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정수익 <퍼스트 어메리카 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요즘 월가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한때 신경제의 우상이던 제2의 장거리 전화업체 월드컴이 회계조작을 통해 지난 15개월 동안 기업 수익을 엔론 사태의 거의 3배 규모이며 미 사상 최대인 약 40억 달러나 과대 발표한 바 있다고 시인했다. 불과 며칠 뒤인 금요일에는 제록스사가 지난 4년간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판매실적을 뻥튀기 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엔론 사태, 테러 위협,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가뜩이나 허덕대는 미국 경제는 금명간 확실한 회복기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증시도 신경제 중심의 나스닥과 대기업 중심의 S&P 500지수가 모두 지난 5년 최저로 폭락하며 미국 경기회복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이번의 월드컴 회계 조작 스캔들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자부하던 자본주의 윤리와 기업의 투명성이라는 두 축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월드컴 스캔들은 이미 워싱턴 정가를 강타하기 시작했고 단순히 이와 같은 기업 비리의 노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재계 및 일반 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론 스캔들 이후 말만 무성했던 정부의 기업 회계 관행 개혁 노력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 증권 거래위는 즉각 월드컴을 정식으로 제소했고 의회는 금주부터 공개 청문회를 통한 비리 조사에 들어간다.
부시 대통령도 이번 월드컴 스캔들은“분노할 만한”일로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대응의 주된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 생존 본능에서 나온다. 부시 행정부는 월드컴 스캔들의 경제적 여파가 그의 대통령직에 미칠 영향으로 좌불안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아버지가 걸프전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무능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재선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불신으로 가득한 월가와 과거 어느 행정부 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 럼스팰드 국방, 폴 오닐 재무, 증권거래위 위원장 할비 피트 등이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CEO 출신들이다. 이런 대기업 친화적 정치, 경제적 네트웍을 가진 부시 행정부가 과연 말처럼 강력한 기업 규제정책을 내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엔론 사태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조사 공약은 6개월이 지난 지금 사실상 유야 무야 되고 말았다
더욱이 부시 자신도 그의 부친이 대통령으로 있던 1990년 할켄 에너지사의 주식 부당 거래 의혹을 받고 있어 민주당의 공격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당시 할켄사 이사로 있던 부시는 할켄사 주가 폭락 몇 주 전에 85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도 처리한 후 큰 이익을 챙겼고 얼마 후 할켄사는 결국 망하고 말았다. 체니 부통령 또한 텍사스 소재 에너지 업체 핼리버튼사가 그가 CEO로 있던 1998년 회계업무에 대해 증권 거래위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서는 부시 행정부 전체가 도덕성문제로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이슈를 넘어 월드컴 스캔들은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큰 상처를 주었다. 투자자들은 증시 분석가들을 믿었고 각 기업의 발표를 믿었다. 그들은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믿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들에게는 기업 CEO, 증시 분석가, 회계사, 언론, 증시 펀드 매니저 등 아무도 믿을 구석이 없다.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경제의 불안정, 달러화 약세 및 계속되는 기업 스캔들로 미국 증시 마켓으로부터 철수할 것이며 상당기간 다시 미국 자본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 마켓의 회복 시기는 이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들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만한 증거를 여하히 보여 줄 수 있느냐에 크게 달려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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