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가를 화려하게 수놓은 한국의 날 축제의 하일라이트 코리안 퍼레이드는 이민 100주년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한인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을 과시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수만 인파는 언어와 피부색, 문화를 떠나 오색 꽃차와 드릴 팀등이 지나갈 때마다 함께 박수와 환호로 호응하며 ‘맬팅팟’ LA의 하나됨을 보여줬다.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퍼레이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30년째를 맞은 이번 코리안퍼레이드는 한인들은 물론 타인종 주민들도 대거 참여, LA시의 대표적인 문화체험장으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줬다. 가족단위로 올림픽가를 찾은 관객중 일부는 비디오카메라를 준비, 모든 장면을 담았다. 미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남매를 둔 밸리거주 토머스 류씨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기대이상의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고 오렌지시에서 온 서니 정씨는 17년 미국생활중 LA축제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팀은 단연 미키와 미니 마우스. 이민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디즈니사가 파견한 미키와 미니가 탐승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어린이들은 ‘미키’ ‘미니’를 외치며 일어서서 손을 크게 흔들었고 극성 부모는 아이를 차쪽에 세운 뒤 얼른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어린이는 디즈니랜드에서만 보는 것으로 알았다며 좋아했다.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올림픽가 곳곳에 배치된 경찰관들도 기회있을 때마다 일손을 놓고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윌셔경찰서 자전거 순찰대 소속 조 마티네스 경관은 화려한 꽃차들의 행렬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으며 동료인 말라 시우테렐리 경관도 한국문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역동적 인줄 몰랐다고 한국의 날 축제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퍼레이드는 한인들 뿐 아니라 많은 타인종 주민들도 함께 즐긴 인종화합의 한마당을 연출. 사우스센트럴 LA에 사는 흑인 청소년 제이슨 워드(15)군은 일렬로 늘어선 뒤 뒤로 돌아서면서 송판을 격파하는 태권도 묘기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슨군의 친구 말론 잭슨(15)군은 꽃차에 탑승한 젊은 한인여성들이 흑인여성 만큼 이뻤다며 은근히 흑인여성들이 미인이라는 것을 강조.
◎…퍼레이드 시작 전 출발점에 모여 있던 꽃차 탑승자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3일전 회사로부터 꽃차에 탑승할 것을 통보 받았다는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김경은(25)씨는 일생에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오겠느냐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넉살을 떨었다.
◎…수많은 주민들이 몰린 서울국제공원 장터 주변은 퍼레이드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길거리에 버리고 간 음식 찌꺼기, 신문지, 비닐봉지 등으로 인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림픽과 마리포사 근처 아파트에 사는 전상만(55)씨는 자신이 깔고 앉았던 신문지까지 버리고 간 것은 너무 심하다며 월드컵 때 보여줬던 질서의식이 실종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퍼레이드에 초청된 타인종 VIP들은 연도에 늘어선 한인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 대며 간단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해마다 마틴 루터 킹 박사 탄생 기념일 열리는 ‘킹덤데이 퍼레이드’ 주관자이기도 한 래리 그랜트씨는 가지고 온 마이크폰을 꺼내 또렷한 발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올 봄 LA로 이민 와 한국의 날 축제를 처음 접했다는 김정훈(42·LA거주) 씨는 오늘 따라 초가을 바람은 선선한데 올림픽가에 농악소리가 울려 퍼지니 물씬 풍겨오는 반가움과 그리움에 콧등이 다 시큰하다며 웃고 있는 눈망울이 촉촉해 지기도...
◎…7년째 코리안 퍼레이드의 진두지휘를 맡아온 보이스카웃 715지대 김만효 대장은 매번 선두 행진을 하다보니 퍼레이드 전체를 구경할 수 없지만, 올해처럼 뜻깊은 이민 100주년 한국의 날 축제 퍼레이드 선두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행진하노라니 가슴이 벅차도록 뿌듯하더라고 감동을 전했다.
◎…일단 찍고는 봤는데 누구였더라. 퍼레이드 종착점에서 오픈카에 탔던 유명 정치인들이 차에서 내리는 대로 아이들을 옆에 보내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던 제니 장씨는 워낙 많은 인사들을 사진에 담다 보니 정작 누가 누군지 이름이 헷갈려 버린 것. 장씨는 분명히 시의원 같은데 이름은 하나도 모르겠다며 기자에게 이름을 묻기도.
◎…멀리 러시아 우스리스크에서 온 아리랑 예술단원들은 우아한 동작으로 거리를 행진, 수만 관중은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한 중년 남성은 고려인들을 직접 대하니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 같아 더욱 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퍼레이드를 마친 단원 김정순(17)양은 한인들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 줄 몰랐다며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