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만 봤던 것 전문가 설명 들으며 감상
이해 빠르고 오래 기억 남아
자녀에게 살아있는 현장교육을 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박물관 견학을 꼽을 수 있다. 책에서만 봤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값진 교육 밑천이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부모들이 자녀들과 박물관을 찾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해야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지난 1일 PS 32 초등학교의 `엑셀’ 방과후 프로그램 소속 한인학생들이 체험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견학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 1일 토요일 설날 오전 10시 학교 앞 정문. 밤새 내린 비로 온 땅이 촉촉이 젖어있었다. 떡국까지 한 그릇씩 든든히 챙겨 먹은 PS 32 소속 한인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PS 32는 뉴욕주 교육국 최초로 갓 이민 온 한인학생들을 위해 `이중언어 엑셀 프로그램(Bilingual Excel Program)’이라는 무료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2만7,000달러의 운영비도 지원 받고 있다.
디렉터 신금주 교사의 사전 승인 아래 엑셀 프로그램 소속 학생 뿐 아니라 형제자매 또는 친구와 함께 모여든 학생들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신나게 재잘거렸다. 오늘이 바로 액셀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단체로 뉴욕 맨하탄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으로 견학 가는 날이기 때문.
오전 10시15분. 학교 정문 앞에 노란색 스쿨버스가 도착했다. 학부모 4명과 교사 2명, 학생들과 기자까지 총 24명이 버스에 올라탔다. 오전 10시30분.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다. 오전 11시15분. 노던 블러바드와 퀸즈보로브릿지를 건너 드디어 맨하탄에 입성한 버스는 마침내 메트 뮤지엄 앞에 도착했다.
오전 11시30분. 한국말로 뮤지엄 투어 가이드를 해줄 메트 뮤지엄 한인자원봉사자 구창화씨와 로비에서 만났다. 서로 인사를 건넨 뒤 초록색 입장 배지를 나눠 받아 가슴에 꽂았다. 곧이어 구씨를 따라 제일 먼저 학생들이 찾은 곳은 이집트 유물관. 고대 이집트 그림들이 전시된 통로를 지나자 미이라 전시관이 등장했다.
기원전 3~4,000년 전의 미이라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고 때때로 5,000년 전의 미이라도 발견된다는 설명에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이어 기원전 3,458년 전에 제작된 킹 사후르 파라오의 조각상 앞을 지나 이집트의 총리대신
매켓레가 살았던 집과 배 모양의 부장품 전시관을 둘러봤다.
오전 11시 50분. 중국관의 문 앞을 지키는 해태 조각상을 지나 한국관 유물을 구경했고 복도에 나란히 들어선 중앙아시아 전시관을 거쳐 정오에는 메소포타미아관으로 들어섰다.
이집트의 아수나시펄 2세의 왕궁 벽을 장식했던 부조를 둘러본 뒤 다빈치 전시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몰려든 인파로 인해 관람가능 시간까지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에 다른 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오후 12시20분. 미국 미술관에 도착, 가장 큰 그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구창화씨는 이 큰 그림이 1776년 12월25일 2,500명의 군대를 이끌고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조지 워싱턴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전시 작품 중 가장 대작이며 그림이 남긴 역사적, 현실적 모순으로 더욱 유명해졌다는 재미난 설명도 들었다.
이어 오후 1시. 동·서양 무기 및 방패 전시관으로 안내되었다. 메트 뮤지엄에는 그림이나 조각 뿐 아니라 다양한 공예품도 많이 전시돼 있었다. 스페인 왕자였던 루이 1세가 5세 때 입었던 갑옷을 봤고 당시 패팅 제작 기술, 갑옷무늬의 상징적 의미, 중세시대 기마병과 철갑 무기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1시간30여분의 투어를 마쳤다.
오후 1시30분. 즐거운 점심 시간이다. 점심은 뮤지엄 카페에서 각자 사먹기로 했다. 미리 준비해온 돈으로 회화 연습도 할 겸 자신의 점심을 각자 주문하기로 한 것.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신 교사의 인솔 아래 모두 19세기 유럽의 미술전시관으로 향했다.이곳에서는 고호, 고갱, 르노와르, 모네, 밀레 등 말로만 듣던 유명 화가들의 원작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나눠 받은 하얀 백지 위에 그림을 하나씩 그리도록 과제를 부여받았다. 학생들의 그림은 오는 12일로 다가온 학교 음력설 행사에 퀼트 전시작품 모티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오후 3시. 일행은 모두 박물관 1층에 자리한 상점에 도착했다. 신 교사가 기념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엽서 2장씩 구입해 선물했다. 오후 3시20분. 학교로 다시 데려다 줄 스쿨버스가 뮤지엄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사
아저씨가 빨리 타라고 독촉했지만 일행은 뮤지엄 정문 앞에서 기념으로 단체 촬영하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오후 4시30분. 학교 정문 앞에 스쿨버스가 도착했다. 엑셀 프로그램 학생들 대부분은 메트 뮤지엄 방문이 처음이었다며 비록 설날 세뱃돈은 받지 못했지만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을 한하루였다며 만족해했다.
민혜(4학년)·민혁(3학년)이와 동행했던 학부모 박영미씨는 "때때로 뮤지엄을 가보긴 했지만 전문가의 설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특히 직접 그림을 그려보게 한 것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신 교사도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메트 뮤지엄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이들 초기 이민자 한인학생들에게는 큰 자랑거리이자 좋은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현장교육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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