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있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살해한 염승철(17)군이 40년~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진행 2년8개월만에 형이 확정된 셈이다. 사실 이 사건은 이민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공개토론의 여지가 많았으나 재판에 영향을 줄까봐 언론도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다.
이 사건에는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몇 가지 있다. 염군은 왜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무자비하게 사살했는가. 염군이 아버지를 증오해 장총을 집어든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방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마침 없었다.
그런데 왜 자고 있는 어머니에게 방아쇠를 당겼는가. 더구나 총소리에 놀라 깬 누이동생은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왜 누이동생을 죽였는가. 전혀 죄 없는 사람들이고 평소 아버지와는 달리 염군과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과정에서 이 부분의 이야기가 시원하게 밝혀지지를 않았다. 어떻게 아들이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결국 제3자의 눈에는 염승철군이 범행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으로 밖에 추측할 수 없다. 자기 어머니 죽이는 자식이 제 정신이었을까. 그런데 재판부는 염군의 정신상태가 정상이었다고 판단을 내렸고 배심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이 부분이 또 이해가 안 된다.
염군의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가. 재판과정 동안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중형이 선고되는 날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판사에게 읍소했다. 염군의 아버지가 "모든 것은 내 잘못입니다. 내가 원인입니다." 이렇게 했으면 염군의 형량을 줄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설령 아버지에게 죄가 없더라도 자식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예가 있다. 레이건 대통령 살해미수범인 존 힝클리 재판 때 그의 아버지는 "그 아이의 범행은 내가 원죄입니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들을 대신하여 옥살이 할 수 있다면 이 죄책감을 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라고 배심원들에게 눈물 흘리며 호소했다. 결국 힝클리는 무죄가 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것으로 끝났다.
염승철군 사건은 부모들이 아들에게 너무 기대를 건 나머지 무리한 과외 공부를 시키고 자유를 제한한 채 윽박질러대면 어떤 비극이 온다 것을 비극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남성들에게는 숙제 중의 숙제다. 교회에서도 부부가 어떻게 화목하게 지낼 것인가를 토의하는 부부교실은 많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애증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들’의 주인공 바자로프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아들 드미트리를 보면 부자지간의 증오가 심해질 경우 아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있는 것이 자식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가정들도 있다. 차라리 없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케이스는 미국 흑인가정의 표본조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 대해서는 프로이드가 ‘외디퍼스 콤플렉스’ 등 많은 연구를 남겼는데 그는 부자지간을 이렇게 규정지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삶에 의해서보다 죽음에 의해 깨닫는 바가 크다."
오늘의 아버지들은 자식 사랑에 있어 표현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잘되라고 한 말인데 야단치는 것으로 들리고 권위주의로 받아들여져 자녀들에게 본의 아닌 오해를 살 때가 많다. 염승철군의 아버지도 염군을 엄하게 키운다는 것이 결국 학대로 받아들여져 엄청난 비극을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자식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기술이 필요하다. 톱질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요한 자식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아버지는 집에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있는 것이다. 염승철군 사건이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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