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아동 유괴 및 실종 사건이 돌림병처럼 줄을 잇고 있다. 지난 6월 초 자신의 침실에서 납치된 뒤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유타주의 엘리자베스 스마트(14)양에서부터 얼마 전 유괴된 뒤 피살체로 발견된 캘리포니아주 스탠턴의 사만타 러니언(5)양, 23일 펜실베니아주에서 납치된 뒤 극적으로 탈출한 에리카 팻(7)양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아동유괴의 공포에 휩쓸리고 있다.
잠시도 안심할 수 없이 불안한 이런 시기에 전국 미아 찾기 센터(NCMEC)가 아동유괴 또는 실종 예방을 위한 전국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부모와 아동, 청소년들이 유괴 또는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함께 알아두어야 할 요령과 아동 유괴의 실태를 정리했다.
연방법무부(DOJ) 자료에 따르면 1990년 기준 연간 미성년자 유괴건수는 3,200~4,600여건을 기록했고 2001년 한해 기준 전국적으로 실종된 어린이의 숫자만도 7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연방수사국 FBI 산하 전국 범죄 정보센터(NCIC)에도 2001년 한해 동안 총 84만279명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이중 85~90%가 어린이를 포함한 미성년자였다. 이는 하루 평균 2,000여 건으로, 이중 72만5,000건은 경찰력을 동원해야 할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유괴범의 대부분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 2001년 기준 연방법무부에 신고된 어린이 유괴사건의 98%는 양육권 분쟁에 따른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는 기록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유괴된 어린이의 94%는 결국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전국 미아 찾기 센터(NCMEC) 자료에 따르면, 그러나 아직도 해마다 50~150여명의 어린이들이 유괴 후 살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괴 또는 실종 대상이 어린이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보다 더 위험한 범행의 표적은 바로 12~19세 연령의 틴에이저, 특히 여학생들이다.이는 현행 성폭행범의 3분의 2가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미성년 여학생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과 강간 피해자의 61%가 18세 미만의 여학생, 32%는 11~17세 사이 여학생이라는 기록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유괴 또는 실종의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NCMEC는 `No, Go, Tell’ 플랜을 제안했다.
자녀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아니오(No)’ 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어른에게는 무조건 친절하고 공손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어른이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 도움을 청하거나 길을 물어볼 때에는 주변에 믿을만한 어른을 찾아가(Go) 대신 도움을 청하도록 교육시킨다.
어린이들이 놀라거나 겁에 질려있을 때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속마음을 말할(Tell) 수 있도록 대화창구를 열어두어야 하며 부모는 자녀의 말에 귀 기울여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녀의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유괴 또는 실종된 어린이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장 최근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외 자녀의 머리 색깔, 몸무게, 키를 비롯한 자세한 신체적 특징, 진료 및 치과기록도 잘 보관해 둔다.
유괴범에게 살해당한 어린이의 74%가 유괴 후 3시간 이내에 살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사진은 신속한 추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도록 하고 절대로 혼자 집밖에 나가지 않도록 단속한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 외출하거나 밖에서 놀도록 해야 하며 자녀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도 알아둔다.
자녀와 신변안전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 자녀가 취해야 할 행동을 설명해준다. 낯선 사람이 과자나 사탕, 선물을 주는 것을 받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어리더라도 상황판단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불편한 상황이거나 느낌이 좋지 않을 때는 주변에 믿을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가르친다.
양육권 문제를 놓고 배우자 또는 가족, 친척과 불화가 있는 경우를 대비, 자녀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들까지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한다. 자녀에게는 엄마 또는 아빠의 직장 연락처와 응급 시 연락처, 부모의 친구 연락처 등을 정확히 알려줘 항상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항상 곁에서 보호하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기억하게 한다.
유괴범이 가족인 경우 대화 중 유괴나 납치 계획을 미리 암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간 대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족 중 누가 유괴, 납치했는지 알게 됐다면 유괴범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 크레딧 카드 번호 등도 최대한 신속히 확보해 두고 법적으로 자녀의 양육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서류와 장치도 미리 마련해둔다.
어린이 및 청소년의 실종 또는 유괴사건 관련 신고와 찾기 도움은 전화
(800)THE-LOST(843-5678)로 하면 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드는 일상 생활규칙
부모와 자녀가 평상시 규칙을 정해 생활하는 것이 어린이 유괴와 실종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부모와 동행하지 않고 방문 또는 하룻밤 묵고 올 수 있는 친구의 집 또는 이웃집의 목록을 작성해둔다. 동네에서도 갈 수 있는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디인지 정해둔다.
◎자녀의 이름이 새겨진 옷은 입히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더라도 자녀가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지도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집 위치, 주소, 전화번호를 기억토록 하고 응급 시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부모가 없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인지 함께 상의해 결정한다.
◎출입문은 항상 잠궈두고 자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한다.
◎친구나 친척이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면 자녀들이 방문 예정자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는지 물어본다. 외부에서 전화가 왔을 때 자녀들이 혼자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도 될 사람과 알리지 말아야 할 사람에 대해서도 자녀와 얘기한다.
◎귀가시간을 정해 놓는다. 귀가가 늦어지면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한다. 해가 진 뒤 밖에서 놀 경우 낮아진 바깥 기온에 맞는 복장으로 갈아 입히고 집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한다.
◎부모에게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쌓도록 하고 대화창구를 열어둔다. 신변안전문제에 대해 항상 주의시키고 주변 일상생활에 대해 자주 대화한다.
◎낯선 사람에게서 선물이나 호의를 받을 때는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한다.
◎부모나 믿을만한 어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다른 사람의 차에 타지 않도록 한다.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에도 자녀 혼자 보내지 않는다.
◎길을 잃었을 때 혼자서 가족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도록 가르친다.
◎`아니오(No)’라고 거절하기를 주저하지 말도록 한다.
◎수영장, 운하, 강 등 위험한 시설물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한다.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는 가족, 친구, 이웃으로부터 신원보증을 받도록 하고 자녀와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지 살핀다.
◎데이케어 센터에 맡길 경우 직원과 시설, 면허여부 및 기타 기록을 살피고 다른 학생의 부모와도 친분을 맺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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