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상담
▶ 여행, 문화체험 등 경험의 영역 넓혀줘야
새파란 비늘의 물고기들이 커다란 두 날개를 양쪽에 달고 물결 따라 춤추는 수초 위를 훨훨 날아가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분명히 사실적이 아니고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그림이다.
하지만 평생 물 속에서 물고기만 보고 살아온 물고기들이 지금은 개구리가 되어 물위의 세상구경을 하고 온 옛친구 올챙이로부터 전해들은 파랑새의 모습을 나름대로 떠올려 본 장면이다.
‘Fish is Fish’란 그림책의 내용인데 학생들이 새로운 내용을 접할 때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이전의 지식을 바탕으로 배운다는 것을 설명하는 아주 좋은 예인 것 같다.
며칠 전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참석한 세미나에서 ‘struggling reader’(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기회가 있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녀들의 독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기에 몇 가지 정리를 해본다.
독서(reading)란 지식을 얻는데 가장 기본적인 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학년에서 리딩에 뒤쳐지게 되면 수학, 과학, 역사 등의 중요한 과목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장애가 되며 따라서 공부에 관심을 잃게 되고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며 치명적인 문제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미나의 강사였던 켄터키 대학(University of Kentucky)의 테드 해슬브링 박사는 ‘struggling reader’들의 가장 큰 두 가지 문제로 ▲lack of fluency(능변의 결핍)와 ▲inability to create mental models(개념의 부족)을 지적했다.
Lack of fluency(능변의 결핍)이란 책을 읽을 때 단어들을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읽은 문장 혹은 전체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놀라운 것은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비슷하게 적용이 된다고 한다.
영어의 가장 기초적인 발음이나 문법, 단어의 뜻 등이 학생들의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면 학생들이 읽는 전체적인 내용의 이해가 가능하듯이 수학에서도 기본적인 계산능력과 수학 공식이 ‘automaticity’(자동성)의 수준이 되면 응용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배우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초인데 튼튼한 기초가 있으려면 연습이 꼭 필요하다. 자녀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자연을 자주 접하고 음악 콘서트, 갤러리, 운동경기, 커뮤니티 봉사, 박물관, 교육비디오나 CD,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녀들의 경험의 영역을 넓혀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LA 태생으로 평생 눈(snow)을 한번도 접해 보지 않은 학생에게 눈사태(avalanche)가 일어나는 현상에 관한 내용이 정확하게 이해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책이나 비디오, 여행 등의 간접적인 경험들이 있으면 큰 도움을 주리라 본다.
이렇게 경험의 영역을 넓혀주고 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을 쌓고 지식의 공백(gap)을 채워주게 되면 ‘Inability to Create Mental Models’(개념의 부족)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갓 이민 온 학생들은 이에 더욱 힘써서 리딩의 기초뿐만 아니라 새 문화의 적응과 경험 등에 힘을 써야겠다.
이 내용을 또한 자녀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응용할 수 있겠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은 부모님들의 경험과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자녀들의 경험이 절대로 동일할 수 없음을 기억하시고 부모님들이 바라는 것만을 옳다고 자녀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자녀들의 입장에 서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부모님이 아시는 학업과 커리어의 성공이 자녀의 머리 속에선 전혀 다르게 그려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치 않은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가렛 김
<케네디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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