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뉴욕주검찰청 엘리옷 스피처 검찰총장이 직접 발표한 ‘청과 행동지침(Greengrocer Code of Conduct)’은 그동안 원죄처럼 남아있던 청과 및 델리업계의 체불 임금 및 오버타임 지급 문제, 노조 가입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시내 전체 청과업소의 80%를 차지하는 한인들은 이 행동지침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과 행동지침이 나오게 된 배경과 사법기관인 뉴욕주검찰청의 입장, 한인업계의 궁금증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 문답으로 풀어 보는 청과행동지침
-청과 행동지침의 골자는 무엇인가?
▲이 지침에 서명을 한 업소에 대해서는 이전의 체불 임금이나 오버타임 미지급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규정에 서명해야 하는 마감 시한은?
▲2002년 12월31일 이전에 이 규정에 서명을 해야 유효하다.
-검찰총장이 바뀐 뒤에도 이 지침은 유효한가?
▲검찰총장이 바뀌더라도 이 행동지침은 오는 2004년 12월31일까지 유효하다. 마감 시한 이후에는 효력이 없다. 이 지침은 이후 실효성과 참여도에 따라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 검찰청에 고발된 상태인데 지금이라도 이 규정에 서명하면 조사가 중단되는가?
▲이미 고발된 업소에 조사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상황 참작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니터링(Monitoring)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1년 2번 불시에 방문, 행동지침을 준수하는 지 여부에 대한 조사만을 한다. 세금이나 이민법에 대한 조사는 금지돼 있다. 주검찰청은 모니터링을 담당할 회사를 고용할 예정이다.
-업소의 종업원이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할 경우도 이 조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개인이 직접 체불임금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는 주검찰청에서도 간섭할 수 없다. 그러나 주검찰청을 통한 노동법규 위반 고발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인 업소에게만 불리한 조건이 아닌가?
▲아니다. 이번 중재안은 노조와 한인 업계가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규정에 서명하면 노조 가입 요구가 없어지는가?
▲노조는 나름대로 계속해서 가입 요구를 해올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 자체가 노동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노조가 예전의 체불임금 미지급 등으로 고발하더라도 주검찰청에서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한인 업주에게 유리하다.
■ 청과업계와 노조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뉴욕주검찰청은 3년여전부터 노동법 위반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실시해왔다. 뉴욕한인회와 한인 업소들은 이같은 조사가 한인 업소만을 타깃으로 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중재안이 나온 이유는 주검찰청 역시 한인 청과업계에 대한 조사와 단속보다는 노동규정을 지키도록 교육시키고 제도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5일 뉴욕한인회가 개최한 설명회에서 검찰청의 테리 거스틴 변호사는 "현재 종업원의 고발로 접수된 업소가 10여개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거스틴 변호사는 또 "한인회와 이 규정에 대해 논의하면서부터 조사를 중단했지만 올해말 이후에는 이 지침에 서명하지 않은 업소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9년 이후 주검찰청의 노동 규정 위반 조사로 한인 청과업소들이 지불한 체불임금은 적어도 2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검찰청과의 중재안 협상에 참여해온 안상현 변호사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해도 총 13개 업소가 130만달러를 지불했다"며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한인업소의 피해는 최소한 20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동지침이 한인 업계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여론이다. 행동지침의 규정 자체가 거의 대부분 기존의 노동 규정이며 추가된 것은 1주일 휴가 조항과 연 2회 불시 조사(Monitoring)이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 업소들이 예전의 임금 체불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지 않아 종업원의 고발과 검찰의 조사에 대처할 방안이 사실상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 규정에 서명하면 최소한 2년 이상 이전의 체불임금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뉴욕한인회 김요현 부회장은 "이미 노조와 주검찰청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노동 규정을 준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 청과행동지침의 가장 큰 효력 중 하나는 노조가 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규정 위반을 고발하는 방법으로 노조 가입을 추진해왔다.물론 이 행동지침을 지킨다하더라도 한인 업주가 종업원의 노조 결성이나 노조 가입을 막을 근거는 없지만 과거의 문제로 처벌받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업주들에게 유리한 입장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김주찬 기자>
■ 청과행동지침의 주요 내용
1. 최저임금(시간당 5.15달러)과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시 오버타임 지급할 것.
2. 종업원에게 적시에 임금을 지불할 것.
3. 주 및 연방법에 의해 요구되는 모든 임금 대장과 시간 기록표를 보관할 것.
4. 종업원에게 적어도 30분의 완전한 식사시간을 줄 것.
5. 이 규정을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할 것(영어와 스페인어, 한국어).
6. 1년 이상 근무한 종업원에게 연간 2일의 유급 병가와 1주일의 유급 휴가를 줄 것.
7. 2년 이상 근무한 종업원에게 연간 3일의 유급 병가와 1주 유급 휴가를 줄 것.
8. 고용주는 종업원이 정부 또는 감독자에게 노동법이나 규칙의 위반에 대한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보복하지 말 것.
9. 고용주는 종업원이 본인들의 선택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것.
10. 일년에 적어도 2번의 규칙 준수에 대한 예고없는 감독(Monitoring)에 따를 것.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