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본국의 채식 열풍에 대하여 기사가 났었다. 채소가 동이 나고 육류와 우유의 소비가 줄어 축산농가의 피해가 속출한다는 것이었다. SBS-TV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히트를 하여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이다. 요즘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도 그 테입이 인기를 끌면서 채식 열풍의 조짐이 보인다. 식품을 연구하는 학도로서 기쁨 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우선 그 다큐멘터리의 모든 보고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웬만한 미국인들은 약 20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인 것이다. 그것이 왜 우리 국민을 놀라게 하는 것인가. 정보와 지식의 결핍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상업방송의 목적에 부합한 기획 덕분이다. 그 보고서는 동물 애호가, 자연과 환경보호주의자, 채식주의자, 특정 종파의 주장을 여과 없이 부각시키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채식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식품의 섭취를 의미한다. 식품은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곡류, 육류, 유제품과 난류, 채소와 과일류이다. 이것에서 육류만을 빼고 섭취하는 부류를 Vegetarian이라고 하고 유제품과 계란까지 뺀 부류를 Vegan이라 부른다.
채식에는 종교적, 철학적, 건강상 등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지구 인류의 2/3가 육류를 마련할 여유가 없어 본의 아니게 열악한 채식 생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채식은 건강식과 자연식으로 나눌 수 있다. 비슷하나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자연식의 재료는 유기농 채소여야 하는데 3년 이상 그 토양에 살충제, 제초제, 비료 등을 처리하지 않고 퇴비 등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것을 의미한다.
그 토양이 바람이나 관개에 의한 농약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해 대단위 유기농 단지가 필요한데 영세농업구조인 한국에서는 진정한 유기농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채소를 많이 먹을 수록 잔유 독성과 중금속을 더 많이 먹는 것을 의미한다. 조리의 과정에서도 인위적 노력과 첨가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료 원래의 맛과 영양을 살리는 것이다.
김치와 두부는 채식이지만 가공식이며 비지를 만들면 자연식이다. 건강채식은 자연식보다는 관대하여 채소로 여러 가지 양념을 섞어 맛있게 조리하며 계란과 우유와 생선을 소량 섭취하여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다. 대부분의 미국 Vegetarian이 이 범주에 속한다.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채식을 할 때 잘못하면 심각한 영양상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 단순히 오늘 저녁 고기 안 먹고 양상추를 많이 먹었으니 건강식을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 한인들이 주로 소비하는 채소는 배추, 무, 콩나물 등 황색채소이고 Phytochemical이 들어있는 초록 채소가 부족하다.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중국인들은 암이나 중풍같은 성인병은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그들의 채소는 박초이, 유초이, 개차이 등 주로 초록 채소인 것이다.
그 보고서는 현미를 신성불가침인 것처럼 간주되었다. 현미의 쌀눈에는 백미에는 없는 섬유소와 약 25가지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연구결과는 좀 회의적이다. 현미 쌀눈 속의 기름이 산화되기 쉽고 맹독성 발암물질을 생성, 출고 후 한달 안에 먹든지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미의 소화율은 70% 이하이고 쌀눈 속의 알레두론 층에는 Phytate Phosphorus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칼슘과 아연과 철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것이 최근의 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오히려 현미밥보다는 백미에 보리나 콩 류 등을 섞어 잡곡밥을 해먹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먹는 것은 영양소라는 유기화학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인 것이다.
맛이 없는 음식이라면 그 일차적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정성 들여 조리하여 기쁜 마음으로 먹는 음식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건강음식인 것이다. 음식문화는 냄비 뜨거워지듯 하는 유행이 아니다. 연구하며 서서히 변화해 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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