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이민사회에 있어 ‘정치력 신장’이란 끝없는 도전 목표다. 한 단계를 넘어섰다 싶으면 또 다른 단계로의 도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계에 관심을 갖는 한인 1.5세 2세들이 늘어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시민권 취득과 유권자 등록 등 기본적인 단계 역시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 해인 2004년을 맞아 ‘정치’가 올 한해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과 뉴저지 차세대 한인들의 ‘정계 커넥션’을 짚어본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뉴욕과 뉴저지 일원의 주류정치인들과 직접 연결되는 한인 보좌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한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한인사회에 관심을 두고 한인 보좌관을 고용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미 정치인 사무실에서 보좌관 역할을 하고 있는 차세대 한인들은 패트리샤 이(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미셀 김(제임스 멕그리비 주지사), 김예규, 최보윤, 데이빗 김(이상 힐러리 클린턴 미 연방 상원의원), 존 방(프랭크 라우텐버그 미 연방 상원의원), 리아 윤(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진 김(브라이언 맥로글린 뉴욕주 하원의원), 론 김(마크 웨프린 뉴욕주 하원의원), 세나 박(배기 그로덴틱 뉴욕주 하원의원)씨 등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보좌관 역할은 아니지만 정계 인사 산하 아시안 자문위원회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월가의 금융 전문가나 변호사처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한인사회의 정치력 권익신장에 엄청난 몫을 할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다.
최근 프랭크 라우텐버그 미 연방상원의원(뉴저지·민주) 보좌관으로 임명된 한인 1.5세 존 방(40)씨는 한인 후배들에게 “학업과 더불어 지역 사회 봉사활동에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미 주류사회 진출에 필수 조건”이라고 조언한다.
방 보좌관이 현재 라우텐버그 의원 밑에서 하고 있는 일은 연방 정부에 대한 뉴저지 주민들의 불평이나 문제점 등을 접수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는 일부 한인 1.5세들과 2세들이 부모들의 영향을 받아 학업에만 치우치고 일에 대한 열정 없이 돈만 바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왔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주류사회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방 보좌관과 함께 제임스 멕그리비 뉴저지 주지사 아시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정(미국명 캐티)씨도 동의하는 점이다.
뉴저지에서 정계 인사 및 기업들을 위한 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1세들이 미국으로 이민와 쉴새 없이 일하며 고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한인들 역시 바쁘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패트리샤 이씨는 지난 수년간 주지사실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이씨는 지난해 파타키 주지사가 지역담당(Community Affairs) 부서의 역할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각 지역 단체 및 주민과 직접 연락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자 퀸즈 지역을 배정받아 한인 밀집 지역을 상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인들은 유대인이나 타민족에 비해 주정부가 제공하는 건강· 교육 혜택, 등을 적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위해 한국어 안내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참모로 일하고 있는 리아 윤씨의 경우, 블룸버그 시장의 캠페인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를 지원해왔을 뿐 아니라 워싱턴 DC에서 그를 위한 로비스트로 폭넓게 활동한 재원이다.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뉴욕시 각 지역사회의 요구사항들을 찾아내 아픈 곳은 치료해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줄 수 있도록 시장실과 원활한 교량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한인 2세들이 왜 정치보좌관을 안하는 지 아세요. 초봉이 적고 10년 이상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좋은 멘토(Mentor)를 만나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최근 로스엔젤레스 한미연합회 찰스 김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8살 때 중국에서 이민온 일레인 차오 연방노동부 장관의 경우 엘리자베스 돌 전 적십자사 총재의 눈에 들어 승승장구해왔으며 결국 장관에까지 올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은 개개인, 또는 단체들의 능력을 묶어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목표를 위해 끌어가는 리더가 나올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한인 1세 단체들이 2세들을 적극 끌어안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인권익신장위원회의 박윤용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2세 단체들이 더 많이 생기고 1세 단체들이 이들의 우산 역할을 해주면서 지원할 때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한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1세와 2세 단체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한인 정계 인사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직접 옆에서 보고 배우는 차세대 한인들이 많아야 된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미 주류사회 정계 인사들의 한인 보좌관들이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괄목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