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불로 가장 큰 인명 및 재산피해가 났던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도 샌비센테 저수지 바로 남쪽에 위치한 레이크뷰 힐스 에스테이츠 게이트 커뮤니티는 한가족 3명을 비롯한 4명의 주민이 포위된 불길 속에서 숨지고 10채의 고급 주택 중 절반이 흔적도 없이 전소된 피해를 입었다.
이들 주민들은 26일 새벽 3시께부터 타는 냄새와 연기, 개 짖는 소리, 자동차 경적에 선잠을 깬 후 10여분만에 신속한 탈출준비를 완료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화염은 주택단지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게이트를 막고 있었다. 일부는 죽음을 무릅쓰고 불길 벽을 뚫었으나 뒤의 6개 차량에 탄 주민들은 집 쪽으로 다시 돌아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불길이 지나간 새벽녘까지 요행히 살아난 이들은 수시간 전 같이 대피에 나섰던 4명의 사체를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했다.
이 단지의 맨 꼭대기에 살던 조 맥린(46)은 새벽 3시에 이웃의 전화를 받고 깨어서 창문을 벌겋게 물들인 불꽃을 목격했다. 아내와 18세 딸을 깨우고 이웃 몇 집에 전화를 해준 후 앨범과 서류 몇 장만 집어든 채 세대의 차에 분승해서 시큐리티 게이트에 15분 후 도착했다.
게이트에서 만난 밥 달리(75)는 게이트가 고장나 닫히면 뒤에 올 가족들이 단지 내에 갇혀버릴 것이라며 다시 집으로 되돌아갔다. 맥린 가족은 게이트를 지나 구불구불한 무스밸리 로드를 온통 태우고 있는 불길 속을 차가 폭발하거나 녹아 내릴 위험을 무릅쓰고 내달렸다.
로드니 와이첼트(35)와 그의 부친 밥(59)의 차가 바짝 따르고 있었고 커다란 불똥들이 와이첼트의 밴에 계속 들어 박혔다. 마치 기관총이 발사되는 듯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스티븐 셰클릿(55)은 4마리의 아이리시 사냥개를 RV에 몰아넣고 게이트로 향했다. 그의 동거녀 세릴 지니(59)는 자기의 차로 곧 뒤따라 나오기로 했다.
나탈리 코벳(39)은 빈 이웃집을 지켜주느라 자다가 뜨거운 열기와 연기에 잠을 깬 후 911으로 전화했다. 그 후 큰 타월을 물에 적셔 몸에 감고 애완견을 브롱코에 싣고 불길에 휩싸인 게이트를 전속력으로 뚫었다. 그러나 쓰러지는 전신주에 부딪친 그의 차는 뒤집혔고 그는 불길 가운데 뒤집힌 차안에 갇힌 채 죽음을 기다렸다.
스티브 해밀턴(43)과 임신한 아내 조디, 2세된 아들 알렉산더도 두 대의 차로 대피행로에 나섰다. 래리 레든(64)은 연기 때문에 밤 12시30분에 깼다가 다시 잠이 든 후 맥린의 전화로 인해 아내 로린(44)과 같이 살던 노부모와 함께 집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주택단지에 막 이사온 쇼하라 가족-제임스와 아내 솔랜지, 성장한 아들 랜디도 게이트 쪽으로 향했고 다시 집으로 온 밥 달리와 아내 바바라(67) 등의 차량 6대가 동시에 불타는 게이트에 당도했다.
그러나 이미 불길은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을 정도로 하늘높이 치솟고 있었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집 쪽으로 후퇴해야 했다. 해밀턴의 아내 조디는 코네티컷주의 엄마한테 셀폰을 걸어 불 속에 갇혀 있다고 울부짖었다. 엄마는 집 뒤 저수지 쪽으로 피하라고 조언했다.
쇼하라 가족은 이미 저수지쪽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고 달리와 해밀턴은 절대 안 된다고 말렸다. 수분 후 달리네도 그 뒤를 따랐지만 길 아래가 짙은 연기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다시 되돌아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집의 수영장 속에 뛰어 들었다. 불똥이 앉지 못하도록 가끔 잠수를 하면서 화염이 무사히 지나길 기다렸다.
30년간 소방관을 하다 지난해 은퇴한 레든은 오도가도 못한 상황에서 집을 지키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며느리와 아내, 이웃, 개들은 거실에 들어가게 하고 그는 소방장비를 동원, 수영장을 물을 집에다 퍼붓기 시작했다.
저수지쪽으로 가려는 아내를 붙잡은 해밀턴은 마지막 선택을 했다. SUV에 물을 잔뜩 뿌린 후 불길과 재와 연기로 시계가 제로상태인 산책로를 뚫기로 한 것. 아기는 뒷좌석에서 아빠 뜨거워라고 비명을 질렀다. 아내는 다시 한번 엄마한테 전화했다.아무래도 우린 끝이에요 엄마 안녕이란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불길이 휩쓸고 간 새벽녘 밥 달리 부부는 단지주변을 돌며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길 끝에서 그들은 저수지쪽으로 피했던 쇼하라 가족의 차가 불에 타 녹은 채 있는 것을 발견했고 차안에는 부부의 사체가 있었다. 약 100야드 떨어진 곳에 아들 랜디의 사체가 있었다. 또 게이트 바깥 길에서는 스티븐 셰클릿이 불에 탄 RV 안에서 죽어 있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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