사 전투를 벌이듯 찌는 듯한 더위와, 낯선 음식과, 험한 자연환경과 싸워가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날 촬영분은 주인공 일행이 쥐떼에게 쫓기다가 월남전 상황에 맞닥뜨리자 소대원들을 모두 잃고 자신만 살아남은 아픈 기억을 지닌 참전용사 출신의 황노인이과거 속으로 뛰어들어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 나머지 일행이 자신에게 닥친 위험의 실체를 어렴풋이 감지하며 동료애를 느끼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로케 현장에 동행한 KTB 엔터테인먼트의 노재승 팀장은 "우리의 기대에 믿음을가져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흡족해했으며, ‘번지점프…’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 고은님씨는 "내 손끝에서 출발한 가상의 세계가 현실화되는 장면을 지켜보니 뿌듯하면서도 고생하는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죄송하다는 마음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아 유 레디?’ 제작진은 이달 말까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태국 촬영분을 마무리짓고 한국에서 나머지 분량을 찍은 뒤 후반작업을 거쳐 오는 7월 극장에 간판을 내걸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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