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 사람들
▶ 한인경찰협회 회장 김성훈 경사
뉴욕시 경찰국(NYPD)에 근무하는 올해 31세의 한인경찰관 김성훈 경사(Sergeant)는 경찰관 생활 7년째인 이민 1.5세이다.
고등학교 때 이민을 와서 7년만에 경찰관이 되었고 순경을 거쳐 경사로 진급, 시경본부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뉴욕시경 산하 한인경찰관들의 모임인 한인경찰협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김경사는 서울 중동고를 1년 마친 지난 1989년 2월 부모를 따라 이민을 왔다. 처음 정착한 곳은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였으나 그 해 9월 뉴욕으로 이주하여 플러싱의 존 바운 고교를 다녔다. 이어 뉴욕시립대에 진학하여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존 제이대학으로 전학, 대학 4년을 마치고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그는 대학 재학중 경찰학도생 프로그램에 가입, 대졸 직후인 95년 경찰학교에 입학했다. 미국에 온지 6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미국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언어 부족을 극복해 가면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훈련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그는 96년 3월 정식으로 뉴욕시 경찰관이 되었다.
경찰관의 첫 직급은 순경(officer)이다. 그는 순경으로 흑인지역인 브루클린 81경찰서에 발령받았다. 처음 1년간은 도보 순찰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에는 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하게 되었다.
이 경찰서에서 4년을 근무하는 동안 약 6개월간 도박과 마약, 마사지 팔러를 단속하는 맨하탄의 Vice 팀에 근무하기도 했고 경사시험에 합격, 2001년 12월 경사로 승진했다. 그는 그후 남부 맨하탄의 주택경찰을 거쳐 1년 전부터 경찰본부의 인사부장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경사가 경찰관이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태권도를 좋아해서 도장을 즐겨 찾았는데 그곳에서 현지 경찰관들을 사귈 기회가 있었다. 그는 직업으로서 경찰관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남들이 많이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자신이 직업으로 한인들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자신도 한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기도끝에 그는 경찰관이 되기로 했다는데 한국에서 경찰관 생활을 한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경찰관은 다른 직업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다. 처음 임용되면 연봉이 3만2천달러이지만 5년 후에는 6만달러가 되고 27일간 유급휴가가 있다. 또 휴일 수당과 과외수당을 따로 받게 되며 의료보험 혜택이 있으며 20년 근무하면 연금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가끔 경찰관이 범죄자의 총격을 받아 희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찰관 직업이 위험하지는 않느냐고 물으니 그는 오히려 교통사고로 희생되는 것보다 적다면서 직업이 위험해서 그만두려는 경찰관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경찰관이 되려면 우선 경찰학교를 나와야 한다. 경찰학교의 입학시험은 연 3~4회 실시되는데 응시자격은 17세6개월 내지 34세까지의 남녀로 미국시민이어야 한다. 또 2년제 대학 졸업에 해당하는 60학점 이상을 마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년 이상 군복무를 한 경력이 있으면 된다.
경찰학교 지원자는 중범죄 기록이 없어야 하며 특히 가정폭력 전과가 없어야 한다. 경찰관은 가정에서도 항상 총을 휴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경찰학교 입시에 합격하면 체력검사, 신체검사, 개인조사, 심리조사 등 6개월에 걸친 조사기간을 거쳐 입학을 하게 된다. 또 교육기간 6개월간 경찰학, 사회학, 각종 법규, 호신술, 사격술, 운전 등의 과목을 집중 훈련한다는 것이다. 경찰관 자리에 비해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경찰학교 입학이 쉽지 않았으나 요즘 퇴직한 경찰관이 많아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한인 젊은이들이 경찰관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여 현재 뉴욕시경 산하에는 한인 남녀 경찰관이 6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한인 밀집지역인 109경찰과 110경찰에는 2명에서 7명에 이르는 한인경찰관들이 근무해 왔다. 한인경찰관들은 처음에는 중국계 경찰관들의 모임에 합류했으나 1997년 109경찰서의 심재일 형사의 제의로 한인경찰 20여명이 따로 뉴욕한인경찰협회를 결성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은 심재일 회장, 빌리윤 회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김경사를 회장에 선출했고 지난 3월 연례만찬을 계기로 정식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50여명의 회원을 가진 뉴욕한인경찰협회의 우선 목적은 한인경찰관들의 친목 도모이다.
그 다음으로 정보교륙, 업무 협력 등이다. 경찰도 조직사회이므로 연줄이 필요한 사회이다. 한인경찰들은 연례만찬과 같은 단체의 행사를 통해 경찰 고위간부들을 초청하여 한인경찰관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 경찰관들과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찰협회에는 경찰관 뿐만 아니라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원 등 사법계에 종사하는 한인들도 가입해 있다. 그래서 협회는 앞으로 사법계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한인 1.5세와 2세들을 돕고 이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또 말단 경찰관으로서 흑인지역에서 근무하는 동안 흑인과의 유대관계에서 배운 경험을 통해 한인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도 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김경사는 한인사회와의 유대강화를 위해 올해 협회 차원에서 코리안 퍼레이드에 참가하여 뉴욕의 한인경찰관의 세를 과시하겠다고 했다.
김경사는 경찰관 생활을 하는 동안 한인들과 직접 상대하는 지역에서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인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한인밀집지역에서 근무했던 한인경찰관들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한인들이 때로는 무리한 부탁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한국사람인데 이것도 안 봐주냐”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물론 경찰관이 판단해서 봐 줄만한 사안도 있지만 직무를 유기하면서 눈감아 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때 스트레스가 많고 어떤 사람은 한인타운을 기피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경찰관들이 가지고 있는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을 보면 흑인에 대해서는 너무 경찰에 대해 불평이 많고 따지려 들지만 동양인은 너무도 모르고 제대로 말도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 경찰로부터 받아야 할 정당한 대접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사는 한인들이 경찰을 너무 무서워하지도 말고 경원하지도 말고 경찰을 가깝게 생각하면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미국사회의 치안과 질서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이제 차세대의 직업으로 정착되어가는 모습을 김경사에게서 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경찰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공권력으로 가까이 느낄 뿐 아니라 한인 젊은이들의 새 직종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김경사와 한인경찰협회의 역할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이기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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