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한인단체 제공 무료 프로그램들
영어, 컴퓨터, 서예 교실에 법률상담까지 다양
라팔마에 사는 주부 정진선씨(51)는 언제부턴가 컴퓨터를 몰라서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남들은 거리낌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인터넷, e 메일 쓰는 법을 알면 재미있는 일, 할 일이 많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인쇄물이나 우편으로 이루어지던 일들이 갑자기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이러다간 뒤쳐져 손해볼 것 같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었다.
마침 신문에서 읽은 컴퓨터 강좌를 찾아 나선지 2개월 남짓. 이제 인터넷도 들어가고 e 메일도 사용할 줄 알게된 정씨는 대만족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 배우는데 드는 비용은 한달에 20달러로 거의 무료나 다름없고, 한국어로 마음 편하게 배우는데다 같은 수강생중 마음이 맞는 젊은 주부들을 친구로 사귀게 됐다.
게다가 컴퓨터 클래스가 끝나자마자 주최자인 OC 건강정보교육센터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여는 무료 건강세미나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골다공증이나 당뇨등 중년에 특히 주의해야할 건강 관련 상식도 늘고, 여러 가지 검사들도 무료, 또는 실비로 받는데다가 점심까지 무료로 먹으니 금상첨화. “저도 우연히 찾아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면 좋겠다”는 정씨는 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는 주부로 빠듯한 일상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목요일 오전을 한껏 즐긴다고 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타운 제 1번지 가든그로브에는 한인 단체들이 제공하는 무료 강좌나 상담들이 제법 많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회장 이양구)가 무료 법률 상담, 영어 교실, 서예 교실을 마련하고 있고, 오렌지카운티 건강정보교육센터(소장 웬디 유)는 무료 아침 운동과 건강 세미나 이외에 1회 수업에 5달러를 받는 컴퓨터 교실, 생활 영어 강좌를 연다. 그런가하면 오렌지카운티 한인시민권자협회(회장 오구)도 시민권 영어 및 생활 영어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주최 기관이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고, 강사도 무료로 봉사하는 이들 강좌 및 상담을 이용하는 이들은 각계 각층이다. 백창환씨(82)가 오렌지카운티 노인회장이던 1989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서예교실은 매주 목요일 하오 1~3시까지 한인회에서 모인다. 40대부터 은퇴자까지 15명쯤이 참가해 한글과 한문 서예의 기본을 익힌다. 보통 1년이면 과정을 마치고 나가지만 학생중에는 6년째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중 반장 격인 고순자씨(67)는 서울서 취미로 하던 서예를 익힐 좋은 기회라 4년동안 다니고 있다. 자손들에게 좋은 말을 쓴,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는 고씨는 글씨는 자기 수양이라 쓰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동급생들도 교양있는 분들이라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즐겁다고 했다.
1996년 7월부터 한인회에서 매주 월~목요일 상오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열리는 영어교실은 한국서 30년 넘게 고교 영어교사를 지낸 박장규씨가 한국의 중학교 3년 과정의 영어를 가르친다. 한인 노인들의 시민권 인터뷰 통과가 급선무이던 당시 모였던 50여명중 23명이 6년만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지난 3월에 졸업한 이후, 다시 20여명의 신입생을 받아 수업중이다. 자신도 이제 연로해 말을 많이 해야하는 영어를 가르치기 힘들고 교육배경이 가지각색인 할머니 학생들의 진도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 열성에 감명 받고 정이 든데다 의무감이 느껴져 계속 봉사하고 있다고 박씨는 말한다.
오렌지카운티 한인시민권자협회(회장 오구)도 1998년부터 시민권 영어 강좌를 시작했다. 시민권 인터뷰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무료 강좌가 매주 목요일 하오 6시~8시, 매주 금요일 상오 10시~정오에 있고, 매주 화요일 상오 10시~정오에는 생활영어 강좌도 있다. 클래스마다 30여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강사인 은퇴한 공학박사 최동명씨와 통역서비스를 하는 전범수씨가 자원봉사하고 있다.
한편 오렌지카운티건강정보교육센터(소장 웬디 유)는 작년부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상오 6시30분부터 7시까지 센터 앞 마당에서 30~40명이 출석하는 조기 운동으로 아침을 열고 있다. 자원봉사자 백인원-현숙씨 부부가 에어로빅 체조를 지도하는 이 운동에는 가든그로브 지역 한인 상인들이 많이 참가한다. 또 매주 목요일 상오 11시부터 장년층을 위해 여는 ‘건강 노년 아카데미’ 건강 세미나는 의사, 간호사들이 강사로 자원봉사한다.
중년의 한인들이 컴퓨터와 영어 못해서 느끼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련한 컴퓨터 교실과 생활 영어 교실은 1회당 5달러의 실비 수강료를 받지만 수강자들은 “그 돈 내고 어디 가서 그런 공부를 하겠느냐”고 반색이다. 1년 전 시작한 컴퓨터 교실은 6개월 과정의 초급과 중급으로 나뉜다. 매주 목요일 아침 8시부터 9시30분까지는 중급, 9시30분부터 11시까지는 초급반을 가르치는 강사는 존 박(사이버텍 대표)씨로 컴퓨터 기초와 인터넷, e 메일, 정보 탐색등을 가르치는 초급반에 10여명, 파워포인트, 디지털 카메라 이용, 윈도우스 XP를 가르치는 중급반에 1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강사 박씨는 40~60대의 목사, 사업가. 간호원, 주부등 직업도 다양하고, 수강 이유도 갖가지인 수강생들에게 인터넷도 저렴한 항공권 이나 자동차 구입정보, 신문 읽기등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므로 중간에 들어와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고 말한다. 중급반 수강생 정덕현씨(57)는 “나이를 의식하니 컴맹을 면하고 싶어도 배울 데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 강좌에서 비슷한 또래끼리 자세히, 집중적으로 잘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집에 가서도 많이 해보고 질문도 많이 해서 그런지 컴퓨터만은 배운 것을 잘 안 잊어버린다는 모범 학생으로 앞으로 자신이 하는 건축업에 응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배울 생각이다.
건강정보교육센터는 또 원어민이 지도하는 생활 영어 클래스를 화요일 하오 7시30분~9시30분, 수요일 상오 9시30분~정오에 운영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무료법률강좌는 매월 두 번째 목요일 하오 3~5시와 매월 첫 번째 토요일 상오 10시~하오 12시30분의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박준걸, 수잔 최, 케네스 정, 박재홍, 이원석 변호사가 자원봉사하고 있다. 이양구 한인회장의 권유로 4개월 전부터 목요일 상담을 맡았다는 박준걸 변호사는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봉사를 할 기회라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며 “나의 전문분야에 해당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리고,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를 소개한다”고 말한다. 편지를 쓰거나, 법원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담에 한정되지만 돈 없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 앞으로도 힘 닿는 한 무료 상담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은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