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버지를 칼로 찌른 혐의로 검거돼 구류 중이던 30대 한인 피의자가 병원 6층 병실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 숨졌다. 복부를 찔린 피의자의 아버지는 중태다.
27일 오렌지카운티 샌타아나 경찰국에 따르면 시내 한 이동식주택 단지(모빌 홈 팍)에 거주하는 마이클 김(33)씨가 26일 새벽3시께 자신의 아버지 김영진(62)씨를 8인치 길이 부엌칼로 수 차례 찌른 후 자신의 왼쪽 목 부분을 자해하는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 체포된후 샌타아나 웨스턴 메디컬센터 6층 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김씨는 27일 새벽 5시50분께 배치된 경관이 보는 앞에서 병실 판유리 창문을 맨발로 차고 1층 바닥으로 투신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의 도주를 막으려고 병실에 배치됐던 경관 1명은 침대에서 갑자기 일어나 5피트 정도 떨어진 창가로 뛰어가는 김씨를 저지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자신의 부친을 칼로 찌른 후 자신의 목 부분도 자해했음에도 불구, 자살 감시 또는 정신이상 관찰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 경험이 있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용의자는 자살 방지 차원에서 특별 감시하는 것이 경찰 관례다.
경찰은 자살한 김씨의 가족들이 ‘수개월 전 실직한 피의자가 그동안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평소 부모에게 폭언을 일삼아 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숨진 김씨의 친지들은 김씨를 패륜아로 규정한 경찰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친지는 자해하려는 아들을 말리려다가 아버지가 부상을 입은 것이라며 경찰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류 중이던 용의자가 경찰 앞에서 자살하는 동안 담당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자살 경위에 대해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 규명에 개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관리 구멍경찰이 보는 앞에서 투신자살한 마이클 김씨 사건 발생으로 샌타아나 경찰국의 피의자 관리 체계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27일 새벽 6층 병실에서 투신자살한 김씨는 검거 전 자신의 목을 스스로 찔러 자살을 시도했다 미수에 그친 피의자다. 하지만 경찰은 체포돼 병실에 구류된 김씨를 자살 요주의 대상으로 특별 감시하지 않았으며 투신하는 순간에는 그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수갑까지 풀어 준 상태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치료 상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요청에 따라 수갑을 풀어 주었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경위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후 상황이야 어쨌건 구류 중 입원한 용의자가 있는 병실에 경관을 배치하고 피의자의 손목과 병실 침대에 수갑까지 채워 도주를 막는 통상적인 절차나, 특히 자해 경험이 있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용의자를 자살 방지 차원에서 특별 감시하는 일반적인 관례를 어긴 셈이다.
그러나 한인 변호사들은 김씨의 가족이 경찰의 허술한 피의자 관리로 인한 사망을 이유로 소송을 통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경찰의 잘못을 꼬집어 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토니 김 형사법 전문변호사는 피의자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에게 책임 소재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하지만 경찰이 자살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피의자의 자살 의사를 막지 못했다고 항변할 때 경찰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유교적 전통에서 자란 아들이 아버지를 칼로 찌른 후 느꼈을 죄책감 등 문화적 요소들을 경찰이 이해했더라면 이런 비극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원 기자>
자살한 김씨 가정주변사람들에 따르면 비극을 맞은 김씨 집안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메리칸 드림을 일궈가던 보통 LA한인 가정이었다.
자살한 마이클 김씨는 부모는 따라 9살에 미국에 온 1·5세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성장한 김씨는 지역에서 대학을 마친 후 실리콘 밸리 지역에 있는 한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수개월 전 실직한 후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두문불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숨지기 전 까지 샌타아나 이동식주택 단지의 한 주택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해 왔다.
또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진 아버지 김영진씨는 신앙생활을 통해 이민생활의 고통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한 모범 시민으로 평가받고 있다.
웨스터민스터에 소재한 한국순교자천주교회 강요한 주임 신부에 따르면 김씨 가정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성당에 출석했으며, 아버지 김씨는 장우회(장년부) 멤버로 어머니 김경자씨는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며 열성적인 신앙생활을 해 왔다.
성우 출신으로 전해진 아버지 김씨는 특히 바둑에 심취해 가든 그로브에 있는 한국기원에 자주 들려 왔으며, 코스타 메사의 세탁소를 처분한 뒤 오렌지카운티 한 골프장 관리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가가 거주하는 이동식주택 단지의 관리인은 김씨 가정은 지난해 6월 이사 온 후 단 한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모범 가정이라며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던 선량한 사람의 가정에서 비극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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