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집
▶ 전염성 강해 자녀 건강에 해로와
우울증은 정서의 변화에 따른 정신적 질병이다.
기분이 나빠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자신 뿐아니라 주위 사람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게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우울증은 주위사람들에게 쉽게 전염된다는 점이다.
한인 정신 건강 세미나와 서포트그룹(Support Group) 상담을 맡고 있는 이나미(사진·정신과) 박사는 우울증이 단순히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사람, 특히 자녀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울증은 단순히 일반 사람들이 쉽게 기분이 나빠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와 정신 건강에서 두드러진 증상을 보이게 된다.이 우울증은 청소년기에 미국에 온 뒤 쉽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정체성의 혼란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한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케이스1
A군은 청소년기에 미국에 왔다. 부모가 의사 등 전문직으로 경제적으로는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A군 부모들은 한국에서처럼 아들이 최고가 되기를 바라면서 사립학교에 넣었지만 A군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왕따가 되어버린 뒤 마약에 빠져들었다. 정신적 부적응으로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는 A군에게 그의 부모들은 ‘나이먹은 우리도 적응하는데 왜 그러냐’며 오히려 질책하기만 한다.
결국 그는 한국으로 혼자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우는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이 흔히 겪는 일이기도 하다.
■케이스2
미국에서 태어난 B군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져든 케이스다.B군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에 시달리게 된다. 미국 친구들은 이방인 취급을 하고 한인 학생들은 ‘바나나(겉만 노랗고 속은 하얀)’라며 그를 무시한다. 부모가 원하는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뒤 B군은 고교시절까지의 감시와 질책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혼자서는 생산적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학교를 중퇴한 뒤 집에서도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서 사회생활도 못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명문대를 중퇴한 자식을 남에게 알리기 싫어 방치하고 있다.
■자가진단법
우울증 자가진단법에는 흔히 ▲정신활동이 느려져 기억력이 감퇴되고 의욕을 상실하는 것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수면의 변화로 잠을 못이루거나 반대로 잠에 빠져드는 것 ▲식욕의 급격한 변화 ▲성생활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있다. 이같은 증상들이 지속적으로 또는 급격하게 진행될 때 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다.전문적인 용어를 빌린다면 우울증에는 정신병적 우울증과 신경증적 우울증, 조울증이 있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위에서 언급한 신체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으로 자신이나 남까지 해칠 수가 있다. 얼마전 한국의 대구 지하철 참사의 범인도 이와 유사한 정신상태를 보인 것 같다는 것.
조울증은 감정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급격히 올라가는 기복이 심해지는 것을 말하며 신경증적 우울증은 막연히 의욕이 떨어지고 죽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다.
이 증상은 상담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정신병적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전문가의 꾸준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과 치료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어릴
적의 부모와 자녀 관계, 양육태도 뿐 아니라 심지어 유전적인 요소까지 있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울증을 가진 부모는 태교부터 양육에 이르기까지 무관심하고 방치할 수 밖에 없다.
이 박사는 "자신이 만사가 귀찮다보니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색다른 환경=이민, 이성친구 교제 등-에서 적응하지 못하면서, 실패를 안해본 아이가 실패를 맛보면서 자신의 자긍심이 손상을 입을 때, 중년의 여성이 배우자의 외도나 경제적 성공후의 허탈감으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노년기에 신체가 불편해지고 자식들이 모두 떠나간 뒤 겪는 빈둥지신드롬(Empty Nest Syndrom)에서도 생긴다.이 박사는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마음이 피곤하고 신경을 혹사했을 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울증을 통해서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돈을 많이 벌었다면 그동안 나와 내 가족이 혹사를 했겠구나’, 또는 ‘앞으로 내 인생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등등.
주위사람들도 섣불리 ‘이래라 마라’ 하는 식의 어설픈 상담을 하지 말고 같이 감정을 나누도록 해야 한다는 것.
■도움받을 곳
이 박사가 직접 참여하는 우울증 서포트그룹은 10명의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10주에서 15주동안 상담 및 치료를 한다. 한번 참석할 때마다 10달러를 낸다.
’그렇게 오랫동안 상담과 치료를 해야 하느냐’는 우문에 이 박사는 "우울증같은 정신 질환은 주위에서 이렇게 해라 마라 하는 식으로, 또는 신체처럼 약물을 투입함으로써 단기간에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인들이 정신건강을 너무 간단히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의; 201-944-5612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프로젝트 홈커밍의 루시 공 디렉터
"가정문제와 청소년 문제는 서로 떨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정이 안정될 때 자녀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홈커밍(Project Homecoming)’의 루시 공 디렉터(사진)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쉘터(Shelter)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 쉘터를 만들기에는 경비가 만만치 않았고 여러 한인들과 상담을 하면서 가정문제가 청소년의 문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들인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가정이 우선적으로 안정돼야 된다고 귀착됐다.
공 디렉터는 "이미 문제가 있어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과 예방하는 차원에서 세미나를 갖는 2가지 방식으로 가정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프로젝트 홈커밍의 역할을 설명했다.
케이스별로 살펴본 한인 이민가정의 문제는 남편의 외도문제와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청소년 그룹의 우울증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프로젝트 홈커밍은 이같은 한인 가정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그동안 ‘건강한 우리 가정’이라는 주제로 여러차례 세미나를 해왔다. 1회 세미나에서는 이민 여성의 심리적 상태라는 제목으로, 2회째는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우리 아이 이야기, 3회때는 자녀의 행동 방식에 따른 부모들의 대처 방법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했다.
오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포트리힐튼호텔에서 열리는 4차 세미나는 정신건강에 대한 것이다. 이민 가정의 청소년과 어른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한 상담과 대처 방법 등이 주로 논의된다.
이번 우울증 세미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공 디렉터는 "갱년기 여성의 3명 중 1명꼴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인들이 이번 정신건강 세미나에 많이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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