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내몸 전신마사지 받아볼까

찬바람이 솔솔 불어와 어깨를 움츠리게 되는 계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얼굴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곤 했던 동네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때를 민 후 마사지까지 받고 나면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은 물론 몸의 호사에 나른한 행복감까지 밀려왔었다. 좋은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여행지 리조트에서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온 몸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휴식을 즐기기 위해 꼭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안에서도 리조트 같은 안온한 곳들을 얼마든 발견할 수 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지난 여름 변변한 휴가 한번 낼 수 없었던 사라 이씨는 지난 주말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스파를 찾았다. 관광객들이 만끽하는 LA 인근의 호텔 스파를 왜 이곳에 살면서 즐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한 시간 남짓한 바디 마사지와 페이셜을 받는 동안 그녀의 육체는 새로 태어나는 듯 했다.
30여 가지의 트리트먼트 가운데 선택한 것은 푼타 미타 데낄라 마사지(Punta Mita Tequila Massage).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이 원 샷하며 마시던 술을 마사지에 쓴다니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겠다. 피부 노폐물을 제거하고 근육 통증을 풀어주는 데 특효가 있다는 테라피스트의 말을 반신반의했었는데 데낄라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싸 하니 아주 시원했고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소화 불량에 이용한다는 세이지 오일 역시 은은한 향과 함께 부드럽게 피부에 스며든다. 약 1시간 정도의 마사지를 받고 났더니 마치 깊은 나락에 빠졌다가 서서히 떠오르는 것처럼 몸은 새로운 생명력으로 가득 차 오른다.
포시즌스만의 독특한 페이셜이라는 아유르베다(Ayurveda) 마사지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자니 피부 타입은 어떤가, 또 건강상태는 어떤가 하는 설문지를 건넨다.
5,000년 전 인도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아유르베다 마사지는 ‘생명의 과학’이라고 불리는 트리트먼트. 한방으로 체질을 감별하는 것처럼 ‘도사’(Doshas)에 따라 바타, 피타, 카파로 구별되는데 그녀의 경우는 불과 물의 성분이 강한 피타(Pitta)라고 테라피스트가 체질 분석 결과를 알려준다.
정성스레 매만져주는 터치는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파파야와 큐민, 콩가루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한 팩을 얼굴에 하는 동안 배 위에는 메밀을 넣은 베개를 올려주고 손에는 메밀 넣은 장갑을 끼워주니 평소 살림에다 일하느라 고생 많던 손에게까지 이런 호강이 또 있을까.
대기실에 밝혀진 촛불에서는 달콤한 과일과 꽃 내음이 향기롭다. 바하와 비발디의 바로크 뮤직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실내는 평화로 가득하다.
파도와 빗물 등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진 애냐와 야니의 뉴 에이지 음악은 우리들의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잠시 내려놓게 만들고 창조 당시의 순수한 영혼으로 되돌아가게 하는데 일조를 해준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얼음물에는 오이와 레몬 조각을 넣어 물이 이처럼 향기롭고 시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마사지를 끝나고 난 그녀는 스팀 사우나와 드라이 사우나를 실컷 즐겼다. 우리들의 몸엔 이렇게 뜨거운 게 왜 시원한 걸까. 어린 시절 할머니의 “아이고, 시원하다”라는 말에 “에이, 거짓말”이라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녀 역시 뜨거운 게 시원한 나이가 되어 버렸으니 세월 참 빠르다. 사우나를 마친 후에는 야외로 나가 수영장과 자쿠지에서 태양 빛을 받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멀리 떠나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몸과 마음이 완전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일상을 휴가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그리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은 주말 오후 그녀는 몸의 호사로 영혼의 풍요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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