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가에는 골동품점이나 중고 만물상을 운영하는 한인들이 많다. 이들은 주로 1가와 3가 구간 웨스턴 애비뉴에 모여 있다. 골동품점이나 만물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들의 주변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온갖 사연들도 널려 있다.
94년부터 웨스턴과 1가에서‘곽씨농방(125 S. Western Ave.)’을 하고 있는 곽명권씨는 "20-30년에는 웨스턴 거리에 골동품점이 많았다고 하지만 LA 폭동 후 이 거리를 많이 떠났다"고 전한다. 곽씨는 30여년간 목공예만을 만들어온 전통 공예가로 골동품상을 운영하면서 한편에서는 고가구를 만들고, 수리도 한다. 곽씨는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지 장사로 치자면 오히려 옛날만 못하다"고 한다.
‘한국박물관(174 S. Western Ave.)’홍운표씨는 "골동품 마다 얽혀 있는 한국문화와 전통을 후손과 미 주류사회에 알리는 일이 보람있다"고 한다. 한 한인노인이 노름빚 때문에 소장하고 있던 80만달러 상당의 고려청자 두 점을 경매로 미 시장에 팔아버리려 했던 것을 알아채고 사전에 매입해 한국으로 되돌려 보낸 것이 그에게는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이 일을 하다 경험한 해프닝도 많다. 홍씨는 은퇴 한인이 소장하고 있던 골동품을 감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가의 불상을 발견했다. 이 한인은 중국인으로부터 이 불상을 불과 1만3,000달러에 매입했지만 실제 가격은 230만달러선. 반대로 그가 수 십년간 비싼 가격에 사 모았던 골동품중에는 상당수가 오히려 가짜로 판명되기도 했단다.
‘한국박물관’의 소장품 중에는 1894년 발간된 웹스터 영어사전에서부터 1895년에 발행된 한국우표에 이르기까지 진귀한 것도 많다.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호신용 불상은 10만달러에 호가한다. 골동품은 정확한 가격 매기기가 힘들다. 소장가와 수집가의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부르는 게 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골동품 수집가들은 한인운영 골동품점에서 싸게 구입한 골동품을 미국시장에서 비싸게 되팔기도 한다.
‘LA 만물상(111 S. Western Ave.)’남송자씨는 뜻하지 않게 횡재한 적이 있다. 거라지 세일을 통해 우연히 20달러에 형체가 분명치 않은 그림을 샀는데 이것이 후에 20만달러의 고가에 달하는 피카소 작품으로 판명난 것. 남씨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와 이 돈으로 콘도를 샀다"고 전한다.
골동품과 만물상의 차이점은 골동품이 50년 이상된 고가구나 오래된 물건을 취급하는데 반해 만물상은 실용적인 중고가구, 생활용품 위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만물상을 찾는 한인은 유학생, 이민 초년생, 타주로 이사가는 사람이 많고, 외국인 고객도 물어물어 웨스턴가 만물상 거리를 찾아온다. 만물상 주인들도 수시로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매입하기 위해 경매에 참가하고 팔 물건을 웹사이트에 올려놓기도 한다.
웨스턴가에서 10여년간 만물상을 운영해 온 ‘제일만물상’알렉산더 신씨는 "한인고객의 비율은 30%정도로 오히려 백인, 히스패닉, 흑인들이 중고 생활용품 샤핑을 위해 많이 찾는다"고 전한다. ‘제일만물상’에서 만난 백인고객 아리 콘은 "냉장고를 200달러에 샀는데 가격과 성능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웨스턴만물상(107 S. Western Ave.)’신디 윤씨는 "중고 물건을 깨끗하게 닦고 수리해 새 물건처럼 만들어 파는 것이 만물상의 매력"이라고 한다.
최근 윌셔가에 오피스를 연 에릭 차씨는 "개업하자마자 비즈니스 규모가 어떻게 확장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 사무용 가구를 들여놓기가 부담스러워 웨스턴 만물상 거리에서 가구를 들여 놓았다"고 한다. 일부 한인 만물상은 냉장고등 가전제품만 전문 취급하기도 한다.
웨스턴의 한 한인 만물상은 "간혹 야밤에 집으로 불러 가구등 생활용품을 통째로 싸게 팔아버리는 한인들을 만나면 그날은 횡재한 것"이라며 "경제사범이나 이혼 등 불가피한 사연이 있을 때는 가격도 흥정하지 않고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박흥률·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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