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의 권익신장과 한인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사람 하면 선뜻 떠오르는 여성이 있다.
AWCA의 장화인 회장(55). 그는 한인 YWCA와 그가 현재 맡고 있는 AWCA(뉴저지 가정상담소)의 오늘이 있기까지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이 두 기관을 설립할 때는 물론, 지금까지 뉴저지 가정상담소 발전에 초석이 됐던 인물이다.
그의 뜻에 따라 설립된 이 두 기관은 이제 한인사회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봉사단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인YWCA는 어린이에서부터 청소년, 노인을 비롯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배움과 친선, 오락의 장으로, AWCA는 한인가정의 밝은 미래를 위한 횃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 기관의 설립멤버로서 그 중에서도 지난 20년간 이사로 있으면서 AWCA를 조용히 뒤에서 밀어온 그가 지금 이 기관을 2세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토대마련을 위해 전선에 나섰다. 말하자면 1세와 2세와의 사이에 교량 역을 하기 위해서다. 뉴욕 YWCA와 AWCA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장 회장이 이런 활동을 해온 데는 남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미 지금의 부군인 이원규 박사(57)와 같이 한국에서 대학교 시절부터 Y운동을 해온 사람으로 이들 부부는 이 당시 YMCA 활동을 하다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커플이다. 당시 연세대 의대 본과에 재학 중이던 이원규 박사는 YMCA 전국대학생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미국에 와서도 72년도 플러싱 한인YMCA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YMCA의 실행이사로 있는데 지난해에는 자원봉사 30년 경력을 인정받아 골드 트라이 앵글 자원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장 회장 부부는 Y운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장 회장은 이화여대 재학 시 이미 YWCA 전국 대학생 회장으로 필랜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할 만큼 Y운동에 두곽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기독교정신 교육을 받은 것이 바탕이 돼 그는 미국에 와서도 한국에서 서울 YWCA 자원봉사로 있을 때 Y 간사로 있던 총인숙씨(현 뉴욕한인 YWCA 고문)와 만나 뉴욕 YWCA활동을 초창기 같이 돕다 뉴저지로 이주한 후 80년도 뉴저지 주부클럽에서 AWCA 전신인 뉴저지 YWCA 활동을 시작했다.
장 회장은 이 단체의 초대회장을 5년 역임하고 나서도 이번에 다시 회장을 맡기 직전까지 지난 20년간 계속 자원봉사자, 총무 일을 맡아가며 뒤를 돌보아 왔다.
뉴저지에서 그가 시작한 YWCA는 83년도부터 미국 몽클레어 Y, 이어 버겐카운티 Y소속으로 있다가 87년도 아웃 리치 프로그램으로 New American Program을 포트리에 개설, 봉사기관의 명칭을 AWCA로 바꾸면서 가정상담을 위주로 한 사회복지, 노인복지, 청소년 상담, 정신상담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끊임없는 그의 관심과 지원 하에 지금 이 기관은 전문의, 박사 등의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큰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Y 산하에 있었던 이 기관이 지역사회 단체로 탈바꿈하는데는 미국 YWCA 속에서 활동하는데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 커 지역사회를 위한 기금을 조성키로 합의, 3년 전부터 이름을 AWCA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비영리단체 허가를 받아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초창기 회장직을 끝낸 후 ‘절대로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은 그 동안 뒤에서만 소리 없이 보조해오던 그의 20년간 침묵을 깨뜨렸다. 2세들을 위한 발판마련이라는 명제 앞에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반드시 이 기관을 세대교체를 위한 기관으로 바꾸겠다며 획기적인 계획들을 마련했다. 우선 한인사회에서 같은 취지로 일하는 봉사기관들과 연합하고 유스 앤 패밀리 같은 봉사기관과 협력해 AWCA장소를 빌려주고 그 기관의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지도자가 없이 방황하는 뉴저지 지역노인회를 영입, 활동을 도와주고 10명의 여성변호사를 자원봉사자로 두어 가정폭력 세미나 등으로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그는 특히 "요즘 펠리사이드 팍 지역에 한인들의 문제가 너무 많다" 면서 정화운동 차원에서 펠팍사회 참여회를 만들어 좋은 미국시민이 되기 위한 ‘바른 삶 실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내가 먼저 바른 사람되고, 바른 삶을 통해 내 이웃부터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 학부모들에게도 도서관 기금, 학교기금을 주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과 활동을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 장 회장은 이번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이사진을 대거 영입, 3,40대 전문가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런 일을 장 회장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친구가 되어준 남편 이원규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 병원장이던 이용설 박사의 손자이고, 연세대 의대를 거쳐 전주 예수병원 부원장으로 있던 이근영 박사의 아들로서 선대가 모두 의료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더욱 큰 요인은 장 회장 자체의 뚜렷한 의식에다 자아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정확한 주체성을 갖기 위해 85년도 프리스턴 신학교에서 M.Div를 취득하고 예일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차로 몇 시간씩 오가며 5년간 통학하며 공부했다.
낮에는 아이들 돌보고, 밤에는 남편을 보살피며 새벽 2시까지 공부하면서 고생 끝에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브롱스한인교회 첫 여성장로로서 당회의 결정에 따라 청빙목사로 영어 및 한국어 설교를 맡고 있다.
바쁜 몸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집안에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소홀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남편에게는 자상한 아내로서, 그리고 뜻이 통하는 친구로서, 결혼한 아들 잔(31.예비의사)과 미혼인 둘째아들 찰스(30.예비 변호사), 딸 줄리씨(28.투자회사 근무)에게는 항상 따뜻하고 정감있는 어머니로서 자리를 잃지 않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한다.
아내로서 여성운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 정한 룰이 ‘절대 자기 본분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가 가정에 충실하면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사회활동을 하더라도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이들부터 먼저 돌보고 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점을 다른 여성들에게도 강조해 ‘남편이 조금이라도 싫어하면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이른다는 것, ‘가정의 평화가 먼저 돼야 사회평화도 있게 마련’이라며 ‘활동을 하려면 남편을 충실히 내조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정립하는 여성이 될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로서도 아이들과 언제든지 연락하고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는 것을 제일주의로 삼고 있다고. 그래서 아이들과만 연결할 수 있는 핸드폰을 항상 켜놓고 있다고 한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성공적인 자녀교육은 삶을 통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심어진 ‘남을 위해 일하고 사회를 위해 일하라’는 자원봉사 정신 때문에 지금까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말을 했으면 항상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사회에서는 각자가 롤 모델이 돼라’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남을 위해서 살라’고 강조한다면서 미 주류사회에 진입하는 한인이 여기 저기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지 조그만 그릇으로 쓰여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이번 9월부터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에 두 번째로 새로이 마련한 사무실에서 상담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오는 20일 컬럼비아 대학에서 레이가드 교수와 민병갑 교수가 초빙강사로 열리게 될 바른 삶 실천운동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쉬지 않고 뿌려온 씨앗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보탬이 되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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