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구조사는 정확했다, "1.5%~2.3%P差" 실제 근접
이번 대선의 투표 당일 출구조사는 칼날 같은 정확성을 과시했다.
19일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발표된 출구 조사결과는 49.1% 대 46.8%(KBS 미디어리서치), 48.4% 대 46.9%(MBC 코리아리서치), 48.2% 대 46.7%(SBS TN소프레스)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1.5~2.3%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격차가 오차범위 내여서 실제 개표 결과와 맞아떨어질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일제히 노 당선자의 ‘당선 확실’을 선언한 오후 10시 이후 개표 완료 무렵까지 지지율 차는 1.6%포인트에서 2.5% 포인트까지 서서히 올라 조사의 예측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무응답 층이 전에 없이 많아 뚜껑을 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던 한나라당도 실낱 같은 기대를 접어야 했다.
노후보, 젊은층과 고학력층에서 지지
MBC,리서치코리아등 7만명 투표자 조사
제16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19일 오후 11시 현재 93%의 개표율을 보인 가운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49%를 얻어 46.5%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2.5% 차이로 제치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노 후보의 당선은 선거 막판까지 계속 이어진 여러 악재와 변수를 뚫고 젊은 유권자들의 `영파워’가 일궈낸 승리로 평가된다.
이번 대선의 전체 유권자 3천499만1천529명(부재자 86만7천476명 포함)를 연령별로 보면 20대 810만6천862명(23.2%), 30대 879만697명(25.1%), 40대 784만4천964명(22.4%), 50대 452만7천243명(12.9%), 60대 이상 572만1천763명(16.4%)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즉 20대와 30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8.3%에 달하고,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를 합한 29.3%에 비해 월등히 많아 젊은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승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MBC와 코리아리서치가 유권자 7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연령대별 노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비율은 20대의 경우 59%대 34.9%, 30대는 59.3%대 34.2%, 40대는 48.1%대 47.9%, 50대는 40.1%대 57.9%, 60대 이상은 34.9%대 63.5% 등의 분포를 보였다.
유권자의 학력별 노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분포는 대졸 이상에서 50.1%대 40.2%, 고졸 이상에서 47.9%대 43.6%, 중졸 이하에서 34.5%대 56.3% 등이었다.
젊은층과 고학력층에서의 우세가 노 후보의 승리를 가져온 것이며 이는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5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정몽준(鄭夢準)에서 시작해 정몽준으로 끝날 뻔 했다."
20일 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노무현_정몽준 공조 파기 속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하자 민주당의 당직자는 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노 당선자의 승리는 전적으로 정 대표의 공로였다. 정 대표의 깨끗한 후보단일화 결과 승복이 당시 20%에 머물던 노 당선자의 지지율을 단숨에 40%대로 끌어올렸기 때문.
그러나 18일 밤 정 대표가 노 당선자의 종로유세 발언에 격분, 투표 개시를 불과 7시간30분 남겨놓은 상태에서 노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꼬였고, 정 대표는 이 순간부터 민주당에게 "불복의 배신자"가 됐다.
그러나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번 승리의 제1 원동력은 역시 후보 단일화였다. 그리고 여기에 당내 1등 공신은 신계륜 후보비서실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판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재협상에서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
노 당선자는 후보단일화 직전까지 끊임없는 당내 흔들기에 시달리며 후보직 사퇴를 종용 받았다. 이때 그를 지켜낸 사람들이 당내의 민주화 세력과 개혁파 그룹이다.
선대위가 본격 가동된 뒤부터는 정대철 위원장을 위시한 본부장들의 역할이 컸다. 김경재 본부장이 이끈 홍보본부는 방송 CF ‘눈물’편 등으로 미디어 선거의 기선을 제압했다.
조광한 찬조연설단장은 기존의 틀을 깨고 부산 자갈치 시장 아줌마를 연설원으로 내세워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급진 노선으로 당에서 ‘탈레반’으로도 불렸던 정치개혁추진위의 조순형, 신기남 의원은 끊임없이 ‘DJ와의 차별화’를 주장해 노 당선자에게서 DJ 컬러를 탈색시키는 효과를 얻어냈다.
노 당선자의 적극 지지자인 명계남, 문성근씨는 선거기간 내내 유세현장의 연설원으로 뛰었다.
노 당선자의 승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은 전국의 5만명 노사모회원들이다. 노 당선자가 어려웠던 시기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내주고 희망돼지 저금통으로 후원금 60억여원을 모아주며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됐다.
이회창 후보 "정계은퇴" 선언
패배 인정 깨끗이 승복... 盧당선자 축하
16대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20일 "오늘 저는 정치를 떠나려고 하며, 깨끗이 물러나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한다"면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부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주기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게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굳게 믿어왔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게 평생의 꿈이었지만 이번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제가 부덕하고 불민한 탓에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며, 여러분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 당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지만 여러분이 뭉치면 희망의 새 길을 찾아낼수 있는 만큼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달라"면서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및 경제안정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당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어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간다면 언젠가 국민들은 여러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모든 걸 던짐으로써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꼭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지난 96년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한후 신한국당 대표와 한나라당 총재 등을 거치며 5년여동안 야당을 이끌어 왔으나 지난 15대 대선에 이어 16대 대선에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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