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의 유물, 미국의 대저택’
▶ <윤병희>
테리타운의 뉴욕주 도로 Route 9에서 북쪽으로 가면 마법의 성과 같은 재이 굴드(Jay Gould)의 린허스트 저택, 라커펠러의 키컬 저택이 있다. 위로 더 올라가면 전보통신기를 발명한 모스의 저택인 로커스트 그로브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저택이 스프링우드에, 몽고메리 장군의 저택과 옥덴 밀즈의 저택이 스타스버그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허드슨강을 따라 올라가면 절경이 이어져 이곳으로 자연히 몰려들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그중에도 밴더빌트 같은 이들은 더 좋은 더 넓은 경치를 가진 바닷가에 저택을 지었다. 즉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한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에 저택을 짓고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했다.
그런데 소설가, 시인인 워싱턴 어빙이 이곳에 와서 당시의 돈 1,800달러로 화란식 주택을 구입해 거주한 것은 이채롭다 하겠다. 어빙의 부모는 자녀 11명 중 막내가 태어나자 존경하는 조지 워싱턴 장군의 이름을 따 워싱턴 어빙이라고 붙였다.
어빙은 1783년 4월13일 뉴욕시에서 철물점을 하는, 꽤나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러 형제 가운데 워싱턴만이 부친을 돕지 않고 문학에 전념하였다. 어릴 때 친구이며 애틋한 첫사랑 소녀가 17세로 사망하자 그는 일평생 그녀만 생각하며 혼자 살았다.
이 서니사이드 저택에서 살 때도 형님의 딸인 캐서린과 사라라는 조카딸을 데리고 함께 살았고, 손님 접대 때는 조카딸들이 호스테스 노릇을 했다. 그는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이곳 서니사이드를 떠나지 않았다.
1,800달러로 사들인 집이 너무 작고 척박해 화가 친구인 조지 하비와 의논, 함께 도면을 그렸다. 그리고 영국에서 본 저택과 유럽 각국 스타일을 가미해 전혀 독자적인 형태의 집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서니사이드 저택이다. 그러므로 다른 어느 저택과도 양식이 다르다.
전혀 독자적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붕의 특이한 모양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워싱턴 어빙은 몸이 약했다. 유럽으로 가서 휴양여행을 하며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구전 민속 설화에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미국으로 돌아 올 때 이를 모두 수집해 기발하고 유머스러운 단편집을 처음으로 출간했다. 문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첫 번째 소설가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어빙은 어릴 때부터 허드슨 강변과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늘 연구 조사하며 얘기꺼리를 찾아 소설 재료로 삼았다. 예컨대 캐츠킬 마운틴에서 일어난 립반윙클(Rip Van Winkle) 얘기는 미국만이 아니고 전세계에 널리 퍼진 일종의 전설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을 모른다”는 한국 속담과 거의 비슷한 얘기로서 장소는 뉴욕의 캐츠킬 산속이다. 마누라에게 핀잔과 야단만 맞는 립반윙클은 어느날 총을 들고 캐츠킬 산속으로 사냥을 갔다. 그곳에서 이상한 모자를 쓴 사람들이 공 굴리기(Ninepins) 놀이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집으로 왔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모두 바뀌고 자기를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아연실색하다 그 동네에서 가장 나이 많은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옛날 일을 기억을 더듬어 립반윙클이 집을 나간지 20년이 지났다고 밝힌다. 같이 살던 립반윙클의 동년배 친구들은 모두 사망했고 동네에는 전혀 모르는 젊은 세대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소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얘기로 엮어진 짧은 이야기는 잘도 팔려나가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테일러 대통령 때에는 스페인 대사로 임명되어 스페인에 살면서도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귀국한 후에도 신곡을 영어로 번역하고, 암스텔담의 미묘한 민속적인 얘기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허드슨 강변의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는 어빙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경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들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유럽 곳곳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듣고 배워서 소재를 찾아 작품을 완성, 언제나 그의 작품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알려졌다.
저서로는 전기물 ‘워싱턴 대통령의 일생’과 ‘뉴요커’라는 자전적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 니커바커(Knickerbocker)에서 뉴욕 프로농구팀 닉스(Knicks)가 나왔다. 호텔 이름으로 ‘니커바커Knickerbocker) 호텔’도 있는데 이 모두는 어빙의 소설 ‘뉴요커’에서 유래한 이름들이다. 생전에 그가 가까이 한 미국 작가로는 시인 헨리 롱펠로우가 있다.
립반윙클을 따온 다리 이름도 있다. 뉴욕주 하이웨이 I-87 exit 21로 East로 빠질 때 허드슨강을 지나는 다리가 립반윙클 다리다. 그 옆의 산이 캐츠킬 마운틴이다.
이 서니사이드 저택은 어빙이 76세에 사망하고 조카딸인 캐더린과 사라에게 상속하였다. 이후 조카들이 많이 증, 개축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옛것을 보전하려는 라커펠러 2세가 이곳 땅과 건물을 모두 구입해 정부 역사보존협회에 헌납하면서 일반에 공개하게 되었다.
미국의 부자들은 역사 보존을 위한 노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이에 대한 헌금에 세금 면제 혜택도 주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부자들이 다양한 분야에 기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진 셈이다. 뜨거운 마음만 갖고는 안되며 조직적인 시스템이 법적으로 완비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가는 길>
주소:Historic Hudson Valley, 150 White Plains Rd., Tarrytown, N.Y. 10591 전화: 914-641-8200
I-87 뉴욕주 Thruway Exit 9(태판지 다리 가기 직전)로 나와서 Route 9 남쪽으로 약 2마일 정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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