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집
▶ US오픈 예선전 참가 뉴욕 온 최경주
한국인으로 사상 처음 미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의 신기원을 연 최경주(32·슈페리어)가 지난 1일 뉴욕에 왔다.
5월5일 컴팩클래식 우승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최경주는 오는 4일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의 브레이번CC(오전 8시12분)와 센츄리CC(오후 1시50분)에서 36홀 경기로 열리는 US오픈 예선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번 예선전에는 모두 150명의 프로들이 참가해 성적순으로 25명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2일 센츄리CC에서 연습을 마치고 최경주와 만나 우승 이후의 소감과 골프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2년만에 온 뉴욕,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2년 전에는 PGA에 입문한 첫해였기 때문에 분위기도 어색했고 뉴욕 한인 동포들도 저를 잘 몰랐을 겁니다. K.J Choi가 누군지, 최경주가 왔는지. 어지간한 골프광이 아니었다면 저를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PGA 3년째인데다가 지난달 우승까지 하면서 개인적으로 여유도 생겨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게 됐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뉴욕에 들어오면서 한국 같판을 많이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차도 많고 복잡한게 꼭 한국 같다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예선전 통과가 목표인데 US오픈에 출전해서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스코어는 좋다가도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성적을 잘 내는 것보다는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골프가 더 유익하다는 생각입니다.
■우승 후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컴팩대회 우승 이후 3차례 투어 게임을 치렀지만 생각만큼 갤러리가 많아지지 않았어요. 제 생각으로는 미주 한인들이 골프를 보는 것보다는 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진정으로 골프를 아끼는 애호가는 제가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저를 따라 다니며 응원을 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분들은 제가 못하면 중간에 모두 가버리더라구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우승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뜻을 이뤘습니다.
전에는 ‘한국선수가 왔나보다’였지만 이제는 조국에 대한 생각과 골퍼 최경주에게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원 좀 많이 해 주세요.
대회 때마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한인 갤러리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PGA서 최종 라운드 경기면 보통 한코스에 2만명 정도의 갤러리들이 모입니다. 이들중 10분의 1일 한홀에 모인다고 가정하면 약 2,000~3,000명 정도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쭉 늘어섭니다. 물론 메이저 대회의 경우는 몇만명을 헤아리겠지만요.
적어도 한인 팬들이 절반은 돼야해요. 한번은 존 댈리하고 같은 조로 경기를 가졌는데 댈리 갤러리만 3,000명이 넘었습니다. 저를 응원하던 300여명의 한인들은 댈리 갤러리들의 함성에 기가 죽어요. 댈리 갤러리들이 ‘댈리!’를 연호할 때 한인팬들이 ‘KJ!’로 함께 환호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한인 갤러리들은 그냥 따라다니기만 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와서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까지 PGA에서 한인 선수가 큰 활약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PGA 투어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요. 가는 곳마다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30~40년을 살아왔지만 한국 사람이 PGA서 뛰는 것은 처음 봤다’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리라 믿습니다.
■10년 동안 PGA투어카드 유지가 내 목표
혹자들은 PGA 3년 내 우승이란 목표를 이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저는 한번 우승하고 잊혀지는 선수가 되기보다는 10년 동안 125위권에 머물어 투어 카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물론 이번 우승으로 2004년까지 앞으로 2년간 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하게 되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2년 지나서 자격이 안되면 다시 PGA퀄리파잉스쿨에 가던지 일본 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10년간 투어 카드 유지가 한 두차례 우승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을 목표로 한 것은 분명히 이 기간중에 한국의 후배들이 PGA에 진출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후배들이 오기전에 3~4년 뒤 제가 한국으로 컴백하면 모든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요. 지금은 PGA 관계자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많은걸 알게됐습니다.
어떤 한국인이 당장 PGA 투어를 시작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에요. 이제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은 저런 습성이 있고 이럴 땐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대충 알게됐어요. 가끔 PGA 대회 자격을 얻기 위해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오는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제게 먼저 연락을 해옵니다.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챙겨주고 있죠.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이룬 꿈, 이제 목표는 메이저 대회
10년간 PGA를 뛰다보면 4, 5년 정도 지난 뒤 한 개 대회 정도는 우승하지 못하겠냐는 각오였습니다. 이런 각오 덕택에 이번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될까’는 천지차이입니다. 자신이 도전하는 목표가 분명한거죠.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 무대서 차례로 우승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제 소신 덕택에 이뤄진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과 말대로 이뤄진거죠.
이제 레귤러 투어는 우승해봤잖아요. 이제 목표는 메이저입니다. 이제 메이저선수가 되는게 꿈입니다. 이를 이루게되면 또 다른 차원의 목표가 생기겠지요. 구체적으로 얼마라는 기간을 세우진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이를 기대했다가 못하게 되면 ‘최경주가 맛이 갔다’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저는 절대로 그런 약속은 못해요(웃음).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도 아무런 미련은 없어요. 하지만 PGA서 뛰는 동안 메이저 대회를 반드시 정복하고 싶어요.
◆최경주 프로필
△생년월일: 1970년5월19일
△출생지: 전남 완도
△거주지: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즈
△체격: 172㎝, 85㎏
△혈액형: O형
△출신학교: 서울 한서고등학교·광주대(무역학과)
△가족: 부인 김현정(32), 아들 준호(5살), 딸 신영(1살)
△취미: 액션 영화, 스포츠(야구, 축구)
△골프입문: 88년
△프로데뷔: 93년
△일본진출: 99년
△미국진출: 2000년
△프로무대 우승 횟수: 총12회(국내: 9승, 일본: 2승, 미국: 1승)
△주요전적:
- 95년 팬텀오픈 첫 우승
- 96년 한국오픈 우승, 휠라오픈 우승,
- 97년 팬텀오픈 우승, 아스트라컵(KPGA 선수권) 우승, 포카리일간스포츠오픈 우승, 한국 시즌 상금랭킹 1위
- 98년 브리티시오픈 출전
- 99년 기린오픈(JPGA) 우승, 우베코산오픈(JPGA) 우승, 브리티시오픈 공동 48위, 코오롱배 한국오픈 우승, KPGA선수권 우승, 미국 PGA Q-테스트 통과 공동 35위
- 2000년 슈페리어오픈 1위
- 2001년 투산오픈 공동 5위, 크라이슬러클래식 공동 4위, 밀워키오픈 공동 5위, PGA챔피언십 공동 29위, 벨캐나디언오픈 공동 8위, 서던팜클래식 공동 6위
- 2002년 소니오픈 공동 7위, 벨사우스클래식 공동 8위, 크라이슬러클래식 공동 7위, 컴팩클래식 우승(5월5일)
<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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