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말을 한자로는 부(父)라고 한다. 사람이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모양에서 유래된 갑골문자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돌도끼이며, ‘부’자는 돌도끼로 내리치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다.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 손도끼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다.
그것은 사냥과 전투에만 필요한게 아니라 물건을 만들거나 일할 때 두루 쓰이는 소중한 도구였다. 자식들 눈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손도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며 이는 곧 손도끼를 들고 가족을 통솔하며 먹여 살리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손도끼를 나타내는 부(父)자가 아버지를 뜻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버지들은 옛날 우리 조상들처럼 삶이 그렇게 간단하거나 만만치가 않다. 건강한 육체와 손도끼 하나만 있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때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끝없는 도전을 견뎌내야만 가정을 꾸리고 지켜 나갈 수가 있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오늘날 여성들은 원시시대처럼 먹이 물어오는 남성을 만족해하며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 남성보다 더 많은 먹이를 구해올 수 있는 여성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이혼율의 증가라고 하는 심각한 사회 현상을 몰고왔다. 가정이 위태로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날로 심각해져 가는 가정의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잡아 보자고 하는 운동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1995년에 시작된 ‘아버지 학교’라고 하는 운동이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곧 가정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가정의 문제는 곧 아버지의 문제이며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운동이다.
가정을 평화스럽고 행복한 것으로 만드느냐 폭력적이고 불안한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아버지에게 달렸음으로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산다고 외치고 있다. 실제로 아버지 학교에 온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의 아버지들에게서 폭력을 목격하며 자랐고, 폭언을 듣고 자랐으며, 가정을 돌보지 않거나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고통의 십자가를 지우고 살다가신 아버지에 대해 증언했다.
물론 모든 아버지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아버지들도 많다. 특히 이민가정의 아버지들은 말이다. 그러나 재미 한인사회에도 심심치 않게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으며, 미국인 부부는 헤어지면 친구가 된다는데 한국인 부부가 헤어지면 원수가 된다니 뭔가 한참 잘못된 느낌이다.
불과 얼마전 LA에서는 50대 한인 남성이 이혼한 전처를 향해 총을 쏘다 경찰의 추격을 받자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50대라면 적어도 20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사이요, 더구나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해 또 얼마나 고생하며 살아겠는가. 한인의 정서상 헤어진 사람과 친구로 지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원수가 되지 않기 위한 길은 없었을까.
어찌되었건 가정이라고 하는 울타리는 깨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며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는 문제의 본질을 파헤친 아버지 학교 운동은 많은 위기의 가정을 구할 것으로 믿는다. 남의 처지와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진 우리들은 옆집에서 고급 차를 사면 나도 사야하고, 사립학교엘 보내면 나도 보내야 식성이 풀리니, 자기 처지를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고가 난다.
어느 아버지가 오토바이 뒤에 아내와 아들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아들과 아내가 없더라는 것이다. 아버지 학교 어느 강사의 얘기다. 수많은 이민가정이 이 아버지처럼 살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조금은 속도를 늦추고 아내와 자녀들을 돌아보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잘못된 남성문화를 버리지 못해 아직도 가정에서 폭군인 아버지는 아닌지, 먼 훗날 내 아이들이 자라서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길 원하는가를 생각하면 오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자명해진다. 손도끼 하나로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산다. 아버지 학교 운동의 슬로건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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