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世上事)는 다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첫 수저에 배부를 수 없다. 한 번, 또 한 번 단계를 따라 나아가므로 모든 것은 완숙해 진다. 목표를 정해 놓고 인생을 살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목적이 금방 달성되지는 않는다. 긴 시간을 지나며 노력하는 동안 목적도 목표도 완성될 수 있다.
노자의『도덕경』64장 ‘수미·보물’ 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 천리지행 시어족하.(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 뜻을 풀어 보면 “아무리 큰 아름드리 나무라 해도 털끝 같은 작은 씨앗에서부터 생겨 자라나며, 아무리 큰 아홉 층 같은 높은 건물도 작은 흙을 쌓아가며 지어지고, 아무리 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란 뜻이다.
세상사가 다 이렇듯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돼 완성의 단계로 나아감을 알 수 있다. 사람을 보아도 그렇다. 사람은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잉태된다. 그리고 약 10개월을 자궁 속에서 자란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인간은 또 긴 시간을 필요로 하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다시 태어난다.
엄마의 품에 안겨 아장아장 걷기를 시작한 인간은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을 거치는 수많은 날들을 지나 성숙해진다. 그리고 직장을 잡고 결혼해 자식을 낳아 키우며 부모로부터 완전 독립하게 된다.
그러므로 목표를 정해놓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에는 서두른다고 될 일은 없다. 노력하는 가운데 시간이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다리다 보면 될 일은 된다. 또 지나갈 일은 지나간다. 그리고 잊혀질 일은 잊혀진다.
기다리는 과정을 슬기롭게 보내려면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즐거움은 작은 것에서부터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혜롭다. 인생은 하루하루의 작은 시간들이 모여 되는 과정으로 한 평생이 엮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를 기쁘게 지내면 한 평생의 한 부분을 기쁨으로 채우게 된다. 기쁨과 즐거움이 한 토막 한 토막 모여 쌓여진다.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은 결코 부자가 아니라도 성공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이 감을 필요로 하는 기다림에는 즐거움을 동반한 인내(忍耐) 즉,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참을 인(忍) 셋이 모이면 사람도 살린다”란 말도 있듯 참지 못해 화를 내거나 이성을 잃어버리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구분되는 것은 어른은 인생을 기다림과 함께 살아오며 참을 때에는 참을 줄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숙한 인간, 인격체로서의 한 완숙한 경지에 다다르는 길이 될 것이다.
글을 쓰는 문인(文人)들과 가끔 자리를 함께 할 때가 있다. 주로 시와 수필을 쓰는 사람들이다. 문인도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님을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문인은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일기는 고등학교 대학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후 애인을 만나며 사랑의 편지를 통해 또 글쓰기는 계속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나이 50이 넘어 시인이 되었고 수필가로도 등단했다.
자그마치 문인이란 이름이 불려지기까지 그에겐 참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 작가는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 일기(日記)라는 작은 글쓰기부터 시작해 수없이 많은 글을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 그는 가끔 중·고등학교 때 쓴 일기를 들여다보며 수십 년 전 지나간 추억의 즐거움을 회상해 본다고 한다.
작가란 이처럼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님을 그를 통해 실감한다. 수십 년의 습작(習作)기간을 통해 그의 글은 다듬어진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그의 글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는 말한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습작을 통한 오랜 동안의 기다림과 인고(忍苦)를 거쳐야만 될 수 있다”고. 이처럼 세상사는 모두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작은 즐거움의 목표라도 세우자. 그리고 자신의 목적이 이룩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대나무를 보면 마디마디가 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거치며 대나무는 크게 자란다. 작은 것이 귀함을 알고 노력하며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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