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교육-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50) 창의력(V)
▶ 전정재 칼럼
한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근처에 웬 개가 누워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자기 개였다. 더구나 근래에는 새끼를 가져 우유도 더 주고, 잘 때도 반드시 집안에 들어와 자게 하는 등, 모든 일에 신경을 써 주며 애지중지 보살펴온 개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누구보다도 가장 귀한 이 개가 다쳐서 누워있는데 아무도 펄쩍 뛰는 사람이 없었다. 자동차 수리공인 아버지에게 손님 차에 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별 관심도 없이 대답할 뿐이었다. 정말 귀한 생명이 다친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버지는 생명도 없는 자동차 고치기에 바쁜지 생명이 아직 붙어 있는 자기 개에는 눈 길 한번도 안 주었다.
소년은 급하게 그 개를 팔에 안고 수의사에게 찾아갔다. 의사는 개가 신장을 다쳤으며 살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 개는 새끼를 밴 중인데 새끼들의 생명은 건질 수 있느냐고 애타게 묻는 소년의 질문에 수의사는 뻔한 사실을 왜 자꾸 묻느냐는 표정일 뿐 다시는 그 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무관심한 태도와 별 다른 것이 없는 수의사의 냉담한 표정을 대하며 이 어린 초등학생의 입은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몇년 후인 1968년 3월25일자 ‘National Observer’에 17세 고교생인 브레이시 왓슨(Bracie Watson)의 연구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개의 신장이식에 관한 연구였다. 그때까지는 개의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살릴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개는 다른 개의 신장을 이식 받았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앨라배마 대학의 의과대학(Medical Center)에서 성공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17세 흑인 고교생인 왓슨의 제안에 따라 의과 대학에서 그의 창의적인 용기(risk taking)와 호기심(willingness)을 인정하여 그 실험을 하도록 허가한 것이었다.
이 개의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왓슨은 다음번 실험에 들어갔다.
■두번째 실험-난자가 인공자궁(artificial womb) 안에서 자랄 수가 있나? 웰러(Edward Weller) 박사는 난자 학자(embryologist)로서 이 생각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왓슨의 실험을 허가하였다. 우선 왓슨은 쥐의 인공자궁 만들기에 전념하였다. 다음에는 쥐의 난자를 자궁에서 잘라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난자는 처음에는 잘라내는 순간 죽었다. 그러나 여러 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쥐의 난자를 인공자궁에서 14시간이나 살리는 데 성공하였다. 웰러 박사는 왓슨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앨라배마 대학에서 4년 동안의 장학금을 받게 주선하였다. 자동차 수리공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를 둔 왓슨은 생화학(biochemistry) 박사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세번째 실험-그의 두번째 실험은 쥐의 난자를 인공자궁에서 자라는 것으로 시작하였지만 나중에는 다른 동물들의 자궁에서 자라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위의 실화는 창의력의 첫번째인 상상력과 두번째의 복잡한 생각(지난 주 기사 참고바람)에 이어 세번째와 네번째 창의력인 용기와 호기심에 대한 것이다.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실제화 시키는데 과연 어떤 과정을 통과하나? 이 과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월러스(Wallas, 1926 시작)의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1. 창의력의 과정(The creative process):
A. 준비과정(preparation) 단계-이 과정은 문제 자체를 여러 면에서 평가하는 과정이다. 위의 예에서 왓슨의 개가 차에 치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죽은 개니까’ 개가 차에 치었다는 것은 안됐지만 그 이상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왓슨은 달랐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를 다쳤나, 신장이 상했으면 다른 개의 신장으로 살 수 있나, 뱃속의 새끼들은 어떻게 살리나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B. 잠복기(incubation) 단계-이 단계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생각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 지식을 편입시켜 본다. 왓슨의 경우 초등학교 때 일어난 개의 사고를 계기로 신장이식을 줄곧 생각해 왔으며, 또 신장의 구조와 수술 등 모든 지식을 동원, 생각해 왔다. 1968년만하더라도 미국의 남부엔 아직도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왓슨이 소규모의 연구를 계속했어도 신문이나 언론의 눈길을 잘 받지도 못할 때였다.
C. 해명(解明, illumination) 단계-마침내 때는 오게 되는 것이다. "아! 이렇구나!" "내가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무릎을 칠 정도로 깨달음이 선명하게 오는 단계이다. 학계에서는 이 것을 "Ah! Phenomenon"이라고 한다. 반에서 학생들이 이런 단계가 올 때를 선생님들이 "Your light bulb came on! "(머리에 등불이 켜졌구나!)라고 하시면서 좋아한다. "아! 인공자궁을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왓슨은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또 이 연구가 쥐나 개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하는 생각도 해내는 과정이다.
D. 확증 단계(verification) 단계-마지막 단계로서 이 때는 위의 3단계가 과연 현실화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단계다. 창의력이 있는 학생들이 1, 2, 3단계까지 올 수 있다 하더라도 이 마지막 확증의 단계까지 못 오면, 아무리 창의력이 강해도, 지나가는 뜬구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왓슨의 경우, 이 확증 단계까지 오는데 난자(embryo)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웰러 박사가 솔선하여 제자로 앨라배마 대학에 오도록 하였겠는가.
비록 위의 4단계를 필자는 1, 2, 3, 4로 차례차례 설명하였지만 우리의 두뇌는 이렇게 늘, 1, 2, 3, 4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1, 2, 3, 4가 한꺼번에 일어 날 때도 있고, 또 다른 때는 단계 하나가 1년, 2년, 3년이 될 수도 있다. 왓슨의 경우는 몇 년이 걸린 셈이다.
미국의 교육에선 제 1단계를 많이 한다. 이 것을 ‘problem solving’이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써 본다면, 독서의 이해력(reading comprehension)에서 How…? Why…? Elaborate…? Discuss…? Another point of View?로 시작한다. 이런 질문들은 모두 이 첫번 단계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두번째 단계인 잠복기(incubation)와 세번째 단계인 해명(illumination)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 단계는 개인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주로 project로 그 숙제를 내준다. Project가 1주일만에 해내야 되는 숙제도 있지만 한달, 두달까지도 그 시간을 준다. 잠복기(incubation)와 해명(illumination)을 충분히 하기 위해서다. 선생님들의 본의나 의도는 그런데 가끔 학생들이 ‘이 project는 한달, 두달 동안 걱정 안 해도 돼!’라는 마음 자세를 가지고 당일치기로 해버린다면 잠복기(incubation)나 해명(illumination)이 아무리 창의력이 탁월한 학생에게도 일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결론: 왓슨에겐 자신의 개가 길가에 쓰러진 것을 본 것이 동기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개가 다친 것은 안된 일이나 개는 개에 불과하지, 그 쓰러진 개를 보고 ‘콩팥이식’이니 ‘인공자궁’이니 등의 생각은 못할 지 모른다. 창의력이 있는 학생은 세상을 다르게 본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에선 주어진 문제의 답을 가르치고, 판에 박은 답을 외워서 쓰는 것으로 끝낸다. 그 언제 1. 창의력의 과정, 즉 문제 해결의 준비과정, 2. 잠복기(incubation), 3. 해명(illumination), 4. 확증(verification) 과정을 경과할 수가 있겠는가!
다행히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주입식 교육은 안 받으나 다른 형태의 주입식, 즉 TV나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창의력의 과정을 밟아 생각하는 시간의 여유를 잃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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