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만족할 통일방안 합의 불가능
단계적 평화통일 실천해야
무관심한 1.5세. 2세 대항 통일교육 시켜야
오는 25일은 한국전 발발 52주년을 맞는 날이다. 지나간 반세기 동안 수많은 갈등과 마찰 속에서도 끝없는 대화노력으로 마침내 남북정상이 만나는 빛나는 과업을 이룩했고 이후 더욱 활발한 통일논쟁이 이어져왔다.
그렇다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후손들의 통일관은 어떨까? 지난 2000년 한국전 50주년을 맞아 본보가 한인 1.5세·2세 청소년 100명을 무작위로 선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의 청소년이 한국전쟁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47%), 일제침략(17%) 또는 한국사의 기타 다른 전쟁(4%)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우려를 낳은바 있다<본보 2000년 6월24일 A1>.
이에 본보는 지난 4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주최, `2002 평통 전미주 차세대 포럼’에서 통일에세이로 평통장학금을 받은 수상자를 초청해 지상좌담을 개최, 미주 한인 1.5세·2세들의 통일관과 역할 등을 함께 진단해보기로 했다.
■한인후세의 통일관과 문제점은?
문: 대다수의 한인 1.5세·2세들은 한국역사에 대한 이해 필요성은 물론 자신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하다. 깨어있지 못하다. 과연 이들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 6세 나이에 이민 온 나는 대학 때 북한여성과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 이북출신이라는 영향도 컸다. 하지만 주변의 1.5세·2세 한인학생 중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김: 개인적으로는 남북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또래 친구들 경우 남북문제나 통일은 한
낱 옛날이야기에 불과한 경우를 많이 본다.
■남북의 통일 가능성은? 심: 통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일부에서는 통일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과 통일 후 닥칠 혼란을 걱정하지만 기우이다.
김: 한민족 모두의 바램이었던 통일은 언제나 가능성을 품어왔다. 다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통일실현을 위한 장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문: 통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철저한 남한 중심의 통일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 독일처럼 세계사 속에서 갈라졌던 나라가 하나된 일은 계속 이어져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에도 통일의 날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통일의 시기는?
문: 상당히 오랜 기간 남북체제가 동시 공존하는 과도기적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탈북자 처리과정에서 보듯 남한 역시 통일시대를 대비한 정책이 미흡하고 북한도 마찬가지다.
심: 통일의 실현시기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방문 이후 통일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 앞으로 최소 20년에서 30년 내로 통일을 이루리라 생각된다.
■이상적인 남북통일방안은?
김: 통일 후 겪을 정치, 경제적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남북이 모두 만족할 완벽한 통일방안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우선 햇볕정책을 주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무역증대, 경제격차 해소, 군사력 축소 등을 통해 단계적인 평화통일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이: 우선 비무장지대인 DMZ를 점차 개방해 자유로운 여행과 무역을 허용함으로써 북한경제발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후 독특한 통일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심: 무엇보다 상호대립과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으로 휴전선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경제격차도 줄여야한다. 남북 긴장해소로 전쟁비용을 줄여 남북의 경제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에 사용하면 통일부작용을 적잖이 해소할 수 있다.
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하며 주변국가에게 불필요한 군사적, 외교적 위협감을 줄 필요는 없다. 통일은 북한주민의 생존권 및 인권보호와 통일한국의 국가적 우위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업이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북한도 독특한 체제를 갖춘 하나의 국가로 보고 있지만 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기아와 가난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군비축소는 안중에도 없는 북한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남한에 크게 뒤지지만 지리학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남한에 비해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문: 북한도 하나의 국가로 봐야하며 부자숭배, 주체사상 등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자세가 통일에 임하는 자세라고 본다. 그러나, 이들의 특수성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심: 공산주의 체제아래 주체성을 내세우며 폐쇄적인 노선을 추구해 오던 북한이었지만 21세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연이은 흉년과 대 홍수로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며 이젠 외국의 원조를 구걸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6.15 남북 공동 선언’으로 한민족 발전과 번영의 길을 함께 할 물꼬를 튼 것은 북한도 이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정치적 사상의 차이로 남북이 갈라졌지만 북에 형제자매를 두고 오신 실향민출신 할아버지를 볼 때면 북한과 남한은 한민족, 한나라임을 항상 느낀다.
■남북의 통일노력에 대한 의견은?
문: 현재 남한은 협상의 ABC를 망각하고 있다. 우리가 양보하면 상대방도 양보할 것이라는 지극히 순진한 생각대신 보다 지혜로운 방식으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북한 역시 남한정부의 대화노력이 지속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사실상 주사위는 북한이 쥐고 있지만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남한과 미국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발전적인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김: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해온 상황에서 통일방안과 통일 후 문제를 해결하는 합일점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평화적 통일을 공동목표로 서로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심: 이상가족 상봉 재개,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보면서 남북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차츰 통일의 실마리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일을 위한 1.5·2세의 역할은?
이: 우선 통일문제에 무관심한 한인 1.5세·2세를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상적인 통일방안 논의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해외동포들도 참여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한반도 통일문제를 외교과제 제1순위로 놓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미주한인들도 미국의 외교정책 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활발한 정치활동을 이어 나가야 한다.
김: 한인 1.5세·2세들이 보유한 능력과 에너지는 엄청나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 그들의 능력을 활용할 통로를 모르는 것이 문제다. 우선은 미국정부에 정치적인 영향력 행사를 담당해야 할 것이다.
문: 남북관계 개선, 나아가 통일을 위해 해외동포도 견인차 역할을 해야한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일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통일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미국의 협조를 얻는데 정치적, 외교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한국과 미국의 지혜로운 가교역할이 바로 우리 한인 1.5세·2세의 몫이다.
■기타 의견은?
심: 가끔 통일을 ‘이산가족만의 열망’으로 바라보고 통일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사람들을 본다. 조국의 분단은 이산가족만의 아픔이 아닌 바로 한인 1.5세와 2세들도 나서서 함께 마무리를 지어야 할 민족의 숙원이다.
2002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던 4,500만 동포가 하나되어 뭉친다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 정부의 햇볕정책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라 생각된다.
<정리: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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