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퍼레이드 역사와 의의
세계의 수도 뉴욕, 그 중심부인 맨하탄 브로드웨이는 해마다 한차례씩 한복과 화려한 꽃차로 수놓아져 한나절 동안 한국으로 변신한다. 뉴욕 한인 이민사와 맥을 같이 해온 코리안 퍼레이드가 열리기 때문이다.
평소 차량 소통마저 원활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인도에는 수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지만 ‘코리안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이면 그 모습은 사뭇 다르다.
차량 통행이 끊긴 거리에 힘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위풍당당한 뉴욕시경 기마대가 대형 태극기와 대형 성조기를 인도하면 브로드웨이는 마침내 ‘코리안 퍼레이드’의 위용을 드러낸다.
풍물패가 흥겨운 가락과 몸짓으로 축제의 시작을 맨하탄에 고하고 뒤따라 한인사회와 미국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 그랜드 마샬로 행진을 리드한다. ‘코리안 퍼레이드’의 명물이 된 화려한 꽃차들이 저마다 맵시를 뽐내면서 자태를 드러내면 꽃차 위에서는 한복과 혼례복, 궁중복 등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각종 무용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길거리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부채춤, 바라춤, 장고춤, 북춤, 탈춤, 승무, 농악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하고 현란한 한국의 전통 춤들이 길거리에 모여든 20여만 군중의 혼을 빼앗으면 어느새 박력 넘치는 태권도 시범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문득 정신을 되찾은 군중들은 ‘원더풀 코리아!’를 외치며 브로드웨이의 인도를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로 장식한다.
이것이 미 동부지역 한인사회 최대 행사이자 한인들의 자긍심과 위대한 민족적 자존심을 한껏 살려주는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의 ‘코리안 퍼레이드’다. 79년 추석을 맞아 뉴욕한국일보가 브로드웨이 32가에서 농악 퍼레이드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첫 행진을 시작했고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다가 지난해 9.11 테러로 취소되는 바람에 2002년인 올해 제22회 퍼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매년 뉴욕에서는 150개가 넘는 각종 민족, 종교, 단체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지만 코리안 퍼레이드는 시작 5년만에 종합평점 13위를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뉴욕시의 우수 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 행사를 주관하는 뉴욕한국일보사의 공로를 기념해 92년 제13회 행사에서는 뉴욕시의회 앤드류 스타인 의장이 퍼레이드 당일을 ‘한국일보사의 날’로 선포했다. 98년 제19회 행사에서는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가 본보 장재민 발행인에게 ‘뉴욕 한인의 날’ 선포문을 직접 전달했다.
이러한 주류사회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코리안 퍼레이드’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 특히 복합 문화가 혼재돼 있는 세계의 도시 뉴욕서 한인의 위상과 미국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널리 알리고 여타 민족이 섞여있는 주류사회와 보다 밀접한 교류와 상호협조를 이뤄나가는 ‘축제’로 승화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의의와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코리안 퍼레이드 주요 연혁.내용
⊙ 1회: 80년 10월18일. 주제: 자랑스런 배달민족
맨하탄 심장부 브로드웨이를 따라 42가부터 23가까지 차량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미동부 지역 최초의 한인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뉴욕시경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약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역사적인 첫 코리안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한인 2만여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메었고 거리를 가득 메운 8만여명의 관람객들도 한인들의 행렬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히 뉴욕에서 처음 선을 보인 19대의 꽃차는 첨성대 등을 형상화해 한국의 문화 수준을 세계의 중심에 널리 알렸다. 휴 캐리 뉴욕주지사는 10월 첫째 토요일을 ‘뉴욕주 한국의 날’로 선포했고 데일리뉴스는 이튿날 신문에 3개의 사진과 함께 코리안 퍼레이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2회; 81년 10월3일, 주제; 성장하는 한인사회
행진 참가인원이 첫해 1,500명에서 3,000명으로 두 배 늘면서 퍼레이드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큰 성장을 했다. 에드워드 카치 뉴욕시장이 그랜드마샬로 참가했고 킴 실브레드 81년 미스USA와 김은정 80년 미스코리아가 우정 출연하는 등 코리안 퍼레이드는 2년만에 뉴욕의 주요 행사가 됐다.
⊙ 3회; 82년 10월2일, 주제; 한미수교 100주년
행사참가 인원이 약 150개 단체 4,000여명으로 늘어나는가 하면 꽃차 행진순서를 정하기 위해 추첨이 실시되는 등 열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했다. 더구나 코리안 퍼레이드가 맨하탄 주요 유명 연례 행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한인 3만여명을 포함해 약 11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거리를 꽉 메워 인산인해를 이뤘다.
⊙ 4회; 83년 10월1일, 주제; 대한항공기 피격희생자 추모
대한항공 여객기가 피격되는 참사 속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88서울올림픽의 대대적인 홍보도 함께 펼쳐졌다. 궁중복 등 전통의상 소개를 비롯해 꽃차 위에서 고유 문화를 알리는 6막 연극도 열렸다.
⊙ 5회; 84년 10월6일, 주제; 화합하는 한인사회
오전 중 뉴욕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행사 진행 여부를 묻는 문의가 한국일보로 쇄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20분을 앞두고 행진 구간에 거짓말같이 비가 그쳐 예정대로 성대하게 퍼레이드가 열렸다.
⊙ 6회; 85년 10월5일, 주제;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리나스 코젤리스 대외연락부국장을,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존 니카스 수석보좌관을 참석시켜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주관사인 뉴욕한국일보는 관람객들에게 2만개의 태극부채를 배부해 큰 호응을 얻었다.
⊙ 10회; 89년 10월14일, 주제; 통일한국
행사 관람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카치 뉴욕시장과 루돌프 줄리아니 공화당후보 부인 다나 하노버 여사, 데이빗 딘킨스 민주당후보 부인 조이스 딘킨스 여사가 공동 그랜드마샬로 참가했다.
⊙ 11회; 90년 10월13일, 주제; 인종화합과 평화
브루클린 처치 애비뉴 한인청과상에 대한 흑인 시위로 야기된 인종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계 소수민족이 적극 참가했다.
⊙ 12회; 91년 9월21일, 주제; 남북한 유엔가입 경축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축하하는 퍼레이드로 거리에는 태극기, 성조기, 유엔기 물결이 넘쳐났고 흑인 데이빗 딘킨스 시장이 한복을 입고 참가해 박수를 받았다.
⊙ 13회; 92년 9월26일, 주제; 대전 엑스포93
한국의 유엔가입 1주년을 기념해 ‘한국 주간’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가운데 코리안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열렸으며 뉴욕시의회 앤드류 스타인 의장은 행사 당일을 ‘한국일보사의 날’로 선포해 뉴욕한국일보 창간 25주년을 축하했다.
⊙ 19회; 98년 10월4일, 주제; 21세기를 향한 전진과 도약
퍼레이드에 참가한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가 이날을 ‘뉴욕 한인의 날’로 선포하고 본보 장재민 발행인에게 선포문을 전달했다. 파타키 주지사 외에도 알폰스 다마토 연방상원의원을 비롯 베시 맥코이 부주지사 등 다수의 저명 정치인들이 참석해 한인 차원을 넘어서 뉴욕시의 주요 행사로 관심을 모았다.
⊙ 20회; 99년 10월3일, 주제; 새천년과 2002년 월드컵
코리안 퍼레이드와 함께 맨하탄 32가에서 한민족 고유 시장인 ‘야외장터’가 선보여 한인을 비롯해 주류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서 장동건을 비롯해 한재석, 양파, 방실이, 장현 등이 참가한 대규모 연예인단 공연도 벌어졌다.
⊙ 21회; 2000년 10월1일, 주제; 새천년 세계속의 NY, 우리는 하나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 유산을 미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는 행사로 치러져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 코리안 퍼레이드 어떻게 진행되나
올해 22회째를 맞는 ‘2002 코리안 퍼레이드’는 의미가 깊은 만큼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먼저 지난해 퍼레이드를 부득이 취소하게 만든 9.11 테러 사건 발생 1주기를 맞아 한인 유족회를 비롯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코리안 퍼레이드’ 자체는 미 동부지역 한인 최대 축제이지만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만 3,000여명이 넘는데다 한인들도 18명이나 포함돼 있어 행사 내용에서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추도 묵념 등이 계획 중이다. 9.11 한인유족회 김평겸 회장도 "미 동부지역 최대의 한인 행사인 코리안 퍼레이드에 유가족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건지 협의 중"이라며 "한인 최대의 축제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고인들의 넋을 기리면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추모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의 협조와 동참도 요구된다.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가 전통적으로 10만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테러 1주기와 겹치면서 미국 각지의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와 한국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 없는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
뜻있는 한인들은 "행사 관련 차량과 각종 구조물에 100주년 홍보 스티커 또는 깃발을 부착하고 거리의 관객들에게는 관련 홍보물을 배부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며 "더구나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퍼레이드에 직접 참가해 한인 뿐 아니라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100주년 기념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행사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활약이다. 지난 6월 월드컵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활발하게 응원전을 펼쳤던 한인 젊은이들은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에서 다시 한번 월드컵의 감동을 재현해보자"며 "브로드웨이와 32가에 ‘대~한민국!’과 엇박자 박수를 울려 퍼지게 해 세계4강에 오른 한국의 저력을 주
류사회에 다시 한번 알리고 단합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한인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행사 주최측은 관련 단체들과 협의, 사상 최대의 코리안 퍼레이드를 준비중이다. 또 행사 의미가 큰 만큼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상원의원 등 주류사회 유력 정치인을 그랜드 마샬로 초청해 행사의 무게를 더할 예정이며 농악 등 민속 무용 공연과 태권도 시범, 한인 입양아 단체 초청 등 전통 행사도 보다 다채롭게 꾸밀 계획이다.
특히 코리안 퍼레이드와 함께 행사 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2가 5애비뉴와 브로드웨이 사이에서 열리는 ‘야외 장터’ 행사야말로 한국의 전통 음식과 놀이문화 등을 주류 사회 등에 알릴 수 있는 최대 기회라는 판단 아래 참가 업소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30~40개에 이르는 한인 업소들이 참가를 문의 중인데 고유 음식 소개와 한국 전통 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 중이며 한국의 유명 연예인 참가도 섭외하고 있다.
■150여 뉴욕 행사중 5년만에 13위 규모
뉴욕은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전세계 157개국 출신의 민족들이 모여 산다고 하는 뉴욕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국제도시다. 그만큼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민족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고 살고 있기도 하다.
이들 민족들은 자신들의 정체성 확립과 민족적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연중 벌이고 있다. 매년 숱한 퍼레이드가 새로 생기고 사라져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소수민족을 포함해 각종 행사, 단체 등이 벌이는 퍼레이드는 매년 평균 150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유명한 민족 퍼레이드로는 아이리쉬계의 세인트 패트릭데이 퍼레이드, 이탈리아계의 콜럼버스 데이 퍼레이드, 폴란드계가 벌이는 풀라스키 퍼레이드, 중국계의 구정 등이 꼽힌다.
이들 행사는 이미 민족 고유의 행사를 넘어서 뉴욕시 주요 축제의 하나로 성장해 관광상품으로 꼽힐 정도가 됐다. 아직 ‘코리안 퍼레이드’는 이들 행사에 견줄 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80년 첫 퍼레이드를 시작한지 5년만에 행사 규모와 내용 및 참가인원 등을 평가한 종합 점수에서 13위에 오르는 등 확실한 자리를 구축했다.
■ 김석주 뉴욕한인회 회장
"모든 한인 참가하여 사상최대 행사 이루자"
"2002코리안 퍼레이드는 모든 한인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참가해 사상 최대의 행사가 돼야 합니다."
뉴욕한인회 김석주 회장은 "지난 6월 월드컵 대회서 우리 한인들은 조국과 우리 민족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며 "특히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는 이민 100주년을 앞두고 우리가 미국에서 100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민족인지 주류사회에 알릴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100주년 기념 사업이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코리안 퍼레이드야말로 모든 행사의 클라이맥스가 돼야 한다"며 "동포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브로드웨이를 누비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인회에서는 지난 9일 뉴욕 지역, 직능 단체장 연석회의를 개최해 모든 단체들의 참가를 약속 받았고 별도로 미국 전역 한인회 회장단 모임인 미주총연 대회를 코리안 퍼레이드와 맞춰서 뉴욕에서 열 예정이다.
김회장은 "미 전역의 각주에서 오는 한인 단체장들만 80여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회장단들이 모두 자신의 한인회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가할 계획"이라며 "한인 단체장들은 행사 3일전부터 전야제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가한 뒤 코리안 퍼레이드에서 직접 행진함으로써 대미를 장식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한인회 이영규 이사장은 이와 별도로 일본,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한인회와 함께 정기 교류 협약을 맺고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 참가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김석주 회장은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를 위해 조병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회장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 받았다"며 "올해만큼은 행사 개최 의의가 남달라 사상 최고, 최대의 코리안 퍼레이드가 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의 역량을 결집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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