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개성 드러나는 집 5채 담은 영화 ‘홈 무비’
교외지역 판박이 주택등 미국문화 획일성 꼬집어
시카고 남서쪽의 조용한 교외 지역인 팔로스 힐스에 사는 발명가 벤 스코라(75)는 시어즈, 로벅 & 컴퍼니에서 산 오래된 조립식 주택을, 자기 말로 ‘미래형 전자 주택’으로 바꿔 놓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벽에서 바가 튀어나오고, 거실은 카핏 밑에 숨겨진 턴테이블 위에서 부드럽게 빙빙 돌아간다. 스코라는 35년 전에 사서 계속 뜯어고치고 있는 집 자랑에 침이 마르지만 1975년대에는 멋졌을 우주선 같은 모양의 이 집은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카메라 렌즈 모양 정문에는 덕트 테입이 붙여져 있고 안락의자의 모터는 배터리가 없어 작동되지 않는다.
스코라의 집 같은, 멋진 외관이나 유행하는 디자인, ‘리세일 밸류’ 같은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고친 독특한 집 5채와 거기 살고 있는 남다른 주인들에 관한 영화가 3일부터 뉴욕에서 상영된다. ‘홈 무비’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30년 동안 하와이의 나무 위 집에 사는 70대 할머니, 12마리의 고양이들이 놀 곳을 만들어주느라 집을 뜯어고친 샌디에고 커플, 낮에는 악어를 기르고 밤에는 에어컨 시설이 된 보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루이지애나의 사나이, 캔사스의 지하 핵무기 대피용 방공호에서 사는 부부 등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만든 크리스 스미스는 1999년에, 위스콘신주에 사는 한 아마추어 영화 감독이 아저씨에게 돈을 빌려 친구들을 출연시킨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무비’로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았던 인물로 두 영화 모두에서 미국 문화가 괴짜들에게 얼마나 적대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개성과 새로운 것의 시도에 근본을 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상당히 즐기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문화는 정반대로 획일성을 지향합니다" 천지사방에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색깔의 페인트를 칠한 집들이 들어서고 있는 미국의 주택 건축만큼 그러한 성향이 잘 나타나고 있는 곳도 없다고 스미스는 덧붙인다.
어쩌면 그 적대성은 부부간에까지 나타나는지 스코라의 두번째 아내 섀런은 10년 전, 30년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그 집을 나갔다. 스코라의 말로는 "끝없는 혁신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라는데 직장에서 돌아와 보면 부엌이 집 반대편에 가 있고 침실도 계속 바뀌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황당해 하는 목표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진짜 괴짜들은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미스는 출연자들을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일종의 향수와 함께 영화에 담았다. "저는 세상과 분리된 채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에 매혹 당해 왔거든요"
"이웃 사람들은 물론 내가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만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차이죠"라고 말하는 스코라처럼 다른 주인공들도 자기들의 괴상함을 솔직히 인정한다. 캔자스주 토피카의 1960년대 방공호에서 사는 에드워드 페덴과 그의 아내 다이애나 릭-페덴은 "나는 남과 다른 게 좋고, 우리 집은 그 생각을 확실히 보여줍니다"고 말한다.
자기 집 천장 가까이 140피트 길이의 고양이 통로를 만든 또 다른 출연자 밥 워커와 프랜시스 무니는 단순히 고양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상시켜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 집을 팔 걱정을 집어치우자마자 일이 커지기 시작, 결국 1만달러를 들인 그 일로 집 값은 3만달러나 떨어졌다.
일본의 TV 연속극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린다 비치(77)는 SUV를 몰고 웬만한 개울쯤은 그냥 건너서 하와이 섬의 숲 속에 지은 자신의 빌딩단지로 가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그 단지의 센터피스는 나무 위에 목수를 시켜 맨해턴의 아파트만큼 크고, 시설도 갖춘 오두막으로 거기서 30년을 산 것으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전화마저 끊어버렸다. 그렇게 외진데서 고령의 어머니가 혼자 사는 것이 당연히 걱정이지만 본인은 너무 좋아한다고 전한 아들 바나비 비치는 최근 어머니를 방문했지만 "도저히 끌어 내려올 수 없었다"고 했다.
원래 이 영화는 온라인 부동산 및 주택 개조회사 ‘홈스토어 닷 캄’이 주인이 디자인한 독특한 주택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 전속 광고회사가 감독으로 스미스를 기용하면서 제작된 것으로 이 회사 광고에 몇 장면이 소개됐다. 완성된 영화는 1시간 남짓으로 일반 영화에 비해 약간 짧은 길이라, ‘주다스 프리스트’ 콘서트에 온 펜들에 관한 16분짜리 다큐멘터리 ‘헤비 메틀 파킹 랏’과 동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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