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무료 급식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만해도 코로나에 위치한 경로회관에서만 무료 점심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10월 경로센터, 올해 1월 줄리아 해리슨 노인센터가 잇따라 오픈하면서 현재는 3곳으로 늘어났다.
위치상으로도 알맞게 배분돼 있다.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111가 선상에는 경로회관, 133가의 경로센터, 그리고 166가에는 줄리아 해리슨 노인센터가 있어 집과 가까운 곳 또는 교통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세 곳 모두 무료 중식과 여가 선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용은 약간씩 다르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특성을 구분하자면 경로회관은 교육, 경로센터는 오락, 줄리아 해리슨 노인센터는 교양 프로그램에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김모(68·플러싱 거주)씨는 "세 곳에 문의해 그날 좋아하는 음식 또는 프로그램에 따라 갈 곳을 정하고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무료 중식 프로그램서 하루를 소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괜히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철새’로 미움을 받을까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3개의 프로그램 덕분에 한인 노인들이 중식을 해결하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경로회관
관장; 소강석
프로그램 시작; 1986년 7월
주소; 38-06 111th Steret Corona, NY 11368
전화; 718-651-9220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산하 경로회관은 뉴욕시 시니어 센터 프로그램(Senior Center Program)의 지원을 받아 1986년 7월 시작한 뉴욕지역 최초의 한인 노인 무료 급식 프로그램이다.
한인 노인 프로그램의 맏형답게 등록회원수가 2,000명을 넘어 3개 기관 중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하루 이용인원은 150명 정도다.
중식은 노인국(DFTA) 담당 영양사의 감독 아래 편성된 식단에 따라 월~금요일 낮 12~1시에 한식으로 제공된다. 만 60세 이상의 노인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으며 한끼에 75센트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98년 9월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정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날 만든 음식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플러싱, 엘머스트, 잭슨하이츠, 우드사이드, 서니사이드 등 퀸즈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 노인들에게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무료 급식 외에도 각종 오락, 교육, 보건, 복지 등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경로회관이 가장 자랑하는 점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다져진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영어 교육만 해도 생활영어 A, B반을 비롯해 시민권영어, 시사영어, 교양영어, 실용영어, 기초반, 중급반 등 다양하게 강좌가 개설돼 노인들이 자신의 수준과 목적에 따라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노인센터와 달리 중국어반도 운영하고 있으며 건강이나 복지 등과 관련한 전문 강사들을 초청해 강연도 열고 있다.
▲소강석 관장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무료하고 아무래도 식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노인 무료 중식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른 사람들과 교분을 갖고 각종 여가활동에 참가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 교육뿐만 아니라 게이트볼, 스포츠 댄싱을 비롯해 각종 야외활동을 많이 할 생각이다. 장소가 협소한 게 흠인데 인근에 6,000스퀘어 피트의 부지를 확보, 새로운 공간 마련을 추진중이다.
■경로센터
대표; 임형빈
프로그램 시작; 2001년 10월15일
주소; 133-35 Roosevelt Ave. 2nd Fl. Flushing, NY 11354
전화; 718-886-2873
세 곳의 노인 무료 중식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한인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인상조회장을 지낸 임형빈 대표가 관광열차(대표 고영숙)의 도움을 받아 낮 시간 동안 장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오픈할 수 있었다. 장소뿐만 아니라 점심 식사에 필요한 각종 음식들도 많은 한인 업소들의 자발적인 기증으로 마련되고 있다.
서울식품에서는 각종 건어물, 조미료, 설탕, 마른반찬을 제공하고 무지개 사우나는 쌀과 생선, 한국선식에서는 고기, 작은돌 봉사회에서는 과일, 스마일리에서는 음식 배분 등에 필요한 1회용 그릇 등 여러 한인 업소들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주부 봉사단체인 작은돌(회장 이정숙)에서는 음식 마련에서부터 현장 자원봉사까지 거들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할머니가 아껴서 모은 용돈 1,000달러를 기증하는 등 많은 뜻 있는 한인들이 금전 또는 식품을 전달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경로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장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밴드 설비가 완비돼 매일 점심 식사를 앞두고 30분간 건강체조 교실이 열리고 이밖에도 각종 율동이나 댄스 등을 배우는 강좌가 많이 개설돼 있다.
점심이 끝난 뒤에도 노인들의 취미에 따라 개별적으로 여가를 선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댄스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몰린다. 특히 매주 금요일 오전 11~12시에는 FM코리아 주최로 노래 및 장기자랑대회가 열려 노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임형빈 회장
순수하게 한인들의 도움으로 꾸려나가는 노인 프로그램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에서 지원을 받을 예정인데 이미 관련 서류를 접수했고 오는 7월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몇 달 가겠냐’는 반응들이었지만 한인 업소들의 도움으로 잘 꾸려왔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만큼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뜻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줄리아 해리슨 노인센터
관장; 이한영
프로그램 시작; 2002년 1월28일
주소; 45-15 166 Street Flushing, NY 11358
전화; 718-961-7713
지난 1월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세 번째 무료 중식을 시작한 줄리아 해리슨 센터는 뉴욕효신장로교회 친교실을 빌려 장소가 가장 크다.
가장 나중에 생긴데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불편 때문에 아직까지는 등록회원이 76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루 이용인원이 130~140명으로 다른 두 곳의 선발 노인 기관에 비해 규모나 운영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시의원이었던 줄리아 해리슨씨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이한영 관장이 플러싱 지역에 노인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해 4년 만인 올해 마침내 문을 열게 됐다.
줄리아 해리슨 노인센터는 시예산에서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무료 중식뿐만 아니라 매달 50시간 이상의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종합노인센터를 지향하며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강좌 내용도 다른 곳과 달리 한국 전통춤, 국악, 서예, 사군자에서부터 골프, 에어로빅 등 각종 예체능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미주지회장인 정용 회장이 자원봉사하고 있는 골프 교실은 세 군데 노인 프로그램 중 가장 큰 특색을 띄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또한 노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이름을 딴 삼행시 짓기 대회를 비롯해 미술 도구 등을 구비, 각종 교양 관련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한영 관장
세 번째로 무료 중식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특색 있게 운영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했다.
이미 두 곳의 프로그램서 영어교육 등 좋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중복된 강좌를 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음악, 미술, 요리 등 교양강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시 예산이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한인들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뜻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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