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와 2세의 중요성은 한인사회 단체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이들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는 분석해보아야 할 문제다.
미주 한인사회는 2002년 여름 월드컵 대회를 통해 그동안 결코 볼 수 없었던 차세대 한인들의 ‘한국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차세대 한인들이 앞으로 나아 가야할 방향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인 1세와 1.5세, 2세들간의 관계는 일반 통행이 되어서는 결코 안됩니다."지난 3년간 미주한인 청소년 재단에 1.5세와 2세 한인들의 영입을 위해 노력해온 이 재단 방준재 회장의 뼈있는 지적이다. 한인 1세들이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1.5세와 2세들이 따라와 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1.5세와 2세들을 한인사회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언어구사와 문화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무엇이 답답해서 한인사회를 위해 나서겠는가?
뉴욕 한인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모 인사는 한인회장 당시 항상 자녀들로부터 "아빠, 한인회장 하면 돈이 나오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대부분의 한인 1.5세와 2세들이 생각하는 냉정한 현실이다.
그들로부터 고향의 향수, 같은 민족을 위한 순수한 봉사정신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흔치는 않지만 1.5세 2세 가운데는 그래도 한인사회의 권익을 위해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한인사회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한계를 깨닫고 실망한 채 미 주류사회로 다시 방향을 바꾸는 예가 대부분이다.
한인 1.5세와 2세들이 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한국보다는 한인사회가 어떤 곳인지 먼저 가르쳐야 한다. 바깥에 나가서는 "1.5세와 2세들을 영입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집에 와서는 자녀들에게 "너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미 주류사회에 진출해야 된다"라고만 강조하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들이 미국 신문과 방송은 물론, 한국 신문과 방송을 읽고 보고 들으면서 한인사회의 각종 현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때 한인사회의 미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는 ‘세계화 시대’다. 이제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메리칸’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이중문화인’(Bi-Cultural)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것이다.
지난 2002년에는 한국과 한인사회를 한인 1.5세와 2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저절로 제공됐다. 월드컵동안 태극 전사들의 활약을 생방송을 통해 지켜본 차세대 한인들은 한결 같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소리쳤다.
이들 중에는 한국이 부모가 태어난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한인 2세들도 많았다. 그러나 스페인과의 8강전을 지켜본 플러싱 거주 클라라 오(15)양은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극적으로 승리하자 눈물을 흘리며 ‘아이 엠 프라우드 투 비 어 코리언’(I’m proud to be a Korean)이라고 외쳤다.
미주 한인사회 역사상 이처럼 한인들을 하나로 묶었던 사례도 없을 것이다. 월드컵은 미주 한인 2세들을 변화시켰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기적을 연출한 한국팀을 응원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다.
태극 전사들의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플러싱 일대에서 징과 꽹과리를 들고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합동 응원을 리드한 사람들도 바로 한인 1.5세들과 2세들이었다.
월드컵은 결국 1.5세들과 2세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여름방학 기간 모국관광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18세 이하 한인 학생들의 수가 전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으며 이들은 모국에 대한 상당한 호감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월드컵 전에는 부모의 강요에 의해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많았으나 지난 여름에는 정반대였다"며 "조국에 대한 한
인 청소년들의 관심과 자긍심이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한인들이 한인사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단체로는 가장 대표
적으로 뉴욕한인 청년회의소(Jaycees·제이씨)가 있다. 지난해 제14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대
중(37)씨는 "전문성과 젊음이라는 제이씨의 색깔을 살려 미래 한인사회를 이끌어갈 한인 1.5
세와 2세들을 위한 등대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기존의 제이씨 멤버들과 더불어 한인사회를 잘 모르는 1.5세와 2세 한인 멤버 30여명을 새
로 영입한 김 회장은 "한인사회와 1.5세 2세들을 연결하는 교량 단체가 될 것"이라고 다짐
한다.
1.5세와 2세들에게 문화 예술 공간을 제공하는 종교 행사도 있다.
’We are proud to be Who We are’의 약자인 ‘WaWWa Zone’이 바로 그것이다. ‘와와존’
은 매주 토요일 퀸즈 칼리지 콜든 센터에서 1.5세 및 2세들에게 문화예술 축제를 제공해주
고 있다.
한인사회 지도자들은 지난 월드컵 때 거둔 민족 단합을 거울로 삼아 차세대 한인들을 ‘하나
’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될 것이다.
미국 교육은 ‘원칙’과 ‘체제’를 중요시 여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차세대 한인들이 한인사
회 회의에 참석하면 대부분 어리둥절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을 한인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을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한인사회의 어떤 단체 회의에 참석시킨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치명타밖에 되지 않는다.
월드컵 당시 ‘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라는 말에는 결코 거짓은 없었다. 그들도 한국과 뉴욕 한인사회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행사가 우연하게 차세대 한인들을 단합시켰지만 ‘우연’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그 ‘우연’을 개발해 낼 때이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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