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격려차원에서 줄 수도 있는 미국 대통령상이 한국서는 고가에 거래돼 대학특례입학 때 경력을 조작하는데 이용된 사례가 한국 검찰에 적발되면서 LA 한인사회에서 남발되고 있는 미 정치인들의 상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정치인들이 행사 때면 줄줄이 들고 오는 상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땡큐 카드’정도의 의미. 그러나 LA방문 때 이 상장을 한 장 얻은 일부 한국인들은 이를 선거나 해외 연수, 대학 특례입학 등에 부풀려진 경력과 성과를 조작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곤 한다.
■실태
최근 한 한인 단체의 장학금 시상식에서는 장학생 보다 미 정치인의 표창장이 훨씬 더 많이 쇄도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또 다른 한인 예능단체가 올 여름 주최한 작품전에서도 출품작보다 더 많은 미 정치인 상이 작품 출품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됐다. 상의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장 홍수가 극에 달하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 때로 심할 때는 상장을 수 십장씩 들고 나와 나타나 줄지어 선 한인들에게 한 장씩 쭉 나눠주기도 한다. 한 정치인 보좌관은 “정치인이 남가주에 없을 경우는 스탭이 대신 사인해서 나눠주기도 한다”고 슬쩍 귀뜸했다.
LA 시의원, 주 상·하원의원, 연방하원의원 등의 사무실에 따르면 월 10∼20여건의 상장 요청이 한인 단체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다. LA시장실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수여하는 상장은 감사의 표시 또는 우호적인 제스처가 담긴 카드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점
넘쳐나는 표창장은 한국 정치인, 대학 입시생, 졸부들의 경력 부풀리기에 악용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의 수원지검에 적발된 대학 특례입학 부정 사건이 대표적인 예. 사건에 연루된 조모씨는 LA의 한 초등학교에서 인사치레로 건네준 학생 격려용 대통령 표창장을 유창한 영어 웅변으로 한미간의 문화, 예술 교류와 친선우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LA통합교육구 추천으로 받은 것이라고 내세워 웅변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LA의 지역 정치인들이 의전 차원에서 주는 감사장은 한국 지방자치 단체장등이 선호하는 미국 방문 기념품. LA시의원의 한 보좌관은 선진행정 견학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한국 정치인 중 일부는 선거용으로 꼭 필요하다며 노골적인 부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에 따라 수상을 받게 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한인 브로커도 등장했다. 한 여행사 대표는 단체장, 특기 지망생 등 목적을 갖고 미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대부분 상장을 원해 일반인 보다 정치인 또는 정부 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부탁한다며 감사 표시는 꼭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상 가치도 천차만별
한국말로 미‘대통령상’이라고 번역되는 것은 모두 4가지. 진짜 최우등생이 아니면 탈 수 없는 상이 있고, 학교장 재량으로 격려 차원에서 주는 것도 있어 상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구체적으로 나누면 크게 대통령 장학상(Presidential Scholars Awards)과 대통령 교육상(President’s Education Awards)의 2가지 종류이고, 이중 장학상은 학업과 예능분야, 또 교육상은 우등상과 성취상으로 각각 나뉜다.
▲대통령 장학상(Presidential Scholars Awards)은 지난 64년 대통령령에 의해 제정, 연방교육부에서 관할하는 고교생 최고 영예의 상으로 학업은 물론 리더십과 사회봉사경력 등 장차 미국을 이끌 지도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미 시민권자 고교졸업생에게 주어진다.
79년부터 예능분야로 확대돼 매년 전국 고교졸업생 중 총 140명 가량이 선출되며 매년 수상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통령이 직접 상을 전달한다.
▲대통령 교육상(President’s Education Awards Program)은 3∼12학년 GPA 3.0이상 또는 상위 10% 이상, 핵심과목 성적우수자, 표준평가시험 고득점자 등에게 주어지는 ‘대통령 우등상’(President’s Award for Educational Excellence)과 학업이나 예능실력이 향상되는 등 여러 성취도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K∼12학년에게 주어지는 ‘대통령 성취상’(President’s Award for Educational Achievement)으로 나뉜다. 대통령 교육상 수상인원 선정은 각 각 초중고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다. 한국에서 1,300만원에 판매된 상은 바로 이 대통령 성취상이었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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