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를 맞은 LA 한국의 날 축제 행사장은 웃음과 덕담, 흥겨운 분위기로 하루종일 생동감이 넘쳤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제품설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소박한 시골장터를 연상시켜 오히려 정겨웠고 제대로 앉을 자리없는 음식부스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떡볶이와 순대, 호떡은 저절로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또 피부색과 문화는 다르지만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타커뮤니티 주민들도 ‘원더풀’을 연발하며 한인사회 최대축제의 흠뻑 빠져들었다. 밤이 되면서 축제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한 주를 열심히 일했던 한인들은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아와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며 함박 웃음을 터뜨렸고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이들은 화려한 오색등으로 장식된 각종 놀이기구를 타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장터 스케치
“떡볶이 맛있어요” 외국인에 인기짱
◎…“떡볶이 정말 맛있어요” 미국생활 10년째로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안 어머니를 두고 있는 올가 최양은 해마다 축제장을 찾는다며 올해는 이복 동생들과 함께 나오게 돼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태생인 최양은 “한국어를 조금밖에 모른다”며 수줍어 하면서도 “매운 한국음식과 문화에 익숙해 있다”고 소개했다. 동생 안드레이 스비르도프(11)군은 “암벽등반이 재미있었다”면서 “아직 매운 음식은 잘 못먹는다”고 말했다.
“비탈진 공간활용” 계단식 부스 등장
◎…협소하고 비탈진 식사공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음식부스 입주 업소들 사이에서 계단식 공간조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이곳은 경사 때문에 손님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부분적이나마 개선책(?)이 나오자 호평을 받았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김모씨는 “전에는 음료수병을 세워놓기도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대학생들 “교통정리 목쉬어”
◎…하루종일 행사를 돕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총대학생 학생 등 자원봉사들은 밤이 되자 행사장을 찾는 차량들로 큰 혼잡을 빗고 있는 올림픽가를 정리하느라 목이 쉴 정도.
한 여학생은 “셔틀버스를 제외한 일반 차량은 행사장 입구에 정차할 수 없는데 식구들을 내리고 태우려는 차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차지역이 아님을 소리쳐 알려도 별 효과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기관들 참여 한인들 호응높아
◎…올해는 정부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미국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어 한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노동청을 비롯 주류단속국, 보건국 등 각 기관들은 한인직원들을 현장에 파견, 관련정보를 담은 팜플렛을 나눠주고 현장에서 상담을 통해 한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LA카운티 검찰의 부도수표 단속반의 케이 나씨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한인들의 문의가 이어져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축제에서 만난사람들
“원더풀” 타인종도 어깨춤
글렌데일 아트 스튜디오 단원들
올해 축제 행사에는 타인종들의 모습이 다른 어느 해 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 전미례 재즈 무용단과 함께 공연한 두 딸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은 몬티 예들린과 메리 예들린 부부는 장터장 분위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렌데일 퍼포밍 아트 스튜디오의 학생인 쉴러(9)와 멕켄지(6)양도 외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축제장에 들어서자 신이 나는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생전 처음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찾았다는 부인 예들린씨는 “딸들이 나가는 댄스 스튜디오 학생들 대부분이 한인들”이라며 “이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됐다”고 즐거워했다.
“고향축제와 똑같아요”
애나하임 박규현씨 가족
개막 이틀째인 19일 한국의 날 축제가 열리는 서울국제공원 내 장터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들이 나온 한인들과 주변에서 소식을 듣고 구경온 타인종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애나하임의 박규현(37)씨는 유학생활 중 잠시 잊고 살았던 한국의 냄새를 맡기 위해 온 가족을 데리고 축제장을 찾았다. 큰아들 인용(4)군은 마침 장터 중앙무대의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오는 한인 그룹사운드의 열창에 흥겨운지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흔들며 어깨춤을 추었다.
생후 8개월된 아들 준용을 안고 있던 박씨의 부인 세라(32)씨는 까불어대는 큰아들을 끌어댔지만 흥이 난 인용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우스베일로 대학에서 한의학을 공부 중인 박씨는 “올해 축제는 지난해 보다 더 다양한 행사와 부스들이 마련된 것 같다”며 “두고 온 한국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황성락·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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