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맞이한 OC가정상담소 주최 ‘우리가정 만세’
▶ 이민사회에 바람직한 가정상 제시하기 위한 시도
OC사랑/OC자랑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뿐이리”
그렇게 즐겁고 행복해야할 곳이 가정인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들리고 보이는 가정의 모습은 우울하고 불행한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초혼 가정의 반이 이혼으로 끝난다는 통계가 나온지는 10년이 넘었고, 삼강오륜의 나라 한국의 이혼률 또한 날로 치솟고 있다. 이혼으로 깨지지는 않았더라도 배우자의 부정이나 도박, 약물 중독등 반사회적 행위, 정신, 언어, 육체적 학대로 속으로 멍들거나 서로에 대한 무관심, 방치, 대화 단절로 상호 소외되어 병든 가정들과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문제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 자아내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또 센세이셔널하게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며 현대인의 가정상을 자꾸 부정적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탄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전 생애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 전체의 울타리로서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 너무나 자연스런 인간사회의 기초 공동체가 언제부턴가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상담, 치료, 보호, 교육등을 통해 가정을 살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개인, 단체들도 늘고 있는데 오렌지카운티에서는 한인을 상대로 1990년에 설립된 ‘오렌지카운티 가정상담소’(소장 김선영)가 전문 상담 및 예방 교육 프로그램, 1993년부터는 가정 폭력 피해 여성 보호소인 푸른 초장의 집(소장 엄영아)이 문을 열고 보호 및 상담, 예방사업을 하고 있다.
이질 문화권에서 새 생활을 개척해야하는 특수성까지 겹친 한인 이민자 가정이 겪는 말못할 아픔을 위로하며 상처를 싸매주는 이들 단체의 활동 내용은 상담 건수나 원인 정도 이외에는 알려지지 않는다. 개개 가정의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으로 특히 보호소의 경우에는 그 위치부터 절대 비밀인데 지난 주 가정상담소가 모처럼 공개 행사를 열었다.
지난달 26일 남가주 가스펠 교회에서 열린 ‘제 3회 우리 가정 만세’는 모두 일곱 가족이 출연해 악기 연주도 하고 합창도 한 가족 장기 발표회였는데, 그런 행사를 마련한 취지가 단연 돋보였다. 지난 12년동안 1만8000건의 상담을 했을 정도로 문제 가정이 많은 이민 사회에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소개함으로써 이 시대, 이곳에 바람직한 가정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4년전에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참가 신청자들을 미리 엄격히 심사해서 무대에 세운다는데 정말 무대에 올라온 가족들은 저마다 아름다웠다. 그룹 사운드를 구성해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레슨까지 받으며 맹연습중인 아버지, 아무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미 슬하의 자녀들과 함께 4인 가족이 병원으로 양로원으로 위문공연을 다니는 가족들, 슬하의 남매와 그 배우자들까지 대동해 훌륭한 화음을 구사한 가족, 부모와 두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일가족 3대가 손에 손을 잡고 노래하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본보에 보도된 적도 있는 홍대선씨(46, 한의사)는 4~5년전부터 가족 록그룹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대학시절에 록밴드에서 활약했던 홍씨는 리더, 아들 승광(14)은 드럼 레슨, 아내 영란씨(42)는 베이스 기타를 배웠고, 딸 승희(12)는 자연히 싱어가 됐다. 사느라 바쁘다보니 가족끼리 모일 시간, 대화할 시간도 없었는데 매일 집에서 저녁상을 물린 밤 9시부터 1시간씩 연습 시간을 가지면서 우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아졌고, 때로 다투다가도 음악을 같이 하면서 풀어지는등 점차 연습과 함께 가족간 대화를 즐기게 됐다. 연습만 하다보니 따분해서 양로원, 교회 부흥회 등에서 공연도 하면서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돼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족 밴드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아이들은 처음엔 무섭다고 양로원에 들어가지도 않으려 했지만 이젠 할머니들을 먼저 찾아가 반긴다.
아버지 두현풍씨는 클라리넷, 엄마 혜미씨는 키보드, 큰 아들 성은(18)은 플륫, 작은 아들 성용(16)은 바이올린을 하는 두현풍 사중주단도 이민 온지 2년밖에 안돼 아직 생활이 안정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있는대로 양로원 위문에 나선다. 취미로 배운 피아노로 성당에서 반주도 하고 고아원, 양로원 위로 연주도 하던 혜미씨가 미국 와서 본격적으로 가족 악단 활동을 시작한 것. 매일 밤 10시반이면 모여 묵주기도를 하는 이 가족의 사춘기 아이들은 처음엔 가족 악단 활동이 싫었어도 엄한 아버지를 거역 못해 따라 나섰지만 이젠 음악 가정에 보람을 느낀다며 결혼하면 아버지처럼 자녀를 키우겠다고 해 보람을 느낀다는 두씨부부다.
처남과 처형의 딸들까지 8~20세 소녀 6명과 함께 무대에 선 곽동익씨는 앞의 홍대선씨 가족에게 자극받아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필요한 곳에 봉사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 부부가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면서도 주 1회 레슨에 주 2회 연습 스케줄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하는 10대의 두 아들과 함께 피아노 트리오를 한 진 최씨는 노스오렌지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 소속의 성인 학교 영어 강사. 가족끼리 함께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박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은 피아노를 배워 아이들과 함께 연주를 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는 아이들과 테니스, 골프를 한다. 현재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지만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대학들을 보여주고 친지들을 만나는데 목표를 두고 작년에는 미니밴을 타고 미국 일주 여행도 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화목함을 보고,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슬하의 남매와 그 배우자들을 대동하고 멋진 화음을 내 이날 1등상을 차지한 변일성씨(62, 컴퓨터 엔지니어) 가족도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장성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다니던 85년에 이민왔다는 이 가족도 노래와 함께 수영, 테니스를 함께 즐기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신앙 생활과 호랑이 아빠의 엄격한 교육을 바탕으로 가족의 화목을 이뤘다고 했다. “청소년기에 미국에 오니 아이들을 다잡아야 했어요.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 일과와 모든 계획을 다 사전에 의논해 허락을 받은 다음에 하게 했죠. 물론 결혼한 다음에는 풀어줬죠”라고 말하는 변일성씨 가족에게 토요일은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누구나 염원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필요 충분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과 이해, 관심과 협조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 큰집이나 고급차, 은행 잔고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김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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