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은 기사에만 전념...사업.광고 무관
정확성이 생명...오류 발견땐 과감히 정정
1면 편집회의 국장급 이상 30여명 격론벌여
뉴욕한국일보 정지원 차장대우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된 ‘뉴욕 타임스 프로페셔널 팰로우십’ 연수 프로그램을 밟았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에는 한인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본보가 참가했으며 이외에 폴랜드 이민사회의 일간지인 ‘노위 지닉’, 중국계 일간지 ‘월드저널(세계일보)’, 히스패닉계 일간지 ‘엘디아리오’, 러시안 이민사회 텔레비젼 방송국 ‘HTB 아메리카’ 방송국 등에서 기자 6명이 참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의 취재 및 편집 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본보 기자가 배우고 느낀 ‘뉴욕 타임스의 사람들’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뉴욕 타임스 프로페셔널 팰로우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기자들을 환영합니다." 15일 오전 10시 맨하탄 43가 소재 뉴욕 타임스 본사 건물 로비에서 연수 기자들을 맞이한 사람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백인 신사였다. 그의 이름은 데이브 존스.
편집국 일선에서 은퇴, 세미나를 주최한 뉴욕 타임스사 재단에 몸담고 있지만 타임스에 몸담은 지는 35년이 넘은 기자출신의 고문이다. 그의 말투는 상냥했으나 아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필요한 말 이상은 절대 하지 않고 간략했다. 존스씨가 기자들을 인도한 곳은 11층에 위치한 조그마한 회
의실이었다.
존스씨가 기자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한 뉴욕 타임스의 편집 관계자는 편집국 부국장(Senior Editor)으로 있는 윌리엄 보더스씨였다. 뉴욕 타임스 편집국 조직 구성은 한국 신문사의 구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편집국은 국제, 미 전체 사회(National),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관할하는 메트로, 경제, 레저, 건강, 교육, 스포츠, 사진 등 10여개 부서로 나눠져 있다.
이들 부서에는 각각 국장급 데스크들이 있지만 이들 부서와는 별도로 편집국 전체를 관할하는 간부진이 또 있다. 보더스 부국장은 편집국 전체 차원의 부국장이었다. 보더스 부국장은 가장 먼저 뉴욕 타임스의 ‘편집국의 독립 체제’를 강조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편집국은 회사의 사업 및 광고와는 100%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신문사도 비스니스지만 편집국은 오로지 기사에만 전념하도록 사주는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매년 간부진 회의에서 기사와 광고의 단(Column) 수를 책정한다. 앞으로 1년간 기사와 광고에 배정된 지면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국은 이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보더스 부국장은 귀띔한다.
"올해 경우, 기사가 현재까지 정해진 단의 쿼터를 훨씬 더 넘어버렸습니다. 올해말까지 쿼터를 맞추기는 불가능할겁니다."잠시후 메트로 섹션을 책임지고 있는 조나단 랜드맨 국장이 회의실을 방문했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을 관할하는 메트로 부서에는 풀타임 기자 85명과 파트타임 20명 등 총 100여명의 기자들이 소속돼 있다. 랜드맨 국장에게 인터넷의 발달로 기자들이 혹시 게을러지지 않았느냐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인터넷은 리서치를 위해 활용하는 도구이지 리포팅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점심 식사후 기자들이 찾은 곳은 메트로 부서의 회의실이었다.
기자들을 맞이한 사람은 메트로 부서의 부국장급인 크리스틴 케이씨였다. 지난 7년간 뉴욕 타임스에서 일해온 케이 부국장은 지난 봄 게재된 한 기사를 예로 들며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 4월 28일 뉴욕 타임스 1면에 게재된 이 기사는 클리프 레비 기자가 취재한 기사로 뉴욕시 일원 양로원의 비리를 폭로한 내용이었다. 케이 부국장의 한 마디에 연수에 참가 기자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연발했다.
"레비 기자는 8개월동안 오로지 이 기사만 취재했고 3일 분량에 달하는 시리즈 형식으로 데스크에 기사를 넘겼습니다. 데스크들의 편집과 타임스 법률부서의 승인을 받는데 또 4개월이 소요됐습니다. 따라서 이 기사가 신문에 인쇄되기까지는 1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거죠."
기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한 기자가 1년간 오로지 그 기사만을 위해 취재하더라도 투자한다는 뉴욕 타임스의 편집 방침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사례였다.
뉴욕 타임스 편집국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4시30분 열리는 1면 편집 회의이다. 이 회의에는 편집국 총 편집국장(Executive Editor)인 하월 래인스씨가 주제하며 전체 차원 부국장과 각 부서의 책임 국장들 등 모두 30명이 참석한다. 이 중 여성은 10명. 흑인은 3명이었다.
이들은 다음날 뉴욕 타임스 1면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최종 결정권은 래인스 국장에게 달려있다.
이 회의에서 각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국장들은 자신의 부서에서 그날 나온 기사들 중 주요기사가 1면에 게재될 수 있도록 래인스 국장에게 ‘세일즈’ 역할을 한다. 이날 국제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기사를 제시했고 메트로는 뉴욕 주지사 선거 관련 지지율 기사였다.
건강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급증했다는 기사, 스포츠는 월드 시리즈 관련 기사를 각각 제시했다. 각 부서 담당 국장들은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기자의 기사들이 1면에 실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래인스 국장이 입을 열었다. "북한 핵무기 문제는 방향을 잘 잡으면 좋은 기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뉴욕 타임스 1면 기사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1면 편집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만난 사람은 오후 편집 부국장인 크레스 휘트니씨였다. 뉴욕 타임스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는 휘트니 부국장은 유럽과 베트남 특파원을 지낸 기자 출신의 베테랑이었다. 그는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 독일어, 러시안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를 보며 ‘뉴욕 타임스가 추구하는 엘리트 직원은 바로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수를 마치면서 어느 한 기자가 존스씨에게 "뉴욕 타임스는 매년 1,200여개의 정정 기사를 낸다고 들었는데 맞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그의 질문은 명확했다.
"네, 맞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정정 기사를 신문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절대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이를 결코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전달될 때까지 만족하지 않겠다는 저널리즘 철학이야말로 오늘의 뉴욕 타임스를 세계 언론의 정상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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