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지역에는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관광명소가 많다.
그 중에서 서부지역 3대 협곡인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자이언 캐년(Zion Canyon)은 미 대륙의 지표면이 수 백만 년에 걸쳐 융기와 침식을 반복하면서 형성된 천변만화의 수많은 기암절벽들을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명소다.
아직 늦지 않다. 여름방학을 덧없이 보내고 있을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일상의 밀린 숙제는 잠시 잊고 수 백만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3대 협곡과 라스베가스를 관광하는 4박5일 짜리 패키지 상품의 비용은 한 사람 당 630달러 정도다. (6박7일 일정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 관광이 포함된다.) 뉴욕에서 출발하는 관광객들은 일단 항공기 편으로 LA까지 간 후 그 곳에서 하룻밤을 묶는다.
다음 날 삼호관광 여행사와 같은 현지의 대형 여행사에 집결, 한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전세버스를 함께 타고 여행을 떠난다. 본격적인 투어여행이 시작된다.
■모하비 사막
버스는 LA에서 출발, 10번, 15번, 40번 도로를 번갈아 타고 모하비 사막을 달린다. 보이는 것이라곤 옛날 서부영화의 결투장면에서 주연배우의 뒤편에서 흙먼지 바람과 함께 굴러다니던 메마른 사막의 풀뿐이다. 기온은 화씨 120도를 육박해 숨이 턱 멎을 것 같은 열기가 느껴지지만 그늘에만 가면 시원하다. 동부와 달리 습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끈적거리지 않고 실제로 땀도 많이 흘리지 않는다.
7시간을 차로 달리면 오후 5시께 캘리포니아, 네바다, 아리조나주의 접경도시이자 서너 개의 카지노 호텔이 들어서 있는 작은 라스베가스 ‘라플린
(Laughlin)’에 도착한다. 바위와 모래 투성이 뿐인 백색의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작은 도시, 라플린을 푸른 콜로라도 강이 가로지른다. 투명한 강물 속으로 팔뚝만한 잉어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바로 옆 카지노 호텔 안에선 도박꾼들이 눈을 부릅뜨고 슬롯머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랜드 캐년
라플린에서 1박 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서너 시간을 달리면 천혜의 절경, 그랜드 캐년이 나온다. 협곡의 총면적 2,680 평방 마일. 길이 278마일. 폭 18마일. 평균 깊이 1마일. 절벽 위에 서서 아찔하게 바라보는 계곡의 밑바닥엔 콜로라도 강으로 합류하는 사천이 구비구비 흐른다. 물빛은 구리 성분 때문에 짙은 코발트색을 띠고 있다.
협곡은 원래 바다였기 때문에 물고기 화석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3~600만 년 전 화산의 폭발과 함께 바다의 지표면이 융기된 후 형성되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침식작용을 일으켜 매년 조금씩 변한다. 그랜드 캐년은 그래서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절벽 위의 전망대(View Point)를 버스로 타고 도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보면 협곡이 얼마나 넓은 지 짐작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절벽을 따라 조성된 전망대를 순례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탄성을 연발한다. 교회성가대가 단체관광을 올 경우 협곡의 장대한 위용에 감명을 받아 즉석에서‘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이라는 찬송가를 꼭 부르더라는 가이드의 말처럼 그랜드 캐년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압도한다.
1540년과 1580년 이 곳을 발견한 최초의 백인은 스페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랜드 캐년을 보고 탄복해 무릎을 꿇고“그란데(스페인어로 크다,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나 확인 할 길은 없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최초의 이주자들이 들어와 인근 플리마우스 록(Plymouth Rock)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869년 남북전쟁의 퇴역군인인 존 웨슬리 파월 대령이 이 곳을 최초로 탐험한다.
그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 이 지역을 72일 동안 탐험한 후 이를 기록으로 남겨 널리 알렸고 1870년 산타 페 철도회사가 그랜드 캐년에 철도를 개통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국립공원 지정은 훨씬 뒤인 1919년의 일이다.
그랜드 캐년 협곡엔 아직도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어 나바호 등 5개 부족의 인디언이 살고 있다. 나귀를 타고 협곡 아래에 내려가 인디언 마을을 방문해 그들의 생활상을 보고 오는 1박2일의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그랜드 캐년을 조망하기 위해선 19인승 경비행기 관광을 하면 된다. 경비행기 관광은 당일의 기상조건이 나쁘면 어쩔 수 없지만 날씨가 좋으면 약 1시간동안 상공을 날면서 발 아래 펼쳐지는 드넓은 협곡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비용은 110달러.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몰몬교로 유명한 유타주로 들어가 케납이라는 시골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버스 편으로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으로 향한다.
브라이스 캐년은 진기한 붉은 첨탑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수 백 개의 첨탑들은 마치 사람과 동물들이 갖가지 자세로 서있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우뚝 솟아 있다.
그랜드 캐년이 웅장하고 힘이 느껴지는데 반해 브라이스 캐년은 여성적이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다양한 형태의 탑들은 거대한 호수의 바닥이 융기된 후 점토와 모래 등의 퇴적물이 얼음과 눈과 바람의 영향을 받아 떨어져나가면서 생긴 것이다.
점토질의 붉은 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첨탑의 상단은 철분성분으로 인한 백색의 띠를 두르고 있다. 일몰과 일출 때 굴절된 태양광선과 어우러져 가장 현란한 환타지를 연출한다고 하나 상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브라이스 캐년 역시 매년 달라지는데 겨우내 덮혀 있던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모래와 점토 질이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브라이스 캐년은 그래서 겨울이 지나면 새롭게 탄생한다. 브라이스 캐년에서 2시간을 더 가면 자이언 캐년이 나온다.
■자이언 캐년
자이언 캐년은 그랜드 캐년이나 브라이스 캐년에서 처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바라본다. 관광버스는 협곡을 따라 6.5마일에 이르는 좁은 도로를 달린다.
좌우로 병풍처럼 둘러진 기암절벽들이 군대의 의장대처럼 버스를 호위한다. 웬만한 건물 보다 더 큰 암벽들 사이사이로 태권도 격파시범 때 사용하는 송판 같은 편무암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실제로 협곡 곳곳에서 무너져 내린 바위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그랜드 캐년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높은 곳에서 멀리 협곡의 아래를 보는 관광객들에게 박진감을 주지 못한다. 자이언 캐년은 다르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천애절벽을 천천히 달리는 버스의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이 곳의 기암절벽은 그랜드 캐년의 것 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래서 더 크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진입로는 동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 등 3곳이 있다. 그 중에서 동쪽에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코스의 마지막에 터널을 만나기 때문이다. 버스로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5분 여 남짓. 이 짧은 시간에 관광객들은 자이언 캐년의 진수를 보게 된다.
터널 내부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아 터널의 양쪽 입구엔 가드가 있어 한 쪽에서 차가 진입해 반대편 입구로 빠져나간 뒤에야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통과시킨다.
터널 안엔 절벽 쪽으로 암벽을 뚫어 만든 3개의 창이 있을 뿐 조명시설이 없다. 버스가 터널에 진입하면 말 그대로 어둠뿐이다. 그러나 버스가 칠 흙 같은 어둠 속을 달리다 창이 있는 곳을 도달하는 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육탄돌격을 해오는 천혜 절경이 짜릿하다. 3차례 반복되는 이와 같은 극적인 순간이 자이언 캐년 관광의 하일라이트이다.
자이언 캐년 휴게소에서 여유 있는 점심식사로 3대 협곡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은 다음 목적지인 지상최대의 도박도시 라스베가스로 향한다.
<최정묵 기자> <취재협조 LA 삼호관광>
■[인터뷰] 삼호관광 가이드 케빈 김씨.
"가이드는 박사 아닌 박사죠"
“여행은 먼 곳부터 해야 합니다. 가까운 곳은 더 늙고 힘없을 때를 위해 남겨 놓아야지요”뉴욕 한인 임영근(67. 락클랜드 뉴시티 거주), 임정옥(61)씨 부부는 그랜드 캐년 관광이 두 번째이다. 4년 전 다녀왔지만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을 보지 못해 이번에 다시 관광을 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만큼 사람을 젊게 하는 것은 없다며 1년에 한번은 꼭 부부동반 여행을 한다고 밝히는 임씨 부부가 사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4~5년 전 부인 임정옥씨가 갑상선 부종을 앓으면서부터다.
이민생활 23년의 대부분을 부인과 함께 웨체스터와 브롱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해 온 임씨 부
부는 그 동안 힘들여 이뤄 온 세탁소를 팔고 힘든 이민생활로 인해 지친 마음과 몸을 쉬기
로 결정했다. 두 아들이 대학교를 졸업해 취업하고 출가한 것도 임씨 부부의 이 같은 결단
을 가능케 했다.
부부는 그 후 부인의 병 치료를 위해 꾸준히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면서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 엘로스톤과 록키산맥도 다녀왔고 작년엔 알라스카도 다녀왔다. 그 덕분에 부인 임씨의 병세도 상당히 좋아져 지금은 활동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키며 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해는 가지만 딱한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옛날엔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건강이 제일 아닙니까? 이제는 눈에 좋은 것만 보면서 여생을 즐길 겁니다”
지금은 부부가 파타임으로 적당히 일하면서 마음 편히 가지니 생활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며 서로 눈웃음을 짓는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큰아들을 더 늦기 전에 결혼시키는 것.
건축가인 둘째는 명문대를 나와 연방정부에 취직한 미국인 여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장남이 아직 장가를 안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 웨체스터의 한 시니어센터에서 경리담당 수퍼바이저로 있다는 아들 자랑이 대단하다.
<최정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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