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동포애 느껴"
김찬규 치과전문의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의식을 끌어낸 경기였습니다."
뉴저지주 클립사이드의 김찬규(40) 치과전문의는 스스로를 미국화(Americanize)된 전형적인 한인 2세라고 자평해왔다. 5살 때 말레이시아를 거쳐 13세에 뉴저지로 이민온 김 치과전문의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그동안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김 전문의는 이번 월드컵과 남다른 축구 사랑을 통해 진한 동포애와 뿌리를 체험했다.
김 전문의는 "세계적인 수퍼스타들이 포진한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다"며 "한국 전체가 하나가 돼 승리를 일궈낸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후 감동에 겨워 오후에야 출근했다는 김 전문의는 "세계 최고의 자이언트(이탈리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충만한 열정으로 경기를 한 한국팀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웨인힐스고교와 럿거스대학 재학 중 축구팀에서 활동했다. 뉴저지주 리빙스턴축구팀에 가입해 지난 89년과 95년, 97년의 전미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주찬 기자>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절로...
장복향 할머니
"너무 좋아요. 함께 TV를 지켜보던 다른 노인네들과 함께 덩실덩실 절로 춤이 춰 지더라구요."
아침 일찍 집을 나와 경로회관서 TV중계를 본 장복향(75·사진·맨하탄 거주)씨는 "우리 한국팀이 이탈리아와 축구를 한다는 걸 알고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 싸웠고 마지막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이경옥(55·앨머스트 거주)씨도 "우리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게임 매너는 물론 관중들의 응원 태도도 너무 깨끗해 문화시민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이경옥씨는 "특히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 선수가 경기 종료를 앞두고 멋진 오버헤드킥을 시도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일본이 16강에서 탈락했지만 한국은 연장전 끝에 역전승을 거둬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집에서 남편과 딸 셋, 그리고 딸 친구와 함께 중계를 봤는데 "모두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며 "특히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남편은 앉아 있질 못하고 서성이며 ‘졌다’고 포기했지만 나는 반드시 골을 넣을 것으로 믿고 끝까지 응원했다"고 감동을 되새겼다.
"딸 셋 모두 20대로 모두가 중학교,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시민권을 받았지만 축구 경기에 열광하는 걸 보면 한민족의 피내림 때문"이라는 이씨는 "우리 한국팀이 반드시 결승까지 진출해서 끝까지 선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
1.5세 정은옥 양
정은옥(18·프랜시스루이스고)양은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일뿐 한국인(Korean)이라고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본 뒤 자신이 한인이라는 사실을 뿌듯하게 느꼈다.
정양은 "월드컵이나 16강 진출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그러나 경기를 보면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이민온 정양은 뉴욕에 살면서도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사실은 생소하지만 짜릿한 감동으로 각인됐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번 경기를 서울플라자에서 함께 보고 싶었지만 오후의 시험 때문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정양은 "지금까지는 가족끼리 한자리에 모여 경기를 지켜본 적이 없었다"며 "스포츠에 문외한인 어머니까지 골이 터졌을 때 너무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친구들과 만나도 축구 얘기가 주화제라고 말하는 정양은 "한인 학생들조차 한국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월드컵으로 한국이 널리 알려지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정양은 이번 한국팀의 선수 가운데 황선홍 선수의 부상 투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주찬 기자>
■한인들 반응
▲결승까지 진출하길
최정연(83·플러싱 거주); 통쾌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너무 장하다. 악착같고 집념 또한 대단했다. 한국 응원단 역시 놀라웠다. 한국에서 이처럼 축구 열기가 뜨거운 줄 몰랐다. 한국이 반드시 결승까지 진출해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선수. 응원단 모두 자랑스러워
이봉상(67·포레스트힐 거주); 승리도 중요하지만 한국은 물론 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이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TV에서 보니 관중석을 꽉 채운 빨간 응원복이 너무나 인상 깊었고 극적으로 승리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민생활 스트레스 다 날려
정태치(59·뉴저지 이스트 윈저 거주); 힘든 이민생활이 보람차게 느껴진다. 가족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보며 모국에 대한 사랑과 동포애, 가족애를 동시에 느꼈다. 대한의 전사들이 자만하지 않고 세계를 계속 놀랍게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미국동료들도 함께 열광
김준표(28·뉴저지 테너플라이 거주); 직장에서 미국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함께 열광했다. 정말 모처럼 만에 느껴보는 이 짜릿한 느낌이 계속 전해졌으면 좋겠다. 오∼필승∼∼코리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파이팅 코리아!
▲ 애국심 느껴보기 처음
톰 캐플린(32, 입양아); 스포츠클럽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과 이탈리아전을 관람했다. 어려서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오늘만큼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한국인으로서 애국심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한국경기는 모두 보겠다.
(캐플린씨는 한인 입양아 단체인 AKA(Also Known As)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 동료들 앞에서 자부심
빌리 정(18, 학생, 뉴저지 모리스카운티 락스베리 거주); 모리스 카운티 락스베리 고교의 유일한 한인학생이다. 학교 축구팀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보았다. 한국이 이기는 순간 너무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같은 팀에 이탈리아계 친구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오늘만큼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빌리 정군은 지난해 뉴저지 데일리 레코드와 스타릿저지가 선정한 2001 최고의 청소년 축구선수(Boys Soccer Player of the Year)로 뽑힌바 있다)
▲ 보기드문 명승부였다.
김승종(41·뉴저지 보고타 거주); 한국선수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잘 싸웠다. 경기종료 몇 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넣은 뒤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극적인 장면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월드컵 역사상 손꼽히는 명승부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목표는 우승이다.
▲ 벅찬 감격에 울고 또 울어
김남일(34·뉴욕주 태판 거주);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태극전사들이 고마울 뿐이다. 머나먼 타향에서 오늘처럼 벅찬 감격은 처음이다. 정말 장하다. 외롭고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하며 살아가는 해외 동포들 모두는 울고 또 울었다. 태극전사, 히딩크,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 ‘이렿게 기쁠수가.." 한인들 열광! 열광!
뉴저지 서울회관도 공짜점심
⊙...이날 새벽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방영한 뉴저지 서울회관(구 신궁전) 식당에는 40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과 안정환의 천금같은 역전골이 터지자 한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8강 진출’이라는 현실의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회관은 이날 한국의 승리를 자축하는 뜻에서 점심시간을 이용, 손님들에게 무료로 해장국과 곰탕을 제공했다.
중계화면 추가설치
⊙...서울 플라자에는 새벽 0시30분부터 앞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계장소인 크리스탈 볼룸은 새벽 4시에 개관, 미리 온 한인들이 차안에서 밤을 새며 기다리는 진풍경을 보였다. 이날 볼룸이 인파로 가뜩 메워지자 서울플라자측은 이곳에 못 들어간 한인들을 위해 중계화면을 볼룸 앞에 추가 설치했다.
자녀들에 확실한 뿌리교육
⊙...퀸즈 우드사이드에 거주하는 최을섭씨는 뿌리교육을 위해 두딸 금비(8)와 수진(11)양을 동반했다. 최씨는 자녀 정체성 확인에 월드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학교 수업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한 한국뿌리 심어주기가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 "안정 찾아달라" 호소
⊙... 서울플라자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은 경기후 한인 청소년들이 북을 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의 감격 나누는 것을 지켜보다 오전 11시께 스피커로 안정을 되찾아줄 것을 호소, 이날 열기를 가라앉혔다.
미국인들도 함께 축하
⊙...한국의 월드컵 승리 소식을 들은 미국인들도 차를 타고 가다 태극기를 보고 경적을 울리거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등 한국의 승리를 함께 축하해주는 모습을 곳곳에서 연출했다.
동료 이탈리아인과 입씨름
⊙...헌츠포인트시장에서는 한인 청과인과 이탈리아계 도매상이 서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발단은 이탈리아가 1-0으로 리드하는 중 케빈이라는 이탈리아계 도매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서부터. 전화를 받은 한 한인 청과인은 가뜩이나 심란한데 약을 올린다며 퉁명스럽게 응답했다. 그러나 경기 후 길거리에서 만난 케빈은 풀죽은 표정으로 한국의 승리를 인정하며 고개를 떨구기도.
이탈리아계 주민들도 축하
⊙...이탈리아 출신들이 많은 팰리세이즈 팍에서 피자가게나 꽃집 등을 운영하는 이탈리아계 주민들은 할말이 없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일부 이탈리아 2세 주민들은 "한인동포들을 상대로 수십년 동안 비지니스를 해왔다. 부모의 고향은 이탈리아지만 우리는 미국인이다. 한국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 경적 청소년들 경찰연행
한인들 선처 호소에 단순 교통위반 처리
뉴저지 거주 20대 한인 2세 5명은 이날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들은 붉은악마 T 셔츠를 입고 팰리세이즈 팍 브로드 애비뉴 선상을 지프로 오가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수 리듬에 맞춰 경적을 울렸다. 이에 다른 차량도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길거리 한인들은 대한민국을 열창하는 등 화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한 잔 한 채 응원을 계속하다 순찰 경관에게 적발돼 운전을 하던 모씨는 경찰서로 연행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를 지켜본 본보 기자, 뉴저지 한인회 임원 등은 출동한 4대의 순찰경찰관들과 경찰서장 등에게 월드컵 8강에 오른 한국인의 정서를 감안,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한인 청년은 경적을 울린 단순 교통위반으로 벌금만 물게 됐다.
긴급 출동했던 경찰관들과 마이클 비트리 경찰서장 등은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이 이탈리아를 꺾은 기쁨을 한인들과 함께 나누고 젊은이들의 우발적인 행동을 고려, 벌금만 부과했다"며 "한인동포사회의 월드컵 열기가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김대영 기자>
▲미 언론, 한인 반응 취재 경쟁
18일 오전 10시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미 주류 언론사 기자들도 한인들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맨하탄 32가 코리아타운을 찾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 뉴욕포스트, 뉴스데이, NY1 소속기자인 이들은 코리아타운 전체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모습을 접하고 하나같이 “한인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뉴욕포스트 테니카 크로포드 기자는 “한국팀이 축구 강호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한 사실도 놀랍지만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승리에 열광하는 모습이 더욱 신기하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