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무너지고 경제는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남은 거의 유일한 보루는 주택시장. 회복보다는 악화쪽으로 기울고 있는 경제상황에 아랑곳없이 집 값은 여전히 꺾이지 않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정된 주택공급과 늘어나는 인구 등 주택 시장만의 특수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독주하는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 주택 소유자들의 시각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걱정이 적지 않다. 여전히 안으로 타고 있는 주택시장의 거품 우려 때문이다.
현 주택시장에는 거품이 들어 있는가. 또 그 거품은 터질 것인가. 만약 터진다면 미 경제와 개인적으로 그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거품논쟁의 근거와 거품파열시 전개될 양상, 그리고 만일의 일에 대비해 주택 소유주나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할 사항 순으로 알아본다.
반 거품론의 대표자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그는 주택은 매매에 장시간이 소요되므로 주식처럼 사자 열풍과 같은 거품이 형성될 소지가 적으며 또 지역적 특성이 있으므로 전국 차원의 거품 현상은 있을 수 없다며 장기적인 인구 증가와 저금리가 주택 수요를 떠받들고 있다고 풀이한다.
그린스펀에 동조하는 경제학자가 소수인 반면 거품론자들은 무리를 이뤘다. 이들은 조목조목 반박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주택 마련을 이미 끝냈기 때문에 수요는 기본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이민자나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의 주택 수요도 있지만 이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이들은 또 이미 여러 지역에서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의 두자리 숫자로 주택가격이 올랐으며 만약 이자율이 올라가면 가격은 굴러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전국이 똑같이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급등지역의 가격이 하락하면 여타 지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는 “인디애나주의 게리나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를 보고 거품이 없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미 전국을 보면 거품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인플레보다 빠른 상승률
집 값 상승은 역사적으로 인플레를 앞질러 왔다. 1968년 이후 주택가는 평균 연율 6.3%, 인플레는 5.1%로 올라왔다. 그러나 최근 7년 동안은 주택가 상승률은 인플레 상승률보다 30%나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물론 너무 빠르게 많이 올랐다고 위험하다는 말은 아니다.
주택 가격의 근본은 주택 렌트로 측정할 수 있는데 올해 상반기 동안 주택 가격은 치솟았지만 렌트 상승은 급격히 둔화됐다.
만약 거품이 터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딘 베이커의 계량 분석은 다음과 같다.
거품 파열 시나리오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11%에서 22%까지 하락할 것이다. 최근 주택 상승으로 얻은 이익을 전부 또는 대부분 까먹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30%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홈 에퀴티로 총 12조~6조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다.
▶주식 폭락에도 불구하고 주택가 상승으로 지지되고 있는 소비지출이 드디어 둔화 또는 감소할 것이다. 주택마저 무너지면 또 다른 경기퇴조를 불러들여 더 많은 해고가 이어지게 된다.
만약 주택가격의 하락이 이어진다면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집 가치보다 부채가 더 많은 ‘거꾸로 처박히는 꼴’이 일어날 수 있다. 즉 현재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 재융자나 홈에퀴티 론을 통해 현금을 꺼내 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상시에 대비한 미국민의 재정적 쿠션이 역사상 가장 허약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는 에퀴티가 주택가의 67%선이었지만 오늘날은 55%에 불과하다. 물론 모기지를 포함한 전체 부채가 주택가격을 상회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직장을 잃거나 처음에 집을 무리하게 사서 페이먼트 부담 때문에 팔아야 한다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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