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정수익<퍼스트아메리카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최근 각종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청색신호를 보이자 미국 경기가 이미 회복기에 들었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또한 연일 긍정적 경기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경기 침체가 사실상 끝났다는 입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GDP가 예상 밖으로 큰 폭으로 상향 수정 발표되면서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아예 없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뉴욕증시는 지난 9.11 테러 및 엔론 여파 이후의 손실을 모두 만회하며 7~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년에만 5.5% 상승했다.
이러한 경기 회복론 및 회복세의 주된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경기침체의 주범의 하나였던 제조업 분야가 최근 19개월 여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점과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및 개인 소득 증가도 지난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달 초 상원 금융위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비록 완만하나마 회복기에 들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그는 경기회복에 대해 ‘어쩌면’(maybe)에서 ‘진행 중’(well under way)으로 견해를 확실히 했다. 또 지난 주 연준리의 연방 시장공개위원회도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에 있으며 따라서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 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2002년은 확실한 경기회복으로 들어간 것인가? 대답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내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의미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 GDP 성장을 넘어 기업들의 수익 실적이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로서 는 이들의 실적이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
실제로 최근 2월 말 비즈니스협의회의 서베이는 약 75%의 기업 CEO들이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경기회복은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분야 등의 구 경제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저금리 판매 전략에 힘입은 바 크며 이 분야 기업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사실상 수익을 낼 만한 여력이 없다. 더욱이 90년대 급속한 경제 성장의 총아였던 컴퓨터, 반도체 칩, 닷컴 등의 신 경제 분야는 여전히 회생의 기미가 별로 없다.
또한 건강한 수준의 소비자 지출이 지속되어야 한다. 건강한 소비 지출은 기업의 수익 및 고용증대로 이어진다. 지난 한해 동안 거의 200만명의 미국인이 실직한 가운데도 꾸준한 소비 지출은 경기의 추가하락의 억제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미 부채 의존도가 큰 일반 소비자들이 지속적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연말까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1991년 경기침체기의 경우 실업률은 경기회복 사이클이 시작된 후 9개월이 지나서야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고실업 속의 경기 회복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기 침체에서 회복으로 전환되는 시기의 실업률은 단순 노동자나 소수 인종에게 더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타운경제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엔론 여파로 인해 미국 금융 시장이 아직도 위험한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주요 경제 우호국이며 경쟁국인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지속적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또한 최근 지속적 유가 상승 역시 경기회복의 예상 밖 장애요인으로 대두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이라크 갈등이 악화될 경우 향후 수개월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기업들의 수익 증대는 물론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금주부터는 기업들이 본격적인 분기 실적전망 발표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경제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회복세를 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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