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침체의 늪에 허덕이던 미국내 대도시들의 호텔업계가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텍사스 휴스턴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사회를 뒤흔든 엔론 스캔들로 인한 대외적 이미지 손상에도 불구하고, 휴스턴 호텔업자들의 얼굴표정은 밝기만 하다.
엔론 스캔들이 터진 후, 휴스턴에는 사건 수사와 관련된 워싱턴의 거의 모든 정부기관 요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휴스턴을 방문한 변호사들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휴스턴 호텔업계의 호황은 부분적으로 미디어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안드레아 예이츠라는 여성이 자기 자식들을 목욕탕 욕조에 익사시킨 사건의 재판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동안, 휴스턴 시내 4만4,000여개의 호텔 객실들은 만원사태를 이루며 9.11 이전의 원상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 1월중 집계에 따르면, 휴스턴의 호텔 점유율은 전년동기 불과 1.4%에 미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오히려 1%가 높았었다.
호텔경기가 살아난 대도시는 휴스턴뿐이 아니다.
전통적 경제 상식에 따르면 미국내 여행 경기는 현재 침체국면으로 해석되고 그것은 대체로 사실이다. 지난 1월중 미국내 전체 호텔 경기는 전년동기에 비해 6.7%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의 6%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호텔경기는 도시간 편차가 매우 심하다.
9.11 이후 객실 점유율이 두 자릿수 하락을 보인 도시들이 있는가 하면, 휴스턴처럼 원상을 회복한 도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는 9.11 이후 23%의 호텔점유율 하락률을 보였고, 세인트루이스, 필라델피아, 버지니아의 노포크 등은 전년동기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그렇다면 도시별로 호텔경기가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 휴스턴 같은 일부 도시들은 특수한 환경의 덕분을 보았다.
하지만,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의 바비 바워즈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으로 특정 도시의 호텔 객실점유율은 대체로 방문객들의 항공편 이용률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스미스 트래블은 미국내 호텔요금 및 객실점유율 동향을 추적, 분석하는 기관이다.
바워즈는 최근 몇 달간 미국내 호텔 경기를 분석해 보면, 여행자들의 비행기 의존율이 높은 비즈니스 중심 대도시 및 관광도시들의 호텔 객실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전년동기 14.6%의 하락률을 보인 플로리다주 올랜도는 세인트루이스나 필라델피아에 비해 방문객들의 항공기 이용률이 월등히 높은 도시다.
반면, 지리적 특성상 세인트루이스나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 가운데는 자가 운전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 1월중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호텔 점유율은 전년동기 대비 오히려 3% 이상씩 상승했다.
여기에다 또 한 가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바워즈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행 전문가들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여행빈도를 줄이거나 비행기 대신 차량운전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를 증명할 방증은 얼마든지 있다. 스미스 트래블의 통계에 따르면, 9.11 이후 지난 1월중 공항 근처 호텔들의 투숙률은 8.9%나 하락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속도로 주변 호텔들의 하락률은 4.2%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미국내 유명 관광지 중 방문객들 거의 대부분이 항공편을 이용하는 하와이의 호텔경기는 요즘 어떻게 됐을까.
하와이 오하우 섬의 경우, 지난 1월중 호텔 투숙률은 18.2%나 곤두박질쳤다. 바워즈는 미국 여행자들이 9.11 이후 항공여행 공포 심리를 어느 정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거리 비행보다는 유사시 신속히 귀가할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또 까다로워진 공항검색과 길어진 대기시간도 비행기 여행을 위축시키는 부차적 요인이라고 덧붙인다.
호텔 객실점유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또 한가지 요인은 비용문제다.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이 지속되면서 비즈니스 및 관광 여행객들이 과거에 비해 경비문제에 훨씬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경우가 플로리다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올랜도다. 각종 컨벤션센터와 월트 디즈니월드로 대변되는 올랜도는 방문하고 즐기기에 돈이 많이 드는 여행 목적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호텔 경기의 타격이 가장 큰 올랜도,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같은 도시의 호텔들은 경기가 빨리 회복된 타 도시 호텔들에 비해 훨씬 높은 할인가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시내 호텔들은 올해 초 호텔요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나 인하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불과 104마일 떨어진 필라델피아의 호텔요금은 같은 기간 0.9% 하락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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