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의 곳간, ‘세컨드 하베스트 푸드 뱅크’
식품 모아 자선단체에 제공, 자원봉사자들 활약 커
이틀 전 추수감사절에 배불리 먹고 남은 음식들이 아직도 냉장고에 꽉 차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로 고민하는 한인 가정이 많을 것이다. 좋은 것,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살 찌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가 되어버린 것 같은 요즘, 풍요의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생활수준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에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먹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렌지카운티에도 홈리스나 기타 빈곤층에게 밥 먹이는 일을 사명으로 삼는 자선기관이 여럿이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이 오렌지 시에 자리잡은 ‘세컨드 하베스트 푸드 뱅크 오브 오렌지카운티’(426-A W. Almond Ave.)다. 프랑스에서 생긴 가톨릭 평신도 단체인 ‘세인트 빈센트 드 폴 소사이어티’ 오렌지 지부의 가이드 아래, 1983년 10월부터 배곯는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이 푸드 뱅크는 처음에 1만스퀘어피트의 오렌지 포장 창고에서 시작했지만 곧 거기에 8만스퀘어피트의 냉장 및 냉동 공간을 포함한 4만2000스퀘어피트를 추가했다.
‘코스트코’ 매장처럼 넓은 면적에 ‘코스트코’ 저리가라 할 만큼 많은 양의 각종 식품 상자들이 쌓여있는 푸드 뱅크의 팬트리는 매일 음식을 가지러온 자선단체 관계자들로 붐비는데 직접 가지러 오지 못하는 곳에는 배달도 해준다. 또 식품을 기증하고 싶은데 양이 너무 많거나 올 수 없는 개인이나 식당, 단체로는 냉장 트럭을 동원해 가지러 가기도 한다. 냉동고에는 터키, 냉장고에는 방금 들어왔다는 양파 자루가 가득 쌓여있지만 다달이 100만파운드씩 나눠 주다보면 코끼리에 비스킷이다.
1983년 이후 빈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교회, 보호소, 노인센터, 재활센터, 피학 어린이 보호소 등 지역내 386개 자선단체에 1억5000만 파운드 이상의 식품을 공급해온 푸드 뱅크가 제공하는 음식을 먹는 사람은 요즘 다달이 20만명이 넘고 저소득층 근로자, 어린이, 빠듯하게 살림하는 노인, 홀부모, 장애자. 무숙자 및 최근 직장을 잃은 실업자등 계층도 다양하다.
통계는 다달이 오렌지카운티에서 때때로 배가 고픈 채 잠드는 사람이 45만명이 넘고 그중 42%가 어린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생 3명중 1명이 무료 내지는 할인 점심을 먹고 있다. 반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식품의 20%는 손상, 잉여등의 이유로 소비자의 손에 닿지 않고 허비된다. 오렌지카운티만 해도 주로 과잉생산, 제조과실, 유효일자 만기, 포장 손상등의 이유로 매달 250만파운드 이상의 식품들이 낭비된다.
40여명이 직원이 일하는 푸드뱅크는 지역내 식품점, 수퍼마켓 체인, 식품 제조사나 배급업자, 정부의 잉여식품, 식당, 업계 박람회장에서 남는 식품등은 물론, 농가의 밭에서 수확하고 남은 작물을 직접 뽑아 오고, 학교나 단체의 수집운동, 개인 기부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식품을 수집한다. 수집한 음식들로 필요가 채워지지 않은 경우에는 구입도 한다. 즉 과자가 많이 기부됐다고 저녁거리가 없는 가족들에게 과자만 줄 수는 없으므로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데 필요한 콩, 쌀, 참치 통조림, 피넛 버터, 분유나 기저귀, 치약 같은 것은 따로 대량 구입해 제공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오렌지카운티내 여러 소수민족의 고유 음식등도 취급하기를 희망하지만 현재로는 영양가가 있는 식품으로, 많을수록 좋다”라고 이 기관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담당하는 타마라 라이닝어는 말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식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식품을 가장 많이 기증하는 곳은 역시 제조사와 마켓들이었는데 기술발달로 재고가 컴퓨터로 추적되는 요즘은 마켓들도 남아도는 물량이 적어졌고, 제조사들도 재고를 기증하는 대신 99센트 스토어 같은 곳으로 팔아 넘기는 일이 잦아져 더 많은 학교나 단체들이 식품 수집운동을 벌이거나 개인 기부의 필요가 증대했다고 푸드 뱅크에서 그랜트 신청을 담당하는 에이미 마티네즈도 곁들였다.
푸드뱅크가 식품들을 나누는 주된 방법은 오렌지카운티 한인 노인회등이 포함된 386개 회원 기관 비영리단체들을 통하는 것이지만 12개 지역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방과후 간식 및 방학동안 끼니 제공과 영양 교육을 하는 ‘키즈 카페’, 저소득층 지역으로 과일과 야채, 기타 생필품을 싣고가서 필요한 주민들이 가져가게 하는 ‘모바일 팬트리’, 카운티내 25개소에서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한달에 두 번씩 식품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나눠주는 ‘브라운 백’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푸드 뱅크는 1달러로 30끼 식사를 제공할 정도로 알뜰하게 운영된다. 기부받은 식품중 못 먹을 것을 골라내는등 분류해서 재포장하고, 레이블을 달고, 밭에 가서 농작물을 뽑아 오고, 키즈 카페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필요한 이들에게 식품들을 나눠주는등 전체 인력의 55%를 자원봉사자들이 담당, 풀타임 직원 40명분의 일을 거뜬히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은퇴한 노인, 커뮤니티 서비스 학점을 따려는 학생, 가정주부등 다양한 배경의 자원봉사자들이 월 8000시간 이상을 기부하는 덕분에 이 단체는 기증받은 돈의 94.7%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필요한 이들에게 되돌릴 수 있다.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는 일에 참여하기 위해 식품을 분류하거나, 농작물을 추수해 오거나, 어린이들에게 음식을 먹이거나, 식품을 공급하는등 자원봉사를 할 개인이나 단체는 항상 환영하며 (714)771-1343에 전화해서 모니카 에스피노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monica@feedoc.org로 e메일을 보내도 된다.
한편 식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부 또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장소들을 찾을 수 있다. ▲풀러턴 소재 퍼스트 루터런 처치(215 N. Lemon St)가 매주 수요일 정오부터 하오 2시까지 집 없는 이들이 쉽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식품 및 생활용품을 제공하며 모든 종류의 도네이션을 받는다. 연락 (714)871-7820
▲오렌지 소재 ‘매리즈 키친’(517 W. Struck Ave.)는 연중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오 10시부터 하오 2시까지 무숙자 및 음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나눠줄 작은 수건이나 칫솔, 치약, 비누, 양말, 면돗날, 탈취제등 화장실 용품의 도네이션을 기다리며 자원봉사자들도 연중 필요하다.
연락 (714)633-0444.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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