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집
▶ 맨하탄서 20분 거리...살인 등 흉악범 수용
한인죄수 6명, 이 전도사등과 대화 통해 큰 위로
’UAAO 날’ 행사는 ‘재소자의 크리스마스’ 같아
싱싱교도소는 그간 악명 높은 교도소로 알려져 왔다.
싱싱교도소는 맨하탄에서 승용차로 2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뉴욕 웨체스터카운티 오싱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암벽지층에 세워진데다 암벽 아래로 허드슨 강이 흐르고 있어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곳은 영화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싱싱교도소는 2,400명의 재소자들이 수감돼 있는 등 뉴욕주립 교도소로는 최대의 규모다. 이곳은 시설만 컸을 뿐 환경이 열악하고 또 사회와 접촉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고립과 격리만 강조돼 거칠고 험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48년 11월 이곳의 처형 장면이 스파이 카메라 미녹스에 의해 전세계에 보도되고 또 1951년 미국 민간인으로 처음 러시아 간첩죄를 받은 줄리어스 로젠버그 부부가 처형돼 수감자 사이에서도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살인범을 포함 뉴욕주에서 가장 많은 흉악범들이 수용돼있다.
그러나 싱싱교도소는 이같은 과거의 악명과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교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교도소 차원에서 여러 가지 개선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죄수들 역시 교도 행정이 허용하는 한에서 자기 개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싱싱교도소에서 열린, 재소자 단체인 유나이티드 아시안 아메리카 협회(UAAO)의 날 행사 역시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이번 행사에는 이미 3개월전부터 참가를 신청한 수감자들이 행사장인 강당에 모여들었다.
이 행사는 준비부터 행사 마지막 시간까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정도로 극적으로 진행됐다. 외부와 격리돼 있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뉴욕주 교도국에 행사를 신청했으며 허가와 함께 초청장 제작, 행사 계획, 행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했다.
UAAO의 장윤수 회장은 행사 참가자들에게 선사할 펜시 볼펜과 내프킨을 메일로 주문했고 이날 사용할 식단표까지 작성했다. 고급 볼펜에는 싱싱교도소의 UAAO란 글자도 새겨놓았다.
교도소에서 제공되는 음식들은 뉴욕주 교도국이 만들어 냉동 상태로 배달된 것으로 과일과 채소를 제외하고는 인조식품이다. 진짜 고기나 달걀은 맛볼 수 없고 고기맛과 달걀 맛이 나는 인조식품만 제공된다. 지난해 첫 행사를 가졌던 경험에 따라 장 회장은 메뉴부터 외부 음식으로 마련했으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식권도 제작했다. 아침은 던킨 도넛, 점심은 차이니스 푸드를 제공했다.
더구나 10분안에 모든 식사를 끝내던 규정도 이날은 예외 조치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음식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이날 행사는 아침 식사에 이어 라이브 밴의 연주, 영화감상, 공식 행사, 점심 식사, 영화감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곳에 수감된 6명의 한인 죄수가 이날 행사에 초청된 유스앤 패밀리 포커스의 이상숙 전도사와 할리 김·김희경 카운슬러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큰 위로를받았다. 한인 수감자들은 대부분 한인사회에 크게 알려졌던 사건과 연루된 인물들이다.
청소년 시절 체포된 교도소에서 성인이 된 수감자도 있으며 20여년이란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사람도 있다. 이중 2명은 정신질환 증세와 호흡장애 등의 지병까지 갖고 있다.영어를 못하는 수감자들은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 다른 교도소에서 옮아왔거나 들어온지 얼마 안된 한인들은 힘든 신고식을 겪어야 한다.
다행히 UAAO가 2년전 구성돼 그 이후에 들어온 한인 수감자들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더구나 청소년 시절부터 수감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곳에서 GED 코스 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갱단에 연류됐던 C군은 대학과정을 밟고 있다. C군은 지난 학기 전과목 A를 받는 등 이곳에서 우등생으로 자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UAAO는 이곳에서 리틀 자이언트로 불리는 한인 장윤수씨가 뉴욕주 교도국 직원으로 수감자 특별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데보라 마시아노 감독이 함께 설립했다. 장씨는 투표에 의해 회장으로 선출됐고 부회장은 중국인이 맡고 있다.
이곳 재소자들은 아침 6시에 일어나 10분간 아침을 먹은 뒤 각자 프로그램대로 정식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고 점심 시간을 갖는다. 점심 후 잠시 마당에 나가 햇볕을 쬐고 다시 들어와 순화 교육 등 이수해야 할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매일 갇힌 곳에서 감시를 받으며 규칙 생활을 해온 수감자들에게 18일 행사는 일년에 한번오는 자유의 시간으로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손꼽아온 날이었다. <이민수 기자>
■ 한인 재소자 사회적응 지원
유스앤 패밀리포커스 이상숙 전도사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도부터 교도소 사역을 해오고 있는 유스앤 패밀리 포커스의 이상숙 전도사는 재소자들을 만날 때 이런 말을 전해준다.
UAAO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 집을 나선 이 전도사는 이 행사가 한인 재소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강하게 믿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1시간이 넘는 수속 절차를 마치고 어둡고 긴 터널을 통해 강당에 도착한 유스앤 패밀리 포커스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듣고 있는 UAAO회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한인 재소자는 물론 히스패닉, 흑인, 백인 등 인종을 초월해 이 전도사를 반갑게 맞이했다.1990년 우연하게 재소자 가족과 함께 그린교도소를 방문한 이 전도사는 이후 청소년 재소자들을 직접 찾아가며 교도소 사역을 시작했으며 이어 신학교에 입학, 신학을 공부했다.
"한인 재소자들은 심신은 물론이고 물질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긴 재판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재소자들을 만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고민하게 되고 또 인간의 본질을 배우게 된다며 이곳에 수감된 한인 청소년들의 마음에 들어가면 너무나 선한 모습을 읽게 된다고 전했다.
"저는 재소자들이 출감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역을 합니다." 6년간 상담해온 재소자가 대학원 과정 준비까지 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씨는 이날 자리를 함께 한 1.5세 김희경씨와 할리 김씨가 지난해부터 보수없이 풀타임으로 상담일을 도와줘 너무 고마울 뿐이라고 말을 맺었다.
■ 재소자단체 UAAO회장
’리틀 자이언트’ 장윤수씨
싱싱교도소에서 리틀자이언트로 불리는 장윤수씨는 이곳에서 한인을 포함, 아시안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2년전 UAAO를 설립하고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아시안 재소자들이 서로 의지하며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영어가 부족한 재소자들을 도우며 함께 생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협회 사업으로 케익을 판매, 수익금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곳에는 6개의 단체가 조직돼 있다. 이들 단체는 각각 기금모금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 단체는 사진을 찍어 판매를 하는 등 모두 사업을 한다. 또 사업 수익금이 높은 단체일수록 인기가 높다.
UAAO는 한달에 한번씩 판매한 케익 수익금을 교도소의 컴퓨터나 재소자 자녀들을 위한 선물을 사는 등 좋은 일에 앞장서 교도소 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재소자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단체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한국일보를 구독, 사회 소식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 읽은 신문을 한인 재소자들과 돌려보고 있습니다."
1990년 1월 본인이 운영하던 청과업소에서 행패를 부리던 술취한 백인을 권총으로 위협하다 오발사고로 그를 죽였다. 살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장씨는 억울함에 이곳에 들어와 미국의 범죄체계와 형벌체계 및 형사제도를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내년 출감예정인 장씨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한인들을 대변할 한인 정치가 배출이 한인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일"이라고 강조한다.장씨는 이곳에서 우등 재소자로 구분, 취사도구가 갖춰진 감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겁도 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느긋해지고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이곳에서 빵장사를 하며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기쁘다"며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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