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Quilt)로 가족사랑을 전하는 한인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누비이불과 같은 미국식 퀼트는 200년 미국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때문에 미국인들의 애장품 1호로 손꼽힌다. 퀼트를 하다보니 남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내적, 외적인 모습까지 변화되고 있다며 퀼트 예찬론을 펼치는 한인여성들을 만나봤다.
화씨 10도의 꽁꽁 언 기록적인 영하의 날씨 속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마음마저 휑하던 날. 바깥 기온과는 아랑곳없이 저마다 천 조각을 손에 들고 열심히 바늘땀을 놀리는 여성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는 따뜻한 기온만이 가득했다.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까르르’ 웃어대며 즐거움에 겨운 표정으로 손바느질에 여념이 없는 이들은 요즘 한창 퀼트의 재미에 푹 빠진 한인 여성들. 뉴저지주 클로스터 소재 `퀼트 플러스’에 모인 한국어 퀼트반 수강생들이었다.
자르고, 그리고, 다리고, 꼬매고… 재봉틀도 신이 나서 `타타타타~’ 소리를 내며 천을 미끄러뜨리고 있었다. "퀼트를 하다보니 남편의 서비스가 달라졌어요"라며 수줍게 웃는 롱아일랜드 거주 정정희씨.
친구의 동서가 만든 퀼트 식탁매트를 보고 너무 예뻐 친한 친구 몇몇과 함께 퀼트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5개월 째란다. "처음 퀼트를 시작할 때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심드렁한 표정만 짓더니 작품이 하나씩 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무척이나 신기해하더군요. 평소 집에 있을 때는 통 전화도 받지 않던 남편이 이제는 제가 퀼트를 하고 있으면 전화도 대신 받아주고 심지어 커피까지 타다 바치면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엄마가 집에 없을 때에도 언제나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며 아이들도 아주 좋아한다는 것.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미세스 고는 "노후대책으로 퀼트를 배우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늙어서 바깥출입이 힘들어지면 집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시작했어요. 젊을 때 미리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뉴저지주 레오니아에 거주하는 미세스 강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소품을 만들어 트리를 장식했고 연말연시 선물로 선사했더니 모두들 좋아하더란다.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미세스 장은 "퀼트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성격이 급한지 확실히 알게 됐어요. 급하게 서둔다고 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시행착오를 거쳐 깨닫고 이제는 차분히 하는 방법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어반에는 롱아일랜드와 퀸즈에서 뉴저지까지 원정 온 여성 7명과 뉴저지주 거주여성 7~8명이 등록해 있다. 이들이 말하는 퀼트의 또 다른 매력은 같은 재료, 같은 디자인을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모양이 모두 달라 마치 내 자식처럼 여겨진다는 것.
퀼트 플러스의 카니 우 사장은 "퀼트는 성격개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치유에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바느질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뿐 아니라 잡생각이 없어져 집중력도 길러준다는 것. 또한 손가락 끝을 끝없이 자극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좋고 창조력도 길러준다. 무엇보다 퀼트가 여성에게 가장 좋은 점은 태교에 이롭다는 것이다. 급하거나 산만한 성격도 점차 침착하게 변해 출생한 아이들이 순하고 잘 울지도 않는다고 한다.
김은주 강사는 "미국인들은 바삐 살다보니 손으로 직접 만든 선물을 너무도 귀하게 여긴다. 때문에 퀼트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며 여성의 창업 아이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퀼트로 만든 아기 이불(60x75) 경우 재료비의 4~5배 수준인 350~400달러에 매매되고 있다. 퀼트는 조각 천을 이어 만드는 패치워크 또는 천을 덧대어 붙이는 아플리케에 퀼트솜과 바탕 천을 함께 누비는 작업을 일컫는다.
퀼트는 보통 6개월 정도면 기본 기술과 응용법을 익힐 수 있고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초급과정에서는 바늘꽂이나 쿠션 등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 중급에서는 가방, 벽걸이, 인형 등을, 고급에서는 큰 대형작품도 만들 수 있다.
■ ‘퀼트 플러스’ 강사 3인방
"한국인 퀼트 길드 만들어
불우 한인들에 봉사하고 싶어"
버겐 카운티 유일의 퀼트점인 `퀼트 플러스(Quilt Plus, Inc.)’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카니 우 사장은 10년 경력의 퀼트 전문가이다. 퀼트를 배우고 싶다는 주변 사람들의 요청에 못 이겨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퀼트점을 경영하게 됐다.
"미국의 전통문화인 퀼트를 한국말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관심 있는 한인들이 입 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다"는 우 사장은 현재 목·금요일 오전에는 한국어 퀼트반을, 이외 평일에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오전·오후반을, 토요일에는 어린이 퀼트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 학교나 걸스카웃의 기금모금 행사를 위한 퀼트 지도는 물론 여름이면 서머캠프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퀼트 플러스’를 다녀간 수강생은 줄잡아 350명. 이중 한인만 50여명에 달한다.우 사장은 "미국인들은 퀼트 길드(Guild)를 통해 손수 만든 퀼트 이불을 양로원과 고아원, 노인병원에 기증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한국인 퀼트 길드를 만들어 불우 한인들에게 봉사하고 롱아일랜드에서 뉴저지까지 다리를 2개씩이나 건너오는 열성 한인들을 위해 퀸즈 지역에 제2호 점을 오픈 하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밝혔다.
김은주 강사는 한국 퀼트의 원조로 불리는 `윤 퀼트’에서 퀼트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인물. 70대 중반의 시어머니까지 퀼트의 세계로 `전도(?)’했다고 한다.
올해 70세를 넘어서는 매리언 라클린 강사는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지역 내 유명 퀼트 전문가로 25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뉴저지주 브라운스톤 퀼트 길드’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한편 `퀼트 플러스’의 퀼트 강의는 6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는 주당 15달러이고 재료비는 별도로 100달러 안팎(6개월 기준)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위치:223 Closter Dock Rd. Closter, NJ 07624
▲문의:201-767-0506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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