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다. 이럴 때 도심의 체감온도는 건물이나 빌딩들이 겹겹이 들어차 100도를 육박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로 밖에 나가면 숨이 콱콱 막히고 아스팔트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런 더위 때는 시골 원두막에 가서 땀을 식히며 참외와 수박을 따먹던 한국의 정경이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못해 조금은 아쉽다. 이런 속에서도 더위를 식히면서, 달래면서 무더위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가능하면 일손을 놓고 산이나 바다로 잠깐 나가 더위를 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울 때 이 보다 더 이상 좋은 피서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식으로 무더위를 피해 가는 미국인들과 같이 우리도 한번 그렇게 해보면 좋겠다. “나는 집을 떠날 형편이 안돼, 가게문을 닫을 수 없어 못가” 하면서 여름 내내 자기가 하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인들이 많다.
이제는 한인들도 미국인들이 사는 방식처럼 눈 딱 감고 하루나 혹은 이삼일쯤 가게문을 닫고, 그렇지 못할 경우 남에게 맡기고서라도 훌쩍 가게나 집을 떠나 산이나 바다로 나가는 노력도 해볼 때가 되었다.
그래도 여의치 못하면 주말이라도 시간을 내어 세계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 사는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하면서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피서방법이다. 돈만 벌고 가정을 지킨다는 생각은 엄밀히 말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좁은 소견이다. 죽도록 가정을 지키고 일만 한다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뉴욕에서는 얼마든지 생각만 하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들이 많이 있다. 더운 여름철 한번 브로드웨이 쇼나 오페라,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음악회 등을 찾아 보라.
오랜만에 문화를 접한다는 기대감 때문에 무더위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너무 고급스럽다고 생각되면 극장에라도 한번 가서 시원한 에어컨 속에서 영화감상에 푹 빠져 보라.
아니면 입장료도 안 드는 동네 공원이나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 파크에라도 나가 보라. 뙤약볕도 마다하고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뭇 사람들을 보며 나무 밑에 앉아 담소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더위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사람은 더위에 대한 개념을 ‘run away from heat’ 라고 무조건 피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시원한 바다나 산을 찾아
드는데 반하여 동양인은 이기며 참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세계적으로 덥기로 유명한 인도 같은 데서는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옷을 바로 입고 화롯불을 켜놓고 그 앞에 정좌해 앉아 수도한다. 아무리 찌는 더위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닦게되면 그들에게 더위 따위는 아무런 문제 거리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위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가까운 뉴욕에서도 흔히 눈에 띠는 오소독스들을 보면 그들이 한 여름에도 검정양복에 검정 모자, 검정 넥타이, 검정코트까지 걸쳐 입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니는 것을 보면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이들의 복장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어 그들은 땀도 잘 안 흘린다. 우리가 자랐던 한국에서도 ‘이열치열’ ‘비지땀 서말 만 흘리면 더위를 모르고 지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더위를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참고 이김으로써 오히려 무더위를 더 뜨겁게 보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낸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더운 여름철 캐쉬 대나 재봉틀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일하는 것도 더위를 이겨내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 보면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인들은 더우면 피서만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도망가기보다는 더위와 싸우려는 노력들을 많이 한다.
그들은 하루 한 시간에서 두, 세시간씩 조깅을 해서 땀을 쭉 빼거나 짐에 가서 운동을 해 더위를 잊고 있다. 조깅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더위를 이겨내는 피서지수가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더위를 식히는 체온지수이다. 알고 보면 더위를 식히는 노력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당연히 오는 더위, 덥다고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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