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자천주교회 창립 25주년 계기로 본 OC 한인 천주교계
3개 교회에 신자 2,000여 가정으로 성장, 사제 4명, 부제도 2명
한국순교자천주교회(주임 강요한 신부)가 지난 22일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1977년 4월, 남가주 최초의 한인 성당 성 아그네스 천주교회를 설립했던 고 이 로렌조 신부 참석 하에 신자 몇 가정이 한 집에 모여 언어 장벽으로 인한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며 한국어 미사를 드릴 한인 천주교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 9월 22일 오렌지 교구로부터 교회 인준을 받고 10월 2일 성 콜롬반 성당에서 오렌지 카운티 최초의 한인 천주교회 미사를 봉헌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교회 숫자가 3개로 늘어나며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오렌지카운티 한인천주교계를 돌아봤다.
25주년을 맞아 400여명의 신자가 성경 전체를 친필로 써서 필사본을 만들고, 노동절 연휴에 전 신자 캠핑, 창립 기념일에는 지난 25년을 돌아보는 사진 전시회, 자체 웹사이트(www.kmccoc.org) 개통 등으로 기쁨을 표현한 순교자 천주교회는 오렌지카운티 한인 천주교계의 어머니 교회다. 25년 전 6가정으로 출발해 1987년에는 북쪽 애나하임에 성토마스, 1994년에는 남쪽 어바인에 성엘리자벳 천주교회를 분가시켜 내보냈으며 오렌지 교구 소속 1.5세. 2세 한인 사제 4명중 3명과 종신 부제 2명을 배출했고 아울러 1988년부터 남가주 최초로 성서그룹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창립 초기 다른 성당 강당을 빌려 주일미사를 올리느라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창고에 있던 의자를 몇백개씩 옮겨 놓았다 치우고,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어질러놓은 교실, 화장실까지 말끔히 정리하는 수고를 마다 않던 신자들의 수고와 1978년부터 봉직한 명 프랭크 초대 주임신부의 노력 덕분에 1984년부터 현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두번이나 분가를 시키고도 현재 800가정, 1500여명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명 신부에 이어 진 요한, 강 요한 신부등 콜롬반회 소속 신부님들이 주임 신부로 사목하고 있으며 1991년 김 알렉스(성토마스한인천주교회 주임), 하 알렉스(프랑스 유학중), 김 로이 신부(성헤드윅 천주교회 보좌)들이 이곳에서 성소를 키웠다. 1999년에 종신부제품을 받은 이 문철, 송광언씨도 이 본당 소속.
날로 신자들이 늘어나던 순교자에서 분가, 1987년 당시 장봉훈신부(현 주교, 청주교구장)를 주임으로 설립된 성토마스한인천주교회는 15년을 지내는 동안 1200가정이 등록한, 남가주에서 가장 큰 본당으로 성장했다. 장 주교에 이어 청주교구 소속 사제들이 주임신부로 사목했고, 김 로이 신부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보좌신부로 영어미사 및 청소년 사목을 담당하다 2001년, 오렌지교구 최초의 한인 사제 김 알렉스 신부가 주임신부로 부임해 질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신자들의 연령층이 다양하며 신심활동이 활발하고 신자들의 참여도가 높아 전체적으로 활기차지만 성당 운영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봉사자는 많아도 전문성이 부족하며, 이민 기간이나 사용 언어등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들이 섞여 있는 이민 교회의 단점을 보완하여 사목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일련의 작업을 부임 이후 실행하고 있는 김 신부는 “일반 사업체도 커지면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져야하듯 성당도 공동체가 커지면 사목 방식과 함께 신자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로 운영되던 주일학교를 종교교육학교로 성당내 공식 부서로 격상시키고 교장(DRE), 청소년 사목담당(Youth Minister)를 풀타임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일요일 어른들의 한국어 미사 시간에 하던 주일학교 공부를 토요일 아침이나 월요일 저녁에 선택해서 하게 하고, 학생들 위주로 운영되던 일요일 영어 미사를 가족 미사로 성격을 바꾸는등 종교교육부터 체계화시킨 김 신부는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시대에 사람에게 투자해서 교회에서 필요한 전문인을 만드는 것이 바로 교회의 재산이라는 신념 아래 앞으로 신자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어바인의 성엘리자벳천주교회(주임 고바오로 신부)는 숫자는 많은데 두 교회까지의 거리가 먼 카운티 남부 지역에 거주 신자들을 위해 한인들만의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엘리자벳 앤 시튼 본당에 등록시키고 한국어 미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설립됐다. 1994년에 가까운 뉴포트 비치 소재 아워 레이디 오브 퀸 오브 에인절스 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일하던 김 알렉스 신부가 미사를 담당하기 시작, 다음해 엘리자벳 성당의 보좌신부로 옮겨왔고, 2년후에는 하 알렉스 신부가 그 자리를 이어 4년간 봉직했다. 현재는 아워 레이디 오브 퀸 오브 에인절스 본당의 보좌신부인 고바오로 신부가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미사를 집전하고 예비신자 교육, 병자 방문등 많은 업무를 송광언 부제가 맡고 있다.
작아도 주일학교, 한글학교등을 모두 운영하고 신심단체도 활발한 성 엘리자벳 천주교회는 처음 120 가정으로 출발, 현재 170 가정을 헤아리며 40대 이전의 젊은층, 특히 학생이 많고, 어바인의 지역적 특성상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들이 많다. 공동체의 염원인 풀타임 사제를 모시는 날까지 정확한 교리 공부와 전교에 힘쓰며 신자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송 부제는 말한다.
한인 천주교계의 이같은 성장은 대견한 일이지만 보다 더 자랑스러운 공동체가 되기 위해 앞으로 보완할 일이 있다고 김 알렉스 신부는 지적한다. 바로 세상 어디서나 천주교회는 사회복지에 앞장서는데 비해 미국내 한인 공동체의 사회복지 활동은 조금 미약하다는 것.
복음을 삶 속에서 펼쳐나가기 위해 앞으로 한인 공동체의 테두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울러 한인 사제, 수도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성소를 개발하는 일 또한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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